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체로 흰살 생선을 좋아하는 편이다.
갈치, 조기, 가자미 등이다.
영양학자들은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이 몸에 좋다고들 하지만
내 입에는 흰살 생선들이 더 맞는 것 같다.
냉장고 안에는 일년 열두달 갈치와 조기가 있다.
갈치로는 구이도 해 먹고 조림도 해 먹는다.
손님이 오면 조기 한 마리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낸다.
명절에는 가자미로 전을 붙이기도 한다.
문제는 밥이다.
자식들이 하도 잡곡밥을 강조해서 먹기 시작했는데
이게 영 흰살 생선과는 궁합이 맞지 않는 것이다.
잡곡밥은 고등어와 잘 맞는다.
귀리까지 섞은 잡곡밥에다 고등어구이는 찰떡 궁합이다.
그러나 갈치조림이나 조기 구이와는 영 아니다.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어 입 안에서 전쟁이 일어난다.
건강이고 무어고 내팽개치고 싶다.
오늘은 모처럼 갈치조림을 해 보려 한다.
며느리가 제주 갈치를 보내왔기 때문이다.
무 몇조각 냄비에 깔고 고춧가루 넉넉히 풀어 갈치 두어마리 지져봐야겠다.
파릇파릇 정구지도 한 줌 넣고 거짓말처럼 청양고추도 서너톨 뿌리리라.
무엇보다 밥이 중요하다.
누가 뭐라하든 갈치조림에는 이밥이다.
갓 지은 이밥에다 매푸한 갈치조림이면 재벌 부럽지 않다.
행복한 밥상이란 이런 것이다.
나쁜 에너지도 양념처럼 가미되는 것.
첫댓글 매끼마다 이밥 유혹에 얼마나 흔들리는지. 그래서 오늘은 용기내서 이밥을 했습니다. 기름이 자르르 흘러 밥솥 여는 순간부터 흥분 ㅋ
나도 흥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