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를 짓누르는 차가운 권력은 그것을 끌어안는 따뜻한 공통된 힘에 굴복한다.
[시민포커스=조한일 기자]
공통분모
박희정
공통분모 찾는 일은 삶의 구도 넓히는 일
쾌락을 덧쌓으며
사유事由를 바라보며
너와 나, 희미한 경계 폭넓게 긋는거다
밑면이 넓어지고 가장자리 둥글어질 때
눈빛 촉촉해지고
발길 더 깊어져
언저리 서성댄 상처, 따습게 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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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한 곳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한 시력視力은 다분히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다. 익사 위기에 처한 바닷물 속에서 산소마스크를 나눠 쓰듯 시력을 서로 나눠 준다면 그곳에 가닿는 ‘너와 나’는 이제 또 길을 잃어도 좋다. 그 길을 같이 찾아 나서는 일은 전혀 벅차지 않아도 가슴 떨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우리가 밟고 있는 분모의 규격에 따라 삶의 질과 성격과 방향이 애당초 갈린다. 또 게임의 규칙에서 허용되거나 눈감아 주는 “어드벤티지”가 난무하고 혹은 “출발선”이 다른 “계층”들의 선점先占이 비일비재하다. 분모들의 각축장에서 분자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가로, 세로, 중량과 생김새가 재단된다.
‘공통분모 찾는 일은 삶의 구도 넓히는 일’이라는 시인의 평범하지만, 집약적인 표현대로 우리는 타인과의 괴리를 봉합하고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순례길의 행인들일지 모르겠다. 같이 심장이 뛰고 같이 피가 거꾸로 솟을 수 있는 그 ‘공통분모’는 머리에서 오는 것이 아니고 가슴에서 우러나온다. 머리는 분자이고 가슴은 분모인 까닭이다.
내가 허물어지고 무너져도 나를 일으켜 세워 주고 때론 그 반대 역할을 서슴지 않는 ‘너와 나’의 ‘희미한 경계’를 비무장, 무방비 상태로도 같이 갈 수 있는 ‘사유’事由는 얼마든지 있다.
‘이쯤 해서 딱 부러지게 한마디 해야겠다. ‘언저리’는 “인저리 injury”다. 언저리 = 인저리. 그러니까 세상의 어두운 골목 격인 ‘언저리’는 말하자면 상처 즉 injury다. 사람들이 사는 곳 어디 든 이것이 ‘공통분모’이어야 한다. 팔이 없어 안을 수 없는 상처를 시인의 말처럼 ‘따습게’ 안아 ‘상처’의 등을 어루만져 주는 손의 힘은 부드러우면서 강하다.
상처를 짓누르는 차가운 권력은 그것을 끌어안는 따뜻한 공통된 힘에 굴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