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인은 망하고~
시편 37:7-17
7. 고요하게 지내라, 야훼만 믿어라. 남이 속임수로 잘된다고 불평하지 마라.
8. 화내지 말고 격분을 가라앉혀라. 불평하지 마라. 자신에게 해로울 뿐이다.
9. 악한 자는 망하게 마련이요, 야훼를 기다리는 자 땅을 물려받으리라.
10. 조금만 기다려라, 악인은 망할 것이다. 아무리 그 있던 자리를 찾아도 그는 이미 없으리라.
11. 보잘것없는 사람은 땅을 차지하고, 태평세월을 누리리라.
12. 악한 자, 이를 갈며 의인을 모해하려 할지라도
13. 야훼, 그 끝남을 보시고 비웃으신다.
14. 올바른 사람을 목 조르고, 가난하고 약한 자를 쓰러뜨리려고 악한 무리 칼을 빼들고 활을 당기지만
15. 제 칼에 염통이 터지고 활은 부러지리라.
16. 악한 자들의 많은 재산보다 의인의 가난이 더 낫다.
17. 악인의 팔은 부러지지만 착한 사람은 야훼께서 붙드신다.
전세계 코로나 확진자가 3,000만 명을 넘어서고 사망자도 1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코로나 대유행은 멈출 줄 모르고 확산일로에 있습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국민들이 패닉에 빠져있는 요즘 보수정치권과 언론, 교회 일각에서는 국민을 위협에 빠뜨리는 정쟁과 방역 방해 사태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딸의 표창장 문제로 조국 전 법무장관과 가족을 무차별 폭격했던 야당과 언론들이 이번에는 추미애 법무장관을 타겟으로 올인하고 있습니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과 언론, 그리고 야당의 총공세는 자신들의 비리를 파해칠 공수처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조국 사태를 이용하여 21대 총선에서 승리하고 여세를 몰아 대통령 탄핵까지 가겠다는 의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촛불들의 역풍으로 이들의 기도는 무산되고 총선에서도 크게 참패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검찰개혁을 이끌고있는 추미애 장관에게 조국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병사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병가연장을 빌미로 추미애 장관에 대한 야당, 언론, 검찰의 총공세는 가련하기까지 합니다. 이중 특히 수구 언론들의 허위보도, 여론조작은 금도를 넘어선 국민 기만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번 추장관에 대한 공세는 광화문 발 코로나 확산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지우고, 부모 찬스라는 불공정 프레임으로 전환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있습니다. 보수 야당과, 일부 교회 또한 이를 통해 대정부 투쟁의 전세를 가다듬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부 교회는 코로나19를 하나님의 심판으로 주장하며 방역당국의 비대면 예배 요구를 교회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몇 개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광주광역시의 한 교회는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교회발 코로나 환자의 급증으로 3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였습니다.
출석 교인 2천명인 이 교회의 목사는 "지금 예배 못 드리게 하는 건 교회 말살 정책이다. 목숨 걸고 싸워야 한다." "천주교 미사, 불교 모임은 금지하지 않고 있다. 참으로 이해가 안 된다. 8·15 집회에서 코로나19가 많이 나왔는데, 모든 걸 교회 프레임으로 건다. 핍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방역 수칙을 잘 지키는 교회를 타깃으로 삼고 핍박하고 있다”며 대면 예배를 강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교회 목사는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면서 기독교 말살 정책을 펼치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영적인 문제이다. 차별금지법, 동성애 통과되면 한국교회는 죽는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감리교의 모 연회 감독은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 시행 기간이었던 9월 11일, 대면 예배를 20일부터 진행하라는 서신 형식의 공문을 소속 교회들에 보냈습니다.
이 서신은 "교회들이 명령에 맹종하는 정부 하부 기관으로 전락 되고 말 것이다. 우리에게 예배를 '드려라', '드리지 말라' 명령하실 분은 오직 창조주이시고 구원자이신 우리 주 하나님 한 분뿐이다"라고 썼습니다. 16세기 페스트로 수많은 사망자가 나왔지만, 당시 종교개혁 지도자들은 교회 문을 닫지 않고 예배와 기도를 계속했다는 내용도 덧붙였습니다.
또 서신에는 대면 예배를 통해 발생하는 법적 책임은 감리회가 공동으로 책임지겠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확진자가 나와도 잠시 예배당 문을 닫고 방역한 후 다시 예배하면 된다고도 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의 교회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습니다. 대면 예배 금지 조치가 내려진 후에도 대면 예배를 실시하다 생겨난 집단 감염입니다. 15일 방역당국은 이 교회에서 12일 첫 확진자가 나왔고 15일 12시까지 9명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개신교의 이러한 모습 뒤에는 교계 언론이 숨어 있습니다. 그동안 교계 언론 중 다수는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전광훈 목사와 태극기 집회를 내놓고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감염병을 정치 이슈화하며, 온갖 음모론을 퍼뜨린 전광훈 목사(사랑제일교회)의 메시지가 타당한 주장인 것처럼 포장하였습니다.
이 매체들은 방역을 적극 방해하고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와 그에게 동조한 개신교인들은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지만, 나팔수가 됐던 언론들은 오히려 영향력과 수익을 챙겼습니다.
광화문 집회 이후 교회들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정부가 수도권 지역 교회에 '비대면 예배' 조치를 내리자, 이 매체들은 '종교 탄압' 프레임을 주장하는 교회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보도했습니다.
이 언론들의 수법을 보면 기사보다 영상을 주로 활용했습니다. 뉴스앤조이 기사에 따르면 7월 30일부터 9월 9일까지 <크리스천투데이>는 유튜브에 극우 인사 관련 영상을 50편 올렸고, <기독일보>는 32편을 올렸다고 합니다. 거의 하루에 1~2편씩 영상을 게재한 셈입니다. 이들은 현장 집회나 인터뷰를 라이브로 생중계하고, 이를 다시 편집해 여러 편집본으로 나누어 유튜브에 게시하였습니다.
이번 개천절에도 보수 진영은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경찰은 집회를 불허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수단체들은 8.15때처럼 행정소송을 불사한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13일 기준으로 신고된 집회 수는 69건에 이릅니다. 10월 3일 개천절에는 8개 단체가 32건의 집회를 신고 하였습니다. 10월 9일 한글날에도 6개 단체에서 16건의 집회를 열겠다고 합니다.
경찰은 오는 개천절과 한글날 열리는 집회에 대해 집결 단계부터 차단하고 해산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서울시도 코로나 확산 예방을 위해 10인 이상 집회 금지조치를 10월 11일 자정까지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 대표가 개천절 집회를 3.1 만세운동에 비교해 비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1919년 스페인 독감 와중에도 3.1 만세운동에 나섰던 선조님들이 생각나 죄송스러움조차 느낀다는 발언을 해 개천절 집회 옹호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민주당 이수진의원은 지난 14일 ‘전광훈 방지법’으로 알려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였습니다.
개정안은 정부의 역학조사나 감염병 방역 조치를 방해할 경우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또 그로 인해 발생한 국가 경비 손해액의 3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해방 75년, 박근혜 탄핵으로 촛불정부가 세워진지도 3년이 더 지났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적폐청산과 개혁 과제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적폐의 세력이 견고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는 것입니다.
해방 이후 미군정을 통한 친일 세력의 부활과 지배는 우리 역사 속에 가장 비극적인 일입니다. 이승만 정권은 친일 세력을 비호하며 독립운동가들을 탄압했습니다. 김구, 여운형 선생의 암살과 반민특위 해체가 그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일제 말기의 교회는 어떠했습니까? 대다수의 교회가 하느님께 복종하는 대신 일제에 굴복했습니다. 스스로 일본 교회 들어갔습니다.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신앙을 지키려는 이들을 교회에서 쫓아내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들이 잘 아는 주기철 목사님(1897~44년) 이야기를 잠깐 해 볼까요. 목사님은 1936년 평양 산정현교회에 부임합니다. 부임 후 그는 신사참배를 계속 거부하다 체포되어 지독한 고문을 당합니다. 목사님뿐만 아니라 사모님과 어린 아들도 끌러가 고통을 당합니다.
산정현교회가 속한 평양노회는 목사님과 가족을 감싸기는커녕 일제의 앞잡이가 되어 목사직을 파면하고 가족들을 엄동설한에 교회 사택에서 쫓아냈습니다. 그리고는 끝까지 주기철 목사님을 따르며 지지한 산정현교회를 1940년에 폐쇄해 버립니다.
악한 자들의 궤계에 맞서 끝까지 야훼만 바라보았던 의인 주기철 목사님은 해방 직전 44년 4월 21일 밤 9시에 고문 후유증으로 옥중에서 순교하셨습니다.
이런 일들은 당시 교회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고 대부분의 교회는 탄압을 피해 일제에 순응하였습니다. 교회 지도층들은 일제 앞잡이 역할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저는 목회를 하면서도 왜 악인이 권세와 부를 누리고, 착하고 의로운 사람은 어려움을 당하는지 종교적 해답을 찾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다 불교 경전인 법구경을 읽으며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악한 자들이 잘되는 것은 아직 그 악의 열매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며, 선한 자들이 고통을 당하는 것은 아직 그 선의 열매가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 열매가 모두 익으면 그 열매를 예외 없이 각자가 모두 따먹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후 시편을 읽으면서 같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장을 발견하였습니다. 시편 37편입니다.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갔던 것이 새삼 마음에 와 박혔던 것 같습니다.
“악한 자가 잘된다고 불평하지 말며 불의한 자가 잘산다고 부러워 마라. 풀처럼 삽시간에 그들은 시들고 푸성귀처럼 금방 스러지리라.” 37장 1-2절 말씀입니다.
7절에서 10절의 말씀은 이렇습니다. “남이 속임수로 잘된다고 불평하지 마라. 화내지 말고 격분을 가라앉혀라. 불평하지 마라. 자신에게 해로울 뿐이다. 악한 자는 망하게 마련이요, 야훼를 기다리는 자 땅을 물려받으리라. 조금만 기다려라, 악인은 망할 것이다. 아무리 그 있던 자리를 찾아도 그는 이미 없으리라”
악하고 불의한 자는 조금만 기다리면 틀림없이 망하게 된다는 메시지입니다.
또 11절부터는 악한 자들이 의인을 모해 하려 하지만 그들의 말로를 아시는 야훼께서 비웃으신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시편 기자는 ▲악한 자들은 이를 갈며 의인을 모해 하려 한다 ▲악한 무리들이 올바른 사람을 목 조르고, 칼을 빼 들고 활을 당기며 가난하고 약한 자를 쓰러뜨리려고 한다 ▲하지만 야훼께서는 그들의 끝남을 보시고 비웃으신다 ▲악인들은 제 칼에 염통이 터지고 활은 부러지고 말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또 악인들에게 한없이 당하기만 하는 의인들과 약자들에 대해서는 ▲땅을 차지하고, 태평세월을 누리리라 ▲악한 자들의 많은 재산보다 의인의 가난이 더 낫다 ▲악인의 팔은 부러지지만 착한 사람은 야훼께서 붙드신다 ▲악인들이 기승을 부리고 레바논의 송백처럼 높이 솟은 것을 내가 보았지만, 다시 지날때에는 흔적도 없었고,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죄인들은 모두 멸망하며, 악인들의 후손은 끊어지리라고 노래하고 있습니다.
결국 의인과 약자들은 태평성세의 복락을 누리게 되고, 악인들은 멸망을 넘어 후손까지 끊어지리라 경고하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흠 없고 죄 없으신 주님이 우리를 죄에서 구원하고 영생을 얻게 하려고 십자가 희생을 자처하신 것입니다. 십자가에 달리심으로 주님은 우리에게 하나님 사랑의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남긴 새 계명은 "서로 사랑하라"(love one another)는 것입니다.
마태복음 22장에 한 율법교사가 예수의 속을 떠보려고 어느 계명이 가장 큰 계명이냐고 물어왔습니다. 예수님의 대답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가는 계명은 ‘네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뜻을 다하여 주님이신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둘째 계명은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입니다. 예수님은 이 두 계명이 모든 율법과 예언서의 골자라고 하셨습니다.
요한복음 13장에는 최후의 만찬 이야기가 나옵니다. 만찬이 끝나고 가롯유다가 자리를 뜨자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새 계명을 일러 줍니다. 34-35절에 있는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는 말씀입니다.
최후의 만찬 후 겟세마네 산에서 예수님은 가롯유다의 밀고로 체포되고 십자가에 달리시게 됩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지금 이 땅의 교회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습니까? 과연 예수님의 뒤를 따라 세상 죄를 지고 십자가의 길을 가고 있습니까? 아니면 하나님과 이웃, 자연을 사랑하며 살라고 하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있지는 않는가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우리 국민들은 불이익과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교회가 교회탄압을 운운하며 불법 집회를 주도하고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로 인류의 운명이 풍전등화인 이때 우리 교회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자연과 이웃을 사랑하는 일에 스스로 십자가를 져야 하지 않을까요?
이 엄정한 시국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또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애쓰며 이웃사랑을 실천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길 축원합니다.
<2020.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