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우 / 2023《한강문학》가을호(33호)신인상 당선작 시 부문 / <백련화> 외 2편
백련화白蓮花
박 춘 우
오는 소낙비 다 맞아도
두 팔 벌린 네 마음이 좋다
한 잎 가득차면
다음 잎에 또르르 비워내는
그 마음은 더욱 좋다
바람에 살랑거리며
무슨 하소연이라도 다 들어주겠다는 듯한
네 열린 귀가 좋다
진흙탕 속 고통에도
그윽한 염화미소 닮은
순백의 꽃 피워내는 네 얼굴은
그래서 더욱 더 좋다.
산길 걷다보면
돌 뿌리에 채일세라
앞 만보며 걷는다.
나무뿌리에 넘어질세라
땅 만보며 걷는다.
가끔 옆을 보면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도 들리는데
가끔 하늘 쳐다보면
파란 하늘도 언뜻 언뜻 보이는데
앞만 보며 걷는 삶
가끔은 하늘도 쳐다보며 살 일이다.
세방낙조細方落照
하루 종일 비춘 해야
높이 곰 뜬 해야
횃불처럼 밝힌 해야
내 몸 하나 불사르면
만물이 피어나니
시뻘건 쇳물 부어 하루역사 지어내고
그래도 못 다한 미련남아
바다로 가는 해야
낮이 곰 지는 해야
솟대 보며 비는 해야
인당수가 눈앞인데
아직도 할 일 남은 양
온갖 걱정 시름 훨훨 태워
파란하늘에 북새 치더니
들머리 가는 길 애달픈 전설에
사바세계 모든 욕심 가사袈裟 입어 정화하고
천종사 종소리에 두 손 모아 합장한 채
내일은 눈뜨겠지 저 홀로 기약하며
세포 갯가 고깃배에 만날 약속 실어두고
불도 장도 혈도 주지도 검은 그림자 드리우고
황금빛 여운 고이고이 모아
버선발로 승무하듯 서방정토로 들어가는 구나.
《한강문학》33호 (가을호) 시부문 신인상 박춘우 심사평–대표 심사평 권녕하
곳곳에 연륜이 드러나는 수작秀作
한가위 민속대명절을 앞둔 9월 중순 진도문협 김영승 회장의 추천을 받은 박춘우님의 詩作 원고가 접수됐다. 《한강문학》은 문단 등단 심사절차의 품위 유지를 위하여 문단을 이끄는 문인의 추천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접수된 박춘우님의 詩作 원고 10여편 중 〈백련화白蓮花〉, 〈산길 걷다보면〉, 〈세방낙조細方落照〉 등 세편을 심사위원회에서 등단작으로 결정됐다.
일반적으로 신인등단 심사과정은 등단자와 투고된 원고의 문학적 취향이 잘 파악된 심사위원이 심사평을 단독으로 작성했었다. 그러나 박춘우님의 원고는 심사위원회에서 공통적(!) 평설이 나온 것이다. 이는 대단히 특이한 경우에 속하는데, 문학관이 다단多端한 특징을 갖춘 심사위원회에서 공통된 심사평! ‘秀作’은 ‘놀랍고 반가운 심사평’이었던 것이다.
그 내용은 “한 편의 詩를 완성할 때마다 평이한 문장구조를 선택 하였음에도, 곳곳에 연륜이 드러나는 신인으로서 보기 드문 수작秀作”이였다.
따라서 대표 평설은 필자(발행인)가 쓰기로 결정됐지만, 박춘우 시인의 등단은 진도문협의 경사이며 문단 전체의 소득(!)이란 판단에서 발행인의 입장에서도 박춘우 시인의 등단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매사에 건필健筆, 건승健勝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한강문학》 신인상 심사위원 상임 심사 위 원 장 김 중 위 추천위원 진도문협 김 영 승 《한강문학》 발행인 권 녕 하 |
《한강문학》33호 (가을호) 시부문 신인상 수상소감-박춘우
글쓴이의 전부가 고스란히 글에 드러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주변의 누가 등단했다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무척 부러웠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떻게 등단하는지 묻기도 했다.
군에 있을 때에도 신문에 칼럼을 쓰기는 했으나 본격적으로 수필과 시를 쓰기 시작한 것은 전역을 앞두고 몸과 마음이 아플 때였다. 삶이 팍팍해서 생각을 많이 한 때문이었으리라. 샘터, 좋은 생각, 기타 잡지 등에 투고도 했다. 내 생각이 활자화 되어 나오는데 묘한 매력을 느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논문 쓰기에 바빴다. 퇴직하고 또 이제야 시간이 나니 또 다시 붓을 들기 시작했다. 주위에서 등단을 권유받고도 많이 망설였다. 결정적인 계기는 진도문인협회 문우님들과 제주문학기행에 동행하고 난 후부터, 졸작이지만 투고를 했다. 그리고 낙엽 흩날리는 가을날, 신인상 당선 소식을 받고 한편으론 무척 기쁘고, 한편으론 새삼 부끄러워졌다.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 생각한다. 글쓴이의 전부가 고스란히 글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무게감에 한쪽 어깨가 벌써 아파온다.
아직 부족한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신인상을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적극 추천해주신 진도문인협회 김영승 회장님 그리고 매헌 박영관 선생님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한강문학 권녕하 이사장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부터 더 열심히 글을 써야 한다는 명령을 내린 것이라 생각하고 좋은 글, 사랑받는 글, 많은 이들이 읽어주는 글을 쓰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춘우
예비역 육군중령, 동양대학교 교수, 진도문인협회, 한국한시협회 회원, 현)화신사이버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