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토종민들레로는 ‘민들레’, 흰꽃이 피는 ‘흰민들레’, ‘산민들레’가 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 피어있는 대부분의 민들레는 귀화식물인 서양민들레이다.
민들레의 꽃말은
'감사하는 마음' 행복,진정한사랑입니다.
민들레 뿌리 / 도종환
날이 가물수록 민들레 뿌리를 깊이 내린다
때가 되면 햇살 가득 넘치고 빗물 넉넉해
꽃 피고 열매 맺는 일 순탄하기만
한 삶도 많지만
사는 일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치 않아
어느 해엔 늦도록 추위가 쿨러가지 않거나
가뭄이 깊어 튼실한 꽃은커녕
몸을 지키기 어려운 때도 있다
눈치 빠른 이들은 들판을 떠나고
남아 있는 것들도 삶의 반경
절반으로 줄이며
떨어져 나가는 제 살과 이파리들
어쩌지 못하고 바라보아야 할 때도 있다
겉보기엔 많이 빈약해지고
초췌하여 지쳐 있는 듯하지만
그럴수록 민들레는 뿌리를 깊이 내린다
남들은 제 꽃이 어떤 모양 어떤
빛깔로 비칠까 걱정할 때
곁뿌리 다 데리고 원뿌리를
곧게곧게 아래로 내린다
꽃 피기 어려운 때일수록 두 배
세 배 깊어져간다
더욱 말없이 더욱 진지하게
낮은 곳을 찾아서
민들레 / 이해인
은밀히 감겨간 생각의 실타래를
밖으로 풀어내긴 어쩐지 허전해서
차라리 입을 다문 노란 민들레
앉은뱅이 몸으로는 갈길이 멀어
하얗게 머리 풀고 솜털 날리면
춤추는 나비들도 길 비켜 가네
꽃씨만한 행복을 이마에 얹고
바람에게 준 마음 후회 없어라
혼자서 생각하다 혼자서 별을 헤다
땅에서 하늘에서 다시 피는 민들레
민들레 / 이정하
이렇게 헤어지면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그대, 이제 보내 드립니다
그동안 내 안에 갇혀 있었으므로
다시는 내게 갇혀 있지 않으려고
훨훨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시겠지만
기완 맘 먹었을 때
그대 보냐드리렵니다
그대 날 사랑하긴 했었나요?
날 보고 싶어하긴 할까요?
그런 생각마저 그대와 함께 보내려다
아아, 나는 문득
봄날 들판에 지천으로 흩날리는
민들레 홀씨를 보았습니다
보내고 나서야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저 가슴 아픈 사랑을
민들레 / 류시화
민들레 풀씨처럼
눕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를 떠다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