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 투구바위 ‘아침햇살’(5.13c)을 오르고 있는 전주바위오름 권대현씨. 투구바위 상단에서 아래 방향으로 촬영했다. 2 선운산 매표소를 지나 승용차로 도솔제쉼터까지 들어갈 수 있다. 이곳 공터에 주차(무료)를 하고 도솔제쉼터(식당) 방향으로 들어간다.
- 선운산 투구바위는 속살바위와 함께 국내 최고의 하드프리암장으로 꼽는다. 투구바위는 높이 15m, 폭 50여 m의 바위 2개가 양쪽으로 마주보며 서 있는 형태다. 양쪽 바위가 똑같이 오버행이므로 하늘이 보이는 바위터널 같은 모양이다. 주로 포켓홀드가 많으며 석회암과 유사한 안산암으로 되어 있다.
투구바위는 양쪽에서 마주보는 바위와 바위 사이의 공간이 투구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이곳에는 현재 40여 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루트의 길이는 7~15m이며 난이도는 5.8~5.13급까지 다양하다. 경사는 90~130도까지 오버행이 많다.
투구바위는 속살바위보다 고난도 루트들이 많다. 그래서 이곳 선운산을 찾는 클라이머들은 속살바위를 거친 다음 투구바위에 도전한다. 터널 같은 형태를 하고 있는 투구바위를 아래쪽에서 위쪽으로 바라볼 때 좌측 벽을 A구역으로 구분하는데 주로 5.13~14급대의 고난도 루트가 많아 고수 클라이머들은 이곳에서 등반을 많이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버행인 이곳은 지구력과 근력이 요구되는 선운산 최고난도 루트들이 집중되어 있다.
- ▲ 1 투구바위 하단부 우측으로 내려가면 투구바위 서벽이다. 서벽은 대부분 수직벽이며 부분적인 오버행도 많다. 제2피치까지 이어지는 루트도 있다. 서벽을 오르고 있는 취재팀의 김홍례씨. 2 74세의 길덕환씨가 노익장을 과시하며 투구바위의 ‘아름다운 여인의 비밀’(5.11c)을 오르고 있다.
- 맞은편 D구역은 비교적 루트의 길이가 짧고 쉬운 루트들이 개척되어 있다. 이곳은 강희윤씨가 낸 길들이 많다. 이곳은 한여름 등반대상지로 적합하다. 양쪽으로 마주보는 바위는 오버행이어서 하늘이 아주 조금 보인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 나무가 있어 하루 종일 햇볕이 들지 않는다. 또한 터널 형태의 바위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 여름철 고난도 암벽등반지로는 천혜의 장소다.
투구바위 A구역의 바위는 비교적 오버행이 심하며 루트의 길이도 10m 이상이다. A구역에는 투구바위의 대표적인 루트들이 있으며 ‘투구바위’ 하면 이곳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5.12 이상의 고난도 루트들이다. 건너편의 C와 D구역은 오버행의 경사도가 덜하고 루트의 길이도 비교적 짧다. 그러나 홀드가 작아서 만만치 않은 곳이다.
투구바위는 루트의 이름이 재미있는 곳이 많다. 예전에는 루트에 자신의 산악회명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즈음은 루트 이름도 다양해졌다. ‘비경의 침니’, ‘쉬운 길’, ‘더 쉬운 길’, ‘샌드월’, ‘파워 파워’, ‘힘돌이’, ‘워밍업’ 등 바위의 특징을 표현한 것과, ‘아름다운 비밀’, ‘립스틱 짙게 바르고’, ‘아름다운 여인의 비밀’ 등 여성다움을 강조한 이름도 있다. 그 외에도 ‘헝그리 강’, ‘더러운 세상을 떨쳐 버리고’, ‘한여름 밤‘, ‘월세방이여 안녕’, ‘겨울 람보’, ‘쌍바위골의 슬픔’ 등 개척자의 감정을 루트에 투영한 것들도 있다.
- ▲ 1 투구바위 ‘선물’(5.13a)을 오르고 있는 전주바위오름 김덕중씨. 투구바위는 전체적으로 오버행이며 5.13급대의 고난도 루트들이 많다. 2 투구바위 ‘시나브로’(5.12b)를 오르고 있는 필자.
- 투구바위는 초보자도 오를 수 있는 ‘미란(5.8/5.9)’, ‘월세방(5.10d)’, ‘힘돌이(5.11a)’, ‘립스틱 짙게 바르고(5.11a)’, ‘개 같은 날의 오후(5.11b)’, ‘더러운 세상을 떨쳐버리고(5.11a)’, ‘물빛나라(5.11a)’, ‘윤택(5.11a)’, ‘종능과 선우(5.10c)’, ‘석경미 손님(5.10b)’ 등 비교적 쉬운 루트들이 많다.
그러나 ‘밴디트(5.13a)’, ‘석난(미등)’, ‘한여름밤’, ‘파워 파워’, ‘언더월(5.13)’ 등 어려운 길들도 산재해 있다. 투구바위 18, 19번 구역 역시 ‘오토매틱’, ‘아침햇살’, ‘헝그리 강(5.13?)’, ‘샌드월(5.13a)’, ‘겨울 람보(5.13d)’ 등이 고수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중 ‘아름다운 여인의 비밀(5.11c)’은 이곳에서는 중급 정도로 취급되지만 웬만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붙어볼 만하다. 루트의 길이는 15m 정도로 퀵드로 10개가 필요하다. 웅덩이처럼 움푹움푹 패여 있어 부분적으로 오버행이다. 포켓홀드와 큼직한 홀드가 많이 있어 상태는 좋다.
그러나 홀드를 잡고 일어서면 손이 빠져버리는 벙어리홀드가 많은 곳이다. 따라서 유연한 몸놀림과 지구력이 요구된다. 때로는 후킹을 이용해 편한 위치에서 휴식을 취하며 힘을 잘 제어한다면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루트이다. 이곳은 중, 장년층과 여성 클라이머, 몸풀이 등반으로 많이 이용한다.
- 투구바위 B구역 서면벽
투구바위와 완전히 다른 암질 각진 홀드 많아
투구바위 18, 19번 구역 서쪽 면에 있는 17번 구역 바위는 1994년에 백암산악회의 엄지훈, 김일주, 이정완씨 등이 개척했다. 높이 70m, 폭 70m 정도로 경사도는 90~95도가량이다. 이곳 역시 각진 홀드와 스탠스가 양호해 재미있다. ‘영산(5.10a)’, ‘석난(5.12b)’, ‘새봄나라(5.12a)’, ‘자유를 찾아서(5.10d)’ 총 4개의 루트가 열려 있으며 앞으로도 개척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은 바위이다.
아직은 등반자들의 손길이 뜸해 떨어지는 홀드가 있으니 아래의 확보자는 바위벽에서 조금 떨어져서 확보를 보는 것이 좋다. ‘영산’과 ‘자유를 찾아서(두 피치)’는 중상급자면 등반이 가능하다. ‘영산’은 마지막 볼트 2개를 남겨 놓은 지점이 크럭스로 왼쪽의 크랙형 언더홀드를 이용한다면 큰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이곳은 루트 수가 적어 클라이머들이 붐비지 않아 한적하고 조용한 클라이밍을 즐길 수 있다.
투구바위 일원의 바위들은 대부분 가까운 곳에 위치해 도보로 5분 정도면 어디나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에는 다양한 100여 개의 루트가 있어 자신의 능력에 맞춰 즐거운 등반을 추구할 수 있다. 이곳의 루트는 대부분 20m 정도여서 40m 자일 1동과 퀵드로 13개 정도면 등반이 가능하다. 크랙이 없으니 프렌드나 너트 등 별도의 확보물도 필요 없다. 식수는 밑에서 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