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나의 바다여
/ 이동주(뿌리깊은 나무)
커피,
물들지 않는 바다
원수의 칼날 금세 아물고
전함의 포성소리 가라앉는
물 위에 그어진 국경선
영웅들은 땅에 거주하고
바다는 너희들의 것이니
밤마다 고민하는 자들아
밀려왔다 밀려가는, 오직
시작도 끝도 없는 내게 오라
나는 시름도 근심도 불사르는
기록되지 않는 종교
어떤 지배도 군림도
허용하지 않는 수평선
뒤척이고 한숨짓고
몸부림칠 때마다
내게로 와서 마시라
거기는 낮은 자들이 모여 사는
하나의 물방울
깊이도 무게도 잴 수 없는
모든 물방울, 물방울
네 모든 비린내와 비늘을 씻겨줄
감미로운 아로마 욕조
나는 검고 속 깊은 블랙홀
퍼렇게 멍든 귀들아
너의 나이를 지우고
작은 눈물을 받아들이는
검은 노래를 들으라
가끔은
구름의 날들이 방문하거든
돛을 펴고 나아가라
바람부는대로 항해하라
검은 행진곡 되더라도
두려워하지마라
격정은 곧 사라지고
무지개 뜰 날 있으리니
나는 네 안에 너는 내 안에서
바다의 교향시로 연주되리라
커피,/ 젖지 않는 나의 바다여
마르지 않는 나의 향기여
*제5회 커피문학상 대상작(현대시문학 주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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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나의 바다여/이동주(뿌리깊은 나무)
박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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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6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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