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공포 속에서 카타르시스를 맛보다
평소 보고 싶을 땐 불현듯 만나는 번개 모임이 있다. 만나서 식사하고 차 한잔에 때론 소줏잔을 기울이며 살아가는 얘기, 시론에 열변을 토하고 주유천하, 꽃구경, 연극, 전시회 관람등, 헤어져 뒤돌아서면 다시 보고파지는.
그들이 주말에 이종격투기를 보러 가자는 제의에, 때리고 꺽고, 유혈낭자한 그 무서운 경기를 어떻게 볼까 두려웠는데, 막상 관람해 보니 선수들의 튀는 땀방울과 거친 호흡이 느껴지는 색다른 맛이 있었다.
4월 어느 주말에 이름도 낯선 최강 이종격투기 “Neo Fight 11”이 열리는 삼성동 셈유센타 3층으로 들어섰다. 근육질 좋고 매서운 눈빛의 남성 출전 선수들과 미녀출전 선수들의 사진이 붙은 포스터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2층까지 관람석을 구비한 대회장엔 화려한 조명이 천정에 빼곡하게 매달려 있었다. 섬유센타에 걸맞게 패션쇼나 하면 잘 어울릴 듯한 그곳에는 사각의 링이 준비되어 있었다. 요모조모 점검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운영요원과 워밍업으로 흐르는 강렬한 사운드의 뮤직이 사뭇 나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이종(異種)격투기란 서로 다른 종목간의 격투경기를 말한다. 여러 가지 격투들 예를 들면 태권도, 가라데, 쿵푸, 유도, 권투, 레슬링, 무에타이, 삼보, 씨름, 브라질리안 주짓수, 일본의 스모, 러시아의 삼보, 프랑스의 사바테등 모든 나라의 모든 무술 종목간의 대결을 말하는 것이다. 이종격투기의 비슷한 용어로는 실전무술, 종합격투기, MMA(Mixed Martial Art)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무술을 하다가 고인이 된 영혼을 위한 묵념을 끝내고, 선수들 입장이 있었다. 남자 웰터급(몸무게 73Kg이하) 8강전 이라서 그런지 키는 170~180정도의 체구로 흔히 주위에서 볼수 있는 보통남자의 모습들이었다.
경기방식은 토너먼트방식이었다. 미녀와 야수를 연상시키는 라운드 걸 들이 선수를 링 위로 안내하고 경기진행 신호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는 우선 선수들의 격렬한 몸짓보다는 방송사의 중계와 링 주변을 둘러싼 수십 명 사진기자단의 셔터와 번쩍이는 플래시 터지는 소리로 출발했다. 만일의 부상에 대비해서 배석한 의사도 눈에 띤다. 제1경기 “땡”하는 시작음에 따라 홍팀 청팀으로 입장한 선수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좀 눈여겨 볼려 하는 순간 1분 50초만에 K 선수가 B선수를 누르고 KO승으로 이겼다. 아풀싸! 경기의 룰을 사전에 익히고 왔더라면 재미가 배가 되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가 짧게는 2분 내외에서 3라운드 연장전까지 갈 때는 10여분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분위기를 살리는 파워 있는 음악과 “쨍그렁” 하는 사금파리 깨지는 효과음은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들었다. 휴식시간에 선수들은 얼음주머니로 머리의 열을 식히며 매니저와 전략을 논했다. 관람객들은 과연 누가 이길까? 를 점치며 본인이 좋아하는 선수의 액션에 따라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 하였다.
경기에 몰입, 응원과 환호, 비명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경기장은 열기로 후끈거렸다. 그런데 돌아보니 어느새 “파이팅”을 외치며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아! 이것이구나! 싸우는 것은 선수만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이른다. 선수들이 열심히 싸우는 만큼 보는 관객도 뛰는 것이 이종격투기 였던 것이다. 뜨겁게 응원하다가 선수가 맞으면 비명을 지르는, 이 솔직하면서도 本能적인 몸짓을 통해서, 내부에 있던 감정의 응어리들이 발산되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자기의 삶을 투영시키고, 열광하면서 대리만족을 만끽하는 것이다.
최종결승전에서는 N사 소속 챔피언 K선수가 B선수를 누르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였다. 환한 웃음으로 포효하는 승자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 이래서 이종격투기를 정직한 게임이라고 하는구나 싶었다. 선수가 반칙을 할 때는 주심이 가차 없이 열로 카드를 제시하며 바로 잡는다. 그리고 정해진 공간과 시간 안에서는 그렇게 죽기 살기로 뒹굴고,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며 싸우고, 또 싸우더니 시간이 종료되자 깨끗이 악수를 한다. 결국 우리네 삶도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인생이라는 무대 위에서 서서 온몸을 던지며 살아가는 것, 쓰러지지만 다시 일어나는 것, 그러다가 여기저기 상처가 생기지만, 그 상처로 인해서 더욱 강인해 지는 것.
원초적(?) 혈전에 대한 무한 공포로 떨던 나, 선수들의 숨소리와 땀방울 속에서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치열한 혈투를 보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맛보았다. 누가(?) 어떤 종목(?)이 더 강한가를 향한 끝없는 질문과 확인 욕구 또한, 인간의 본성이 아니던가?
승자는 패자에게 악수를 권하며 위로하듯 감싸는 모습이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감동적인 모습으로 닥아 왔다. 오늘의 승자에겐 실력이 한층 더 도약하길, 패자에겐 다음경기에는 꼭 우승하길 기원하며 경기장을 나섰다.
첫댓글 본능적인 몸짓,, 저도 함께 열광하고싶네여. 모르는 세계를 알게 되어 호기심이 생깁니다. 언제 함 저도 데려가 주세요.
나도 이종격투기를 따라 본 것 같아요. 글이 매끄럽구요. *^^*
저는 격투기 하는것을 보면 긴장해서 저절로 몸이 움추려져요 그래서 재미를 모르겠어요...그래도 버들언냐가 맛본 카타르시스 나도 시식하고 싶다요 ^^
그들의 땀방울이 몸으로 손으로 전해져 옴을 느꼈어요...첨엔 무섭기도 했지만 스릴넘치는 게 눈가리고 보는 재미도 좋았구요1..경기 끝나고 악수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엿 보게 되었어요..^^
휴~ ^,.^
토요일 5 시에 서울에서 국제 규모의 이종격투기가 열린다네요. 격투기 달인들이 한국에 많이 온다고 들었습니다. 저도 열심히 보려던 참입니다.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