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내연산(청하 보경사 계곡) 산행기
그저께(21일, 목) 한 비영리 산악회를 따라 포항의 내연산(보경사 계곡)을 갔다왔습니다. 새벽 6시 반에 전세버스로 서울(합정역)을 출발하여 11시에 들머리(청하 보경사 입구)에 도착하여 곧바로 문수봉-삼지봉(내연산)으로 올랐는데 능선은 육산이고 놀라울 정도로 평탄하여 걷기가 좋았습니다만 나무숲이 빽빽이 우거져서 주변의 경관은 거의 볼 수가 없어서 속으로 좀 실망했습니다.
그러다가 하산길에 출렁다리에서부터 옛부터 유명한 '보경사 계곡' 답게 아주 아담하고 정갈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秘藏의 계곡이 펼쳐져 있어서 실망감은 어느 틈에 사라지고 역시 이름난 곳은 뭔가가 다르구나 하는 만족감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 계곡이라고는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 두타산 등의 이름난 계곡을 보았지만 대체로 너무 크고 웅장하고 날카로운 모습이 좀 위화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했는데, 내연산의 계곡은 그와 반대로 적당한 크기이고 아기자기하고 올망졸망한 형상인데다가 또 깨끗하고 부드러워 놀라움과 신비감을 느꼈습니다. 그곳에 그처럼 수려하고 조화로운 계곡이 있을 줄은 직접 가본 사람만이 알까 그렇지 않으면 좀처럼 알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고 생각하던 계곡과는 정반대에 가까우면서도, 또 다른 계곡의 맛과 미를 엄연히 갖춘 보경사 계곡을 보고 나니 自然美에 관해서 새로운 눈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좁은 계곡의 바로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시종 걸음을 옮기고 때로는 이쪽에서 저쪽으로 바위를 타고 건너가거나 건너오니 展望性과 接近性은 그야말로 최고여서 마음에 깊이 들어오고 아주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오늘 산행은 모두 5시간 20분 가량 걸렸으며, 더위가 느껴지는 11시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처음에는 좀 숨이 가쁘고 피곤하여 깔딱고개를 올라갈 때는 힘이 많이 들어서 자주 쉬었는데, 능선에 오르고부터는 예상외로 아주 평탄하여 마지 평지길을 걷는 것 같이 쉬웠습니다.
포항의 내연산은 서울의 등산객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져서 특히 여름의 더위를 식히는 계곡산행으로 인기가 있는데, 저도 이런 사실은 근래에야 알게 되었으며 그래서 이번에 갑자기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구-경북이 고향인 탓으로 그렇겠지만 저도 그쪽의 산은 이름만 들어도 벌써 친근감이 느껴지며, 그래서 가급적이면 그쪽의 산은 골고루 혹은 죄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ㅋㅋㅋ...
그래서 안동 봉화의 청량산과 청송의 주왕산은 벌써 몇 달 전부터 후보로 올려놓고 비영리 산악회에서 가는 차편이 있기를 기다려왔는데, 거리와 교통편이 강원 충청 호남의 산보다 대체로 좀 더 멀거나 불편한 이유 때문인지 기회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이번 내연산도 산행공지를 보고는 아주 빠르게 가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경북의 산이나 혹은 그 인근의 산(지리산 등)을 가면 길 능선 돌 바위 산세 계곡 나무 잡풀 등 모든 것이 어딘지 낯이 익고 친근하며 편안함을 느끼는데, 이것은 어릴 때부터 저도 모르는 사이에 직접 몸으로 겪고 느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오늘 밤에는 설악산 주전골-흘림골을 무박으로 갔다오려고 출발하며, 다음 주 토-일요일(30-31일)에는 소백산을 가기로 예약해두었습니다. 이 둘은 인터넷산악회를 따라가는 것이어서 제가 단연 최연장자이며 60대는 저밖에 없어서 처음에는 좀 쪽팔렸는데 이제는 별로 괜찮습니다...ㅋㅋㅋ...
순수한 인터넷산악회는 다수인이 참여하고 자유롭고 합리적이어서 생각 외로 장점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