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보가 두려워서 안 하겠다고? 순전히 이기적이다 / 법륜 스님
- 법륜스님 즉문즉설 -
▒ 문
저의 남편은 이제 수의사가 될 사람입니다.
저는 처음에 수의사라는 직업이 아픈 동물 고쳐주는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부처님께서는 살생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현대인들이 육식을 많이 즐기다 보니까
수의사라는 직업이 그런 쪽으로도 많이 종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처님께서는 동물을 괴롭히지 말라고 하셨는데
현대인들은 애완견을 많이 키우다 보니까
그런데서 생기는 문제로 뭐..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든지
성대제거 수술을 시킨다든지.. 그런 일들을 수의사가 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걱정이 되는 것은 항상..
그런 일을 하면 그 과보를 받게 되는데
동물들 의지와 상관없는 그런 수술을 남편이 하면
저희 식구들한테 그런 과보가 올까봐 걱정이 되는 거예요.
▒ 답
그런데.. 과보가 안 오면 해도 되고, 과보가 오면 하지 말아야 하고..
순전히 이기심이다.. 그 자체가..
과보가 겁나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돼요.
과보가 오든 안 오든.. 복이 온다 하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하고
해야 할 일을 재앙이 온다 하더라도 해야 한다..
이렇게 마음을 먹어야지
과보가 두려워 안 하고, 복 받으려고 하고.. 그러면 안 돼요.
남을 돕는 일은 설령 욕을 얻어 먹더라도 필요한 사람은 도와야 한다..
제비 다리 부러진 거 고쳐줄 때는 사람들이
'미친 놈'이라고 비난을 해도 고쳐줘야 하고,
아무리 내가 복을 받을 거 같아도 제비 다리 부러뜨리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과보가 두려워 어쩌고 저쩌고.. 이건 하도 말 안 듣는 사람..
버릇 고칠 때 하는 얘기이고
수행자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해서 좋은 일은 비난을 받더라도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설령 칭찬을 듣더라도 하지 않는다.. 이래야 합니다.
그러니까 수의사 하는 건 문제가 없어요.
항상 적극적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합리화가 아니고.
예를 들어서 과거에 내가 어쩔 수 없이 애기를 지운 일이 있다 하면
그거 죄의식으로 맨날 괴로워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안 돼요.
그렇게 했던 게 나의 어리석음이었다면
이것을 계기로 해서 깨우쳐야 합니다.
어떤 사정으로 부모가 돌보지 못하는 아이들..
가난해서 못 먹고, 죽어가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이 지구상에는 많으니까
내가 하나의 생명을 키우지 못한 것을 반성해서
내가 열 명의 아이를 키우는 일에 후원을 하겠다..
이렇게 하면 전화위복이 돼요.
그러니까 항상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해요.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은 하지 말고.. 어쩔 수 없이 했다면
그것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더 적극적인 일을 하면 돼요.
그러면 사람이.. 반성의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부적이나 하나 써서 죄나 방지하려고 하면
그건 반성의 효과가 아니라 요행이나 바라는 겁니다.
요행을 바라는 마음을 내지 말고, 두려워 떨지 말고
항상 더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