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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님의 협력자가 되어
의정부 행신1동 성당 정의의 거울Pr. 정 병식 다두 형제
정의의 거울 쁘레시디움 부단장 정병식 다두 형제님을 꼭 취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2007년 12월 14일 오후8시에 찾아갔다.
성당 마당에 들어서니 성탄을 준비하는 형제님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한 형제님들의 수고가 화려하게 꾸며지는 트리보다 더 아름다웠다. 타오르는 대림초처럼 하느님을 향해 자신을 사르는 형제님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레지오마리애 활동가 노랫소리가 들려 왔다.
소리에 이끌려간 교리실에서는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단원 여덟 분이 레지오 주회합을 하고 계셨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그 모습이 참으로 성모님의 군대다웠는데, 한 눈에도 레지오마리애 연륜이 느껴지는 정병식 다두 형제님을 거기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다두형제는 1990년 1월 능곡성당 천사들의 모후 쁘레시디움에 입단하여 부단장과 회계를 두루 역임하다가 1997년 행신1동 성당 설립과 동시에 꾸리아 단장 직을 수행하면서 청년 레지오, 소년 레지오를 신설하고 레지오 확장, 레지오 간부양성 교육과 선교 사업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였다.
신설 성당이라 임시 비닐하우스에서 미사를 봉헌하다보니, 회합실이 없어서 우유 판매점을 하는 다두형제님의 가게 바닥이나 옥상에 돗자리를 깔고 레지오 회합을 하기도 했다.
선교 자료를 직접 제작하여 단원들과 함께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전단지를 돌리고, 비가 오는 날이면 지하철역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선교하였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전단지를 보고 찾아와 세례 받고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에서 보람을 느낀다면서 그때를 회고하신다.
“연료가 마를수록 불꽃이 활활 타오르듯 비닐하우스 본당이 오히려 선교 영웅으로 만들지 않았겠습니까?” 이어서 “선교는 죽는 날까지 매일의 삶과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것이 되어야 합니다.
천주교에 호감을 가진 이웃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기도와 희생, 겸손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찾아가야 합니다. 천주교에 지닌 호감을 더 키워서 신앙을 갖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라며 형제님의 선교철학을 피력하셨다.
함께 계시던 이원형 다미아노 단장께서는 “단원 모집과 영적, 육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며 다정다감한 이웃이 되어 방문하고, 이웃에게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단원이에요.
특히 소공체를 살리는 것이 레지오를 살리는 것이라는 정신으로 적극 동참하고 낮은 자세로 솔선수범하는 모범적인 신앙인이자, 레지오의 표본이에요”하시며 연신 칭찬하신다.
이 칭찬에 다두형제님이 화답하신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차례 가난한 사람을 축복하셨고, 또 예수님 자신이 가난하셨습니다. 초라한 마구간에서 태어나셨으며 머리 둘 곳조차 없이 가난하셨는데, 피조물인 제가 뭘 했다고 과분한 칭찬을 하십니까? 우리가 진정 성모님 군사라면 우리 모두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친구여야 합니다”
세상의 잣대가 아닌 복음의 잣대로 이웃을 보며, 성모님의 사랑을 전파하는 형제님의 모습에서는 성모님의 단순한 도구가 아닌 협력자의 모습이 엿보였다.
형제님은 또한 성체분배자 회장으로 성체분배 봉사도 하신다고 한다. 성체분배직에 대해 질문하자 “영성체는 성체성사의 정점이며,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순간입니다. 성체분배자는 그리스도의 몸을 나누어 주는 일을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과 생명을 나누는 거룩한 직무로 불린 사람이므로 거룩함과 경건함과 겸손의 자세를 지녀야 합니다.
특히 성체께 대한 공경과 신자들의 모범이 되는 자세로 이 직무를 올바르게 수행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시는 형제님의 태도에서 성체께 대한 존경과 사랑을 읽을 수 있었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면 단원들을 소집하여 성당을 청소하고 망가진 시설을 보수할 뿐 아니라, 야간 경비 봉사까지 맡아서 하신다고 한다. “눈비가 오면 모든 일을 멈추고 성당으로 오시는데 자매님이 불만스러워 하지 않습니까?” 하고 여쭈었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성모님은 제가 오기도 전에 이미 오셔서 기다리다가 팔을 벌려 반가워하시는데 주님께서 맡기신 성당관리에 충실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집사람의 헌신적인 협력 없이 제가 이렇게 주님 사업에 동참하겠습니까? 집사람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성모님께 의지하며 묵묵히 살아온 다두형제님은 부인 이종현 헬레나 자매님과 사남매를 두셨는데, 삼남매(큰딸 정은희 마리아, 둘째 정헌수 사도요한, 셋째 정은주 베로니카)는 출가했고, 아직 미혼인 막내 정헌욱 시몬과 함께 살고 있다고 하신다.
형제님은 가족들과 함께 가족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데, 요즘 사회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주님을 멀리 하는 막내 아드님을 위해 청원 기도를 하고 있다고 한다. “주님! 가장 고통스럽고 어려운 순간에 감사하는 사람만이 그 고통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주님께서 깨우쳐 주시어 진실한 회개와 참회의 실천으로 하느님께 돌아올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사도로서 헌신하려면 말로 봉사할 것이 아니라 사도직 활동으로 봉사해야 하고, 봉사하는 사도직은 수동적으로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는 사람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형제님은 주일 성당 주차관리를 11년째 하고 있다고 한다.
“주일 미사 때 주차 문제가 골칫거리였는데, 다두형제님께서 주차관리인으로 봉사하면서부터 주차 때문에 힘들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미사 참례할 수 있어서 고맙다.”는 교우들 덕분에 즐겁게 봉사를 한다며, 오히려 교우들에게 공을 돌리신다.
또한 길거리 선교에서 돌린 전단지를 보고 영세했던 신자들이 주차장까지 찾아와서 인사할 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면서, 웃으시는 형제님의 모습 너머로 미소 띤 성모님의 모습이 보였다.
모든 문제를 늘 '내 탓'으로 돌리면서, 자기중심이 아니라 하느님과 이웃 중심으로 삶의 초점을 맞추며 겸손하게 봉사해온 형제님은 기자에게 “세상에 불평을 던지면 자신에게 불평이 돌아오고, 세상에 미소를 던지면 자신에게 미소가 돌아옵니다.
성모님의 일은 간절하게 마음속에 그리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확신합니다. 반드시 하고자 하는 일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는데, 안될지도 모른다고 주저하는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법은 없습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믿음으로 성모님께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면 반드시 이루어집니다”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힘주어 말씀하신다.
성모님을 본받아 자신이 하느님께 종속되어 있음을 알고 보잘것없는 일도 기꺼이 떠맡아 하다 보니 멸시와 비꼬는 말도 수없이 들었지만, 하느님께서 역경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인내의 은총과 희망을 주셨기에 자신은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고백하신다.
그리고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마태 7,12)는 말씀처럼 먼저 상대의 상처를 헤아리고, 용서와 사랑으로 치유해주는 레지오 단원이 되어 건강이 허락되는 날까지 봉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하신다.
사람들의 눈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 일에 자발적으로 봉사하며, 하느님과 이웃을 향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진 형제님에게서 겸손하신 성모님의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의정부 교구 명예기자 : 최 태용 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