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심명息心銘
법계 에 여의보인如意寶人이 있어
오랫동안 그 몸을 함봉한 채 그 가슴에 새겨 이르기를
[옛날에 마음을 잘 거두어 모으던 사람이다.] 하였으니,
이를 경계하고 이를 경계할지라.
많이 생각하지 말고 많이 알려 하지 말라.
아는 것이 많으면 일이 많으니 뜻을 쉬는 것만 같지 못하고,
생각이 많으면 잃는 것이 많으니 하나를 지키는 것만 못하다.
생각이 많으면 뜻이 흩어지고
아는 것이 많으면 마음이 어지러우니,
마음이 어지러우면 번뇌가 일어나고
뜻이 흩어지면 도에 장애가 된다.
무슨 손해가 있을 것인가 라고 일컫지 말라
그 고통은 길고도 오랠 것이며,
무엇이 두려운가 하고 말하지 말라
그 재앙은 솥 속의 끓는 물 같다.
방울져 떨어지는 물도 그치지 않으면
장차 사해四海에 가득 찰 것이요,
가녀린 티끌도 털어 내지 않으면
장차 오악五嶽을 이룰 것이다.
끝을 막는 것은 근본에 있으니
비록 작은 것이라도 가벼이 여기지 말라.
일곱 곳 구멍을 잠그고 여섯 가지 뜻을 닫아서,
색을 엿보지 말고 소리를 듣지 말라.
소리나 듣는 자는 귀머거리일 것이고
색이나 보는 자는 소경일 것이다.
한 가지 학문과 한 가지 기예는
허공 가운데의 작은 초파리이며,
한 가지 기량과 한 가지 재능은
햇빛 아래의 외로운 등불이다.
영특하고 현명하며
재능이 있고 기예가 뛰어난 것은
그대로가 곧 우매한 것일 뿐이다.
본래의 순박한 것을 버린 채
음탐하고 화려함에 빠지면
식마識馬가 쉽게 날뛰어
마음은 원숭이 처럼 제어하기 어렵게 된다.
정신이 너무 힘들고 피로하면
몸은 반드시 상하여 쓰러질 것이니,
삿된 길에서 마침내 방황하며
길이 삼악도에 영원히 빠질 것이다.
영특하고 현명하며
재능 있고 기예 있음은
이를 일컬어 혼몽이라 하리니,
서툰 것을 숨기려 하고
기교스러운 것을 부러워하면
그 덕이 넓지 못하며,
명성은 두터우나 행함이 경박하면
그 높은 지위는 속히 무너질 것이며,
융성할 때는 나아가 펴고
침체할 때는 물러나 숨으면
그 쓰임이 한결같지 않을 것이다.
안으로 교만하고 자랑하는 마음을 품으면
밖으로 원망하고 증오함이 이를 것이다.
혹은 입으로 말을 하고
혹은 손으로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명예를 요구한다면
이 또한 매우 추악한 것이다.
범부는 그것을 좋다고 이를 것이나
성인은 그것을 허물이라 이를 것이니,
즐기어 구경함은 잠깐이요
슬퍼하고 근심함은 오랠 것이다.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발자취를 두려워함에
달아날수록 더욱 더할 것이나,
단정히 나무의 그늘에 앉아 있으면
발자취는 사라지고 그림자는 없어질 것이다.
삶을 싫어하고 늙음을 근심하다 보면
생각을 따라 생각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니,
마음에 생각이 만약 사라지면
삶과 죽음이 영원히 끊어지리다.
죽지도 않고 나지도 않으면
모양도 없고 이름도 없으며,
참 된 도가 텅비고 고요하여
만물이 가지런히 평등하여지니,
무엇이 뛰어난 것이고
무엇이 열등한 것이며,
무엇이 무거운 것이고
무엇이 가벼운 것이며,
무엇이 고귀한 것이고
무엇이 비천한 것이며,
무엇이 욕스런 것이고
무엇이 영예로운 것이겠는가.
맑은 하늘은 맑음을 부끄러워하고
밝은 해는 밝음을 부끄러워한다.
태산 보다 편안히 하고 금성 보다 견고히 하라.
삼가 현철들에게 남겨 주나니
이 도를 이롭고도 곧게 할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