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현상학] '자의식' 장에 나오는 대목인데 주체를 파악하는 헤겔의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189. 이러한 경험에서는 자의식에 대해 삶이 순수한 자의식만큼 본질적인 것이 된다. 직접적인 자의식에서는 단순한 자아가 절대적 대상이지만, 절대적 대상은 우리에게 혹은 즉자로서 절대적 매개이며, 존립하는 자립성을 본질적 계기로 지닌다. 전자와 같은 단순한 통일의 해체가 첫째 경험의 결과다. 이 첫째 경험을 통해 순수한 자의식과, 순수하게 대자적이지 않고 어떤 타자에 대해, 즉 존재하는 의식으로 혹은 사물상태의 형태를 띤 의식으로 존재하는 의식이 정립된다. 이 두 계기들은 본질적이다. 우선 그것들은 대등하지 않고 대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또 통일에 대한 그것들의 반성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들은 의식의 대립하는 두 형태들로 존재한다. 하나는 자립적인 것인데 대자존재가 그 본질이며, 다른 하나는 비자립적인 의식인데 삶 혹은 타자를 위한 존재가 그 본질이다. 전자가 주인이고 후자가 노예다.(현상학150)
절대적 대상으로서의 '단순한 자아'(나는 나다)를 인정하면서, 그것이 '우리'(즉 알만큼 아는 철학자들)에게 혹은 '즉자'로서(실제로) '절대적 매개'라는 점도 함께 인정합니다. 이로써 주체로서의 주체(선험적 가상으로서 불가피한 경험방식)와 객체로서의 주체(과학의 무궁무진한 대상으로서)를 모두 파악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수동적 기계론적 냉소주의에 빠지지도 않거니와 과학을 건너뛰는 주의주의에 매달릴 필요도 없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