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별꽃 비애
태초에 나는
하늘에서 빛나는 별이었어
비록 산속 한 귀통이 작은 풀밭
때로 행인의 발에 짓밟히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작은 풀꽃이어도
언제쯤 돌아갈 수 있을까
살랑이는 봄바람 불 때면
행여나 닿을까
발뒤꿈치 들고 두 팔을 펼쳐 보았어
세찬 바람 불어와
몸과 얼굴 찢기는 아픔 있어도
이 앙다물어 참고 버티며
온몸 흔들어 뛰어보고 날아보았어
햇볕 쨍쨍한 타는 날에도
오직 꿈 하나로 살아남았어
그러나 수많은 시간
수많은 날의 몸부림에도
여전히 땅 위 그 자리에 서 있을 뿐
꿈은 간절함 되어
가슴에서 목에서 쇳소리 나도록
울음을 토해내지만
쉬이 오를 수 없는 하늘
쉬이 될 수 없는 밤하늘의 별
아, 먼먼 하늘과 땅 사이
2. 마이크
작은 공간 큰 공간
따지지 않고
몇십 명이든 몇백 명이든
숫자에 상관 없이
기회가 올 때마다 무대에 오른다
첫 만남에서 매서운 이리의 눈
눈들이 눈에 뜨일 때는
호흡이 빨라지다 느려지다
조금씩 커져가는 떨림이
머릿속을 하얗게 색칠하고
낭패와 실망감이 가슴을 흔들며
활화산처럼 솟아오른다
그러나
사슴처럼 순한 눈
초롱한 눈들을 발견하거나
눈 깜짝할 새에 시간이 지나고
환호와 박수갈채 터지는 날은
분수처럼 쏟아지는 성공과 행복감
몇 날 며칠 천국을 여행하는 듯하다
하루, 한 달, 일 년을
불안과 행복의 시소를 타며
울다가 웃음 짓다가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오늘도 쉼 없이 달리는 무대 인생
3. 몽블랑 만년필
사랑해요
함께 해주세요
오늘도 숱한 고백 귓가에 들립니다
왜 하필 나를 사랑하시나요
깔끔하고 매력적인
외모 때문인가요
도토리 바람에 사르락거리듯
부드럽게 움직이는 나의 몸짓 때문인가요
고가의 몸값이라 옆에 두면 날개 솟구치듯
우월감이 흐르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크고 중요한 행사에
얼굴 들이밀며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흔적 때문인가요
외모만 보지 말아요
재산만 보지 말아요
두드러진 흔적은 생각지도 말아요
허영심으로 가득한 마음 버리고
영혼의 눈으로 보아주세요
나의 전부를 사랑해 주세요
진정 내가 걸어야 할 나만의 길
어렵고 힘든 순간에도
늙고 병들어도
함께 두 손 꼭 잡고
걸어줄 사랑은 어디 있나요
그 사랑이 바로 당신,
당신이면 좋겠어요
4. ♣김채선 시인 프로필♣
*시인, MC, 유튜버, 스피치 강사 등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주간함양 오피니언-김채선의 말말말 연재 중
*문학인신문 기자
*저서 : 시집 『가슴이 바스락거린다』
자기계발서 『말하기 능력이 스펙이다』 외 공저 1권
5.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