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대책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3·30 조치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이번 대책이 끝이 아닌 것 같다. 노무현 정권이 끝날 때까지 부동산 대책은 끊임없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와중에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강남 집값은 부동산 대책과는 상관없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 앞으로도 더 오를 것 같다. 강남 집값은 수급 불균형이니, 중대형 평형 공급 부족이니, 학군 때문에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느니 하는 논란 속에 있다. 별의별 이론과 논란도 강남에서는 다 소용없다. 그냥 오른다. 그러나 지방과 비인기지역 아파트 가격은 한풀 꺾였다.
오르는 곳은 계속 오르고 찬 바람 부는 곳은 썰렁하기만 하다. 우리 사회의 화두인 ‘양극화 현상’ 바람은 부동산 시장에서도 여지없이 매섭게 분다.
커피숍서 약식 투자설명회 열기도
노무현 정권 초기만 해도 부동산 업자들이 재미를 많이 봤다. 행정도시 이전이니, 신도시 개발이니, 지역경제 활성화니 해서 정부가 전국의 땅값을 엄청나게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전국의 투기꾼들은 이미 한바퀴 다 훑고 지나갔다. 땅값 올릴 대로 올려놓고 이미 손털고 나왔다. 그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요즘은 아파트 전매도 안 된다. 세금 왕창 올려놓아 이제는 투기꾼들조차 부동산에 손대지 않는다. 한동안 잘나가던 기획부동산 시장에도 찬 바람이 쌩쌩 분다. 한마디로 부동산에서 먹고 살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과연 그럴까. 나는 이런 부동산 시장에서 부동산 일을 25년째 하고 있다. 돈도 꽤 벌었다. 그래서 느낌이 온다. 이럴 때일수록 부동산에 투자해야 돈을 번다. 남들이 멈칫멈칫하고 있을 때 과감하게 베팅해야 나중에 큰 파이가 돼서 돌아오는 게 바로 부동산 투자다.
그럼 어디다 투자해야 할까. 남들이 좀처럼 쳐다보지 않는 물건이다. 외면하고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그린벨트지역이다. ‘무슨 미친 소리냐’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원래 투자란 그런 것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위험이 따를수록 수익은 크다)이다. 남들이 다하는 곳에 뒷북치듯이 덤벼들었다가 흔한 말로 상투만 잡고 말 것인가. 남들이 안 하는 데 투자해야 돈을 번다. 이게 투자의 진리다.
요즘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벤처투자 분위기가 상당히 좋다고 한다. 금리는 낮고 부동산은 온갖 규제로 틀어막으니 돈이 갈 곳이 없다. 요즘 돈 갈 곳이라곤 그나마 주식시장뿐이다. 그러나 돈 많은 투자자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기에 주식시장은 아직은 미적지근한 상태다.
그래서 요즘 강남 부자들 사이에서는 괜찮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인기라고 한다. 초기 단계에 주식 액면가의 5~10배수로 투자하는 사람들도 많다는 후문이다. 위험 부담이 큰 벤처 투자로서는 과감한 베팅이다. 투자 금액은 1억~5억원 사이가 가장 많다고 한다. 요즘 강남 일대 커피숍에 가보면 ‘부잣집 사모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약식 투자설명회를 듣는 장면도 자주 목격된다. 부자들은 돈이 될 것 같은 먹잇감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
부동산 쪽은 어떤가. 부동산 고수들은 요즘 그린벨트 지역을 찾아다닌다. 평생 안 풀릴 것 같은 그린벨트도 때가 되면 풀린다. 이슈가 있고 건수가 있으면 풀린다. 그 이슈는 주로 선거철이다. 그린벨트는 지자체장 선거, 총선, 대선으로 이어지면서 조금씩 풀린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그린벨트가 우선순위다.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택지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풀어줄 수밖에 없다.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시작된 그린벨트는 군사정권 때까지 꿈쩍 안 하다가 DJ정권 이후 슬슬 풀리기 시작했다(도표 참조). 노무현 정권 들어서도 상당수 그린벨트가 풀렸고 풀릴 조짐이다.
물론 그린벨트는 해제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묶여있는 동안에는 재산가치가 전혀 없다. 땅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 땅에 집을 짓거나 공장을 짓는 등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동안은 할 수가 없다. 그린벨트가 풀린다고 갑자기 개발되는 것도 아니다. 관할 구·시청에 형질변경을 신청, 대지나 공장용지 등으로 바꾸고 난 후에야 비로소 땅값이 오르기 시작한다.
최소 5~6년 묻어둘 생각해야경기도 광주에서 부동산업을 하는 A씨(49). A씨는 나름대로 부동산 시장에서 돈 냄새를 맡을 줄 아는 업자였다. 아파트 전매 등을 통해 제법 큰 돈을 번 A씨는 8년 전 3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의왕저수지 일대 전망 좋은 위치의 갈비집(대지 500평)을 인수했다. 이미 영업하고 있는 집을 인수했으나 그 지역이 그린벨트에 묶여있어 증축은 물론 보수조차 할 수 없었다. 3억원도 건물값보단 땅값이 전부였다. A씨는 갈비집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고 세를 놓고 그냥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 지역이 재작년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면서 A씨는 대박을 터뜨렸다. 3억원에 사들인 이 갈비집은 현재 평당 1000만원이 훌쩍 넘어서 60억원에 달한다.
그린벨트 투자는 일단 묻어 둔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1~2년 새 환수를 생각한다면 아예 그만둬라. 그린벨트는 언제, 무슨 이슈로 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가 3년 전엔가 연천, 전곡 일대 15만여 평을 사들였다가 이 지역 땅값이 급등한 사례도 있다. 연천, 전곡 일대는 군사보호구역이다. 모든 개발이 제한되는 곳이다. 그런데 전재국씨가 땅을 사들이고 나서 이 일대 일부 지역이 군사보호구역에서 해제되었고, 전씨가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요즘 경기도 파주시 일대로 부동산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 사람들은 부동산을 볼 줄 아는 ‘선수들(전문가들)’이다. 파주시도 북한과 맞닿아 있는 전방 지역이라 거의 모든 지역이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 언제 풀릴지 모른다.
그러나 남북 화해무드와 개성공단 활성화 등의 분위기를 타고 이 지역 땅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 현지 부동산 업자들은 지금 사두어도 충분히 오를 가치가 크다고 적극 추천한다. 심지어 어떤 부동산 업자는 ‘철책선 부근 땅도 사두면 나중에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부동산업자들 말을 전부 신뢰하기는 힘들다. 충분히 사전답사를 하고 여러 가지 변수를 다 감안한 다음에 투자하라는 얘기다.
그린벨트는 적어도 5~6년은 묻어둘 생각으로 투자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 마곡, 발산지구, 강동구 장지지구, 문정지구 등도 이전에는 전부 그린벨트 지역이었다. 그러나 지금 어떻게 변했는지 보라. 서울 안에서도 이처럼 여전히 눈여겨볼 지역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지하철이 닿는 곳에도, 이런 지역이 적지 않다.
그린벨트라도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은 지을 수 있다. 개발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시·군과의 협조(소장 자료 수, 최소 평수, 야외전시장 등이 기본요건임)를 전제로 도지사의 승인을 받으면 된다. 만약 미술에 관심이 많고, 또한 노후에 아담한 미술관을 지어 전원주택 생활을 하고 싶다면 그린벨트 투자도 괜찮을 것 같다. 이코노미스트 이기수 기획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