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회하는 성 베드로 (1645)
조르주 드 라 투르
조르주 드 라 투르(Georges de La Tour, 1593-1652)는
1593년 3월 프랑스의 동북부 로렌 지방의 빅쉬르세유에서 제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스승이었던 매너리스트 화가 자크 벨랑주에게서
촛불로 어둠을 밝히는 기법을 배웠고,
카라바조에게서 빛과 어둠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는 명암법에 영향을 받아
촛불로 어둠을 밝히는 밤의 풍경을 독창적으로 묘사했다.
그림 오른쪽 맨 위에 1645년 조르주 라 투르 그림이라고 서명되어 있는
<참회하는 성 베드로>는 라 투르가 그린 밤의 풍경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이다.
이 그림은 마태오복음 26,69-75; 마르코복음 14,66-72;
루카복음 22,55-62; 요한복음 18,15-18.25-27의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사람들이 안뜰 한가운데에 불을 피우고 함께 앉아 있었는데,
베드로도 그들 가운데 끼어 앉았다.
그런데 어떤 하녀가 불가에 앉은 베드로를 보고
그를 주의 깊게 살피면서 말하였다.
“이이도 저 사람과 함께 있었어요.”
그러자 베드로는 “이 여자야, 나는 그 사람을 모르네.” 하고 부인하였다.
얼마 뒤에 다른 사람이 베드로를 보고,
“당신도 그들과 한패요.” 하고 말하였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 사람아, 나는 아닐세.” 하였다.
한 시간쯤 지났을 때에 또 다른 사람이,
“이이도 갈릴래아 사람이니까 저 사람과 함께 있었던 게 틀림없소.”
하고 주장하였다.
베드로는 “이 사람아, 나는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하고 말하였다.
그가 이 말을 하는 순간에 닭이 울었다.
그리고 주님께서 몸을 돌려 베드로를 바라보셨다.
베드로는 주님께서 “오늘 닭이 울기 전에 너는 나를 세 번이나 모른다고 할 것이다.”
하신 말씀이 생각나서,
밖으로 나가 슬피 울었다.
이 그림은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사실을 깨닫고
참회하고 있는 사도 베드로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회개를 상징하는 수탉만 성경에 나오는 장면일 뿐,
참회하는 노인이 성 베드로라고 표시할 수 있는 어떤 상징물도 없다.
수탉 뒤로 충절을 상징하는 담쟁이덩굴이 시들어 있어
베드로의 배신을 나타내고,
라 투르는 최소한의 요소만으로
그림 속의 인물이 베드로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바깥을 응시하고 있는 베드로는
놀란 듯이 치켜든 눈과 살짝 벌어진 입술,
그리고 쥐어짜듯 맞잡은 비틀린 손을 하고 있는데,
이것은 예수님의 예언이 현실이 된 것을 깨닫게 되는
베드로의 심리변화를 묘사한 것이다.
그는 깜짝 놀라며 깊은 참회를 하는 것이다.
한편 라 투르는 구도를 결정하는 데 빛의 효과를 매우 중요하게 활용했다.
이 작품에서 베드로의 얼굴을 밝히고 있는 위에서부터 비치는 미약한 빛과
바닥에 놓인 커다란 등불로부터 나오는 빛이 공존하고 있다.
그의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라 투르는 사실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림의 가장자리를 어둡게 처리하고 중앙의 빛과
등불과 가장 가까운 베드로의 다리만을 밝게 강조했다.
이 등불은 예수님이 체포되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중세의 그림에서 유다는 보통 등불을 들고 있는데,
이 등불은 중세의 그림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고,
예수님은 등불을 밝히고 나타난 제자의 배반으로 체포되었기에
예수님을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에게 배반의 죄를 떠올리게 했을 것이다.
표현기법으로는 볼 때에는 얇은 옷감을 통해 비치는 빛으로
베드로의 다리 윤곽을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도록 반투명하게 처리한 옷과,
어둠속에 있는 베드로의 왼쪽 장딴지를 대비시킨 부분은
빛의 효과를 묘사한 라 투르 작품 가운데 걸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