<수필>
화천나들이
심 영 희
오랜만에 화천으로 나들이를 갔다. 일주일을 모두 바쁘게 살다가 일요일에는 딸과 손자손녀와 함께 만날 수 있는 날이다. 자영업을 하는 딸이 일요일에 쉬게 된 것은 올 초부터였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일요일마다 만나 외식도 하고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시며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화제ㅡ도 세대에 따라 대부분 틀리지만 이 시간에도 손자손녀의 눈과 손은 여전히 휴대폰에 머물러있다.
열심히 일하느라 운전할 사이가 없어 운전에 능숙하지 못한 딸이라 운전은 언제나 내 몫이다. 오늘은 어디로 갈까 의논하다가 모처럼 화천 쪽으로 가자고 제의하는 내 의견에 모두 찬성이다. 아예 딸네 집에서 점심을 먹고 화천으로 출발했다.
화천으로 가면서 딸과 손자손녀에게 열심히 설명을 한다. 여기는 언제 매운탕을 먹으로 올 때 왔던 길이고, 여기는 지난 봄에 벚꽃을 보러 왔던 곳인데 너무 늦은 시간에 와서 벚꽃감상을 제대로 못했으니 내년에는 오전에 일찍 나와서 벚꽃구경도 하고 맛있는 점심도 먹자고 하였더니 “예 그렇게 합시다”하고 합창을 한다.
여기는 춘천댐인데 바로 가면 원평리 유원지를 지나 신포리와 지촌리를 지나서 화천으로 가는데 우리는 춘천댐 못 가서 우회전하여 고탄을 지나 화천으로 간다고 알려주며 송화초등학교 앞을 지날 때에는 이 학교는 화천군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춘천시에 속해 있다는 설명도 잊지 않고 해준다.
저녁 늦게 집에 들어오면 주차할 곳이 없어 주차장을 빙빙 돌거니 중간에 핸드브레이크를 풀어서 주차했다가 다음날 첫새벽에 나와서 차를 이동시키는데 오늘은 빈 주차장도 여러 군데 있었다. 모두 휴일이라 좋은 곳으로 가을구경을 갔을까, 어쨌든 나는 차를 바로 주차할 수 있어 마음이 홀가분하다. 차를 주차장 중간에 주차한 날은 새벽부터 빈자리 찾아보느라 베란다에서 자주 내다보게 된다. 어떤 이들은 하루 종일 그렇게 세워두는데 그런 일은 내 적성에 맞지 않아 빨리 빈자리를 찾아 차를 바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손자손녀가 어른이 되기 전에 할머니와의 추억을 부지런히 만들어야 하겠다. 늘 우리 할머니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을 쳐드는 아이들에게 멋지고 좋은 할머니로 남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도 즐거운 마음으로 마무리한다.
내가 차를 운전하고 가면서 아이들에게 이렇게 설명을 하는 이유는 요즈음 학생들은 휴대폰에 매료되어 차 안에서 바깥을 내다 보는 게 아니라 휴대폰으로 무엇인가 열심히 하다가 목적지에서 내리기 때문이다. 웃기는 얘기로 우리 손녀가 고등학교 3학년인데 같은 학교를 3년이나 다녔어도 학교 가는 길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앞에 말한 대로 차에 타서 내릴 때까지 휴대폰만 보고 있으니 집에서 학교까지 어디를 경유해 왔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도 내가 길을 설명할 때는 잠시라도 밖을 내다볼 기회가 생기니까 계속 설명 겸 안내를 하는 것이다. 화천이 가까워지자 손자손녀는 공기가 싱그럽고 맑다고 아주 좋아한다. 춘화로를 달려 화천대교를 건너자 손자는 화천이 정말 예쁘고 깨끗하다고 찬사를 보낸다. 산천어축제장 둑길을 지날 때 손자손녀는 더욱 좋아한다. 어릴 때 찾았던 산천어축제장을 추억하며 신바람이 난 것이다.
뒷자리에 앉은 딸과 손녀는 어느 카페로 갈까 열심히 카페를 고르고 있는 중이다. 둑길 끝 회전교차로에서 시내 쪽으로 돌아 조금 가니 왼쪽에 카페가 있는데 3.1만세운동기념공원 옆이라 더욱 깨끗하고 싱그러운 강바람이 불어온다. 카페는 가 본 카페 중에 공간이 제일 좁은 카페였다. 우리는 주문을 하고 바깥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막간을 이용하여 사진 몇 장을 찍었는데 해가 비춰 그림자가 생겨 많은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차를 마시고 3.1공원을 한 바퀴 돌며 구경하고는 춘천으로 돌아올 때는 반대편 길로 접어들어 화천읍과 사창리로 갈라지는 옛 삼거리 검문소를 지나 지촌리와 신포리를 경유해 서면을 통과했다. 신포리 광산골을 지날 때는 예전에 이 골에 금광이 있어 금을 많이 캐냈다는 옛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금광이 있었다는 것에 모두 신기해 한다. 특히 장거리 드라이브를 즐기는 손녀에게 오늘 여행 만족하느냐고 물으니 OK라는 대답이다. 저녁으로 모두가 좋아하는 바지락칼국수 집에 가서 바지락칼국수로 저녁을 먹고 아이들을 내려주고 집으로 왔다.
심영희 약력
ㅇ 「수필과 비평」지로 수필 등단(1995)
ㅇ 제20회 동포문학상 외 5회/수필집「아직은 마흔아홉」 외 6권
ㅇ 한국문인협회 문단정화위원
첫댓글 할머니노릇 멋지게 해내셨네요. 자랑스럽습니다. 오타 화재거리-화젯거리로 ㅎㅎ
아이구 오타 잘 찾아 내셨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