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요즘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 창문을 열고 뒤뜰부터 봅니다. 몇 번 이야기 드린 것처럼 엄청난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드러난 흙에 꽃과 식물들을 심었습니다. 그것들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보면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내도 주말에 집에 오면 뒤뜰로 갑니다. 빨래도 널면서, 식물들도 만지작 거리면서 흙을 밟습니다. 저번엔 아내가 “흙이 뭔데 저렇게...”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흙이 이렇게 사람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 하는 뜻이었겠죠. 쓰레기 더미 속에 깔려있었던 흙이 드러나고, 그 흙을 밟고, 그 흙에 심고, 그 흙이 살아있는 것을 느끼면서, 나도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뒤뜰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손바닥만한 공간이지만 흙이 주는 평안함은 그 이상입니다. 아마 우리가 하루 종일 밟고 다니는 세상이 거의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로 깔려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흙에서 와서 흙으로 가야할 사람들이기 때문에, 흙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그 존재 자체로 답답한 마음에 쉼을 줍니다. 이런 생각을 하자 이런 기도가 나왔습니다. 주님, 우리 한소망교회가 흙과 같은 교회가 되게 하소서. 콘크리트 인생에게 쉼과 안식을 주는 고향 같은 교회 말입니다.
그 렇게 크지도 않고 잘나지도 않은 꽃과 식물들인데, 우리 뒤뜰에 있는 것들이 그렇게 보고 또 보고 싶어지는 제 자신이 이상하게 여겨졌습니다. 그 이유를 곧 깨달았습니다. 제가 심었기 때문입니다. 제 것이기 때문입니다. 길을 가다가 보는 꽃들, 무수한 식물들도 아름답지만 제 뒤뜰의 것과 같이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이사야가 전했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사 43:1). 이스라엘이란 민족이 그 당시 주변 강국에 비하면 초라한 존재였지만 하나님은 그 민족을 사랑하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렇습니다. 우리 한소망교회도 그렇습니다. 세상적으로 그렇게 잘나고 똑똑하고 유명하지 못하더라도, 60억 인구 중에서 나는, 여러분은, 우리는 주님의 눈 안에 있습니다. 이 목사가 뒤뜰의 꽃들을 사랑스럽게 보듯이, 별일이 없나, 살펴보듯이, 오늘도 주님은 우리를 그렇게 살펴보실 겁니다. 우리는 주님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의 희생으로 구원받은 주님의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창립 32주년입니다. 오늘도 흙과 같고, 먼지와 같은 우리를 소중히 여기시는 주님의 사랑을 바라보며 남은 세월도 그분이 주시는 은혜로 살기 원합니다. 그런 교회가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