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찾아주시는 단골 손님 중에 효명고등학교 미리암 수녀님이 계십니다.
어느 날 우연히 책방을 들르신 이후 시간 날 때면 한 번씩 책방에 들렀다 가시는데요,
같은 학교에 근무하시는 신부님과 선생님들을 모시고 올 때도 있고 학생들을 데리고 방문하기도 하셨어요.
학생들을 사랑하고 귀히 여기는 수녀님의 모습에 항상 감동받곤 하는데요.
오늘도 동아리 학생들을 데리고 책방을 방문하셨습니다.
제게 가장 어려운 대상은 청소년입니다.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지금 이 친구들의 마음속엔 누가 살고 있는지 참 알기가 어려워요.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건 중학생들이에요.
책방에 와서, 책방지기 선생님한테 책이나 열심히 읽어라...라는 말을 듣고 돌아가는 것만큼 재미없는 일이 있을까요..ㅎ...그런 하나마나한 교훈이나 던지는 "꼰대"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최근에 제가 읽었던 좋은 책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저의 꿈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멋진 그림책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나마 고등학생들은 말이 조금은 통한다 여겨져요. 눈을 반짝이며 제가 들려주는 말이나 읽어주는 책에 관심을 보이는 표정속에서 그래도 지금 이 시간, 나와 교감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청소년 친구들이 학교를 벗어나 숲속에서, 자연의 향기를 맡고 돌아가는 길....책에 실린 한 줄의 글이라도 펼쳐 읽고 돌아가는 길...이 순간이 아주 잠시라도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평화로운 순간이길 바래볼 뿐입니다.
오늘은 <있으려나 서점> 이야기를 해보았어요. 최근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는 책이죠.
우리는 모두 책과 같은 존재라는 걸 읽어주었어요.
저마다 스토리가 있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그 속을 알기가 어려워요.
누군가가 나의 내면을 알아봐주길 기다리고 있지요.
좋은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 우리는 빛나는 순간을 공유하기도 하고요.
물체로서의 한계 수명은 있지만 우리들의 정신 만큼은 시대를 지나 이어져 갑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새로운 책과 사상들과 어린 새싹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두텁게 만들어 나가겠죠.
그래서 우리는 책을, 함께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겁니다.
그런 좋은 책들을 발견하고, 소개하고, 서로 만나게 해주는 책방지기의 일상은 또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요.
아아..요시타케 신스케, 이 작가 정말 멋집니다.
우리 청소년들도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되어주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