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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잡이 경원대학교 산악부가 개척한 초급자 코스 리지 '별길' 들머리는 천불동계곡의 비선대 귀면암 칠선골 초입을 지나 용소골 초입에 이르면 오련폭포로 가기 전의 철다리. 철다리를 건너기 전에 왼쪽으로 나무껍질이 하얀 자작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검은 띠가 둘러져 있다. 이곳에서 약 4분 오르면 15미터 벽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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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시스가 있는 설악산 자일을 사려 붉은 표지기가 있는 왼쪽으로 간다. 약 5미터의 쉬운 침니를 지나 조금 더 오르자 1봉으로 이어지는 자잘한 암릉이 나온다. 이곳에 서자 용소골이 보이면서 오련폭포로 떨어지는 물소리가 들리고, 철계단을 오른는 등산객들의 모습이 까마득한 점으로 보인다. 쉬운 암릉 길을 따라가자, 길은 1봉으로 직접 이어지지 않고 오른쪽 밑으로 나있다. 바위틈 에 큰 소나무가 뿌리를 틀고 있는 곳에서 길이 막힌다. 우리는 그 앞의 약 6미터쯤 되는 쉬 운 슬랩을 올라 1봉 바로 밑을 끼고 돌아가는 트래버스 구간에 도착한다. 김성심씨가 무릎 부근에 박혀 있는 하켄에 자일을 걸고 까마득한 절벽을 지나 건너편 사면 의 나무에서 두 번째 마디를 마무리 짓는다. 그 뒤로 이어진 암릉은 쉬운 구간이어서 자일 을 사린 우리는 짧은 슬랩을 넘어 암릉의 넓은 암반에 닿는다. 이곳에 이르자 발아래 천불동 계곡이 초여름 햇살을 머금은 채 서있다. 우리는 산중 미인 설악의 자태에 유혹된 채 비단결처럼 화사한 설악의 속살을 바라본다. 영국의 산악인 말로 리가 말했던가? "거기 산이 있어 산을 오른다"고. 아니다. 우기가 산을 오르는 진짜 이유는 산이 주는 청정한 아름다움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시각을 통해 산을 반영해 세속에 찌든 때를 말끔히 씻어내므로서 심리적으로 정화된다. .............................. 우리가 또 다시 산을 찾는 것은 산의 아름다움을 통해 자신을 정화시키기 위한 인간 미학의 원초적 본성이며, 그런
면에서 볼 때 산꾼들은 자연주의적 미학주의자인 셈이다. 한동안 넓은 암반에서 설악의 설교에 취해있던 일행은 암릉이 끝나는 지점 부근에서 돌출된
하얀 석영을 잡고 클라이밍 다운한다. 설악의 정수가 보이는 전망대 바위
그때 우리는 인간이기 보다 설악의 한 부속물처럼 설악의 일부분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꿈에서 깨어난 듯 몽환적 눈빛으로 설악을 바라보았다. 선경처럼 피어나는 천불동의 사계. 시새워 마구 돋아나는 바위 불꽃들의 향연, 우리는 입만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바위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천불동계곡을 메아리치는 베토벤의 교향곡 <합창>, 그 희열에 찬 목소리. 아마 불교에서 말하는 화엄의 세계는 이렇듯 장엄하면서도 화려할 것 같은 예감이 들고, 이 계곡에 이름을 최초로 '천불동'이라 붙인이는 이곳에서 천개의 부처 얼굴과 설악의 영혼을 보았으리라. 우리는 아쉬운 듯 전망대 바위를 뒤로한다. 암릉 위에 서있는 선바위를 왼쪽으로 돌아 암각에 설치된 슬링에 자일을 걸고 약 10미터의 하강을 시작한다. 하강을 마친 지점 오른편으로 탈출이 가능한 완만한 슬랩이 보인다. 조금 걸어가자 3봉의 첫 바위가 보였지만 등반하지 않고 왼쪽으로 돌아간다. 길은 막혀있다. 턱진 짧은 바위가 보이는 곳에서 간단한 점심식사를 마친 일행은 본격적인
등반준비를 시작한다. 기자와 사진기자가 한조가 되고, 김성심씨와 김운경씨, 이종서씨가 한조가 되었다. 김성심 씨가 하켄이 박혀있는 바위턱을
가볍게 넘어 조금 걸어 올라가 볼트에 퀵드로를 건다. 그 후 김운경씨가 올라오는데 그 뒤로 우리가 올라왔던 리지가 긴 성곽처럼 일어선다. 이종
서씨가 하강용 볼트를 한 개 박고 나서 하강용 링을 설치한 후 40미터 하강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하강지점은 약간의 낙석의 위험과 중간에 있는
나무에 자일이 거릴 확률이 높다. 따라서 볼트에 걸려 있는 링을 회수한 뒤, 볼트 아래 지점의 홀드를 잡고 3미터 정도를 수평 트래버스를 하는
것이 좋다. 그 뒤 큰 소나무에 5∼6미터의 슬링을 걸면서 링을 설치한다. 하강 길이는 약 20미터. 우리는 오련폭포 쪽으로 이어지는 숲지대
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 [사진. 별길 개념도] 제공;오케이마운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