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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도 엇인 밧 제지는 거주, 게난 깝 하영 안 줘.(출입구 없는 밭 제지는 거지, 그러니까 값 많이 안 줘.)
② 튼 쉐라도 먹음 르민 제지는 건 실이주.(같은 소라도 먹성 짧으면 제지는 것은 사실이지.)
③ 썰 코타졋덴 멍 제진 거난 깝 호리보멍도 사진 아녀.(조금 코가 떨어졌다고 하면서 제진 것이니 값 호리 보면서도 사지는 않아.)
④ 거 헐리 나게 지 말라, 제진다.(거 헌데 나게 하지 마라, 제진다.)
예문 ①은 ‘출입구 없는 밭은 제지는 것이니 값 많이 아니 준다.’는 말이다. 이는 농자천하지대본인 시절, 밭이 최고의 재산 가치를 형성할 때 자주 들었던 말로, 출입구가 없기 때문에 남의 밭으로 지나다녀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니 제값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차라도 지나가려면 출입구가 있는 밭 임자에게 ‘콥이여 발이여’(간절하게 비는 모양) 하고 빌어야 출입이 자유로웠다. 여기서 ‘도’는 필요한 때 열거나 허물어서 드나들게 된 출입구를 말한다. 그러니 ‘밧도’는 사람이나 마차가 밭으로 출입하기 위해서 밭담을 헐고 내는 출입구를 말한다.
예문 ②는 ‘같은 소라도 먹성 짧으면 제지는 것은 사실이다.’는 뜻으로, 먹성이 좋지 않으면 제값을 받을 수 없다는 말이다. 잘 먹어야 힘도 세고, 잘 자라 밭갈이하거나 팔려고 할 때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먹성 좋은 소를 선호했던 것이다.
예문 ③은 그릇 따위에 ‘코 조금 떨어졌다고 하면서 제진 것이니까 값 호리 보면서도 사지는 않아.’ 하는 뜻이다. 여기서 ‘코타지다’는 ‘그릇이나 단지 따위에 돋친 뾰족한 부분이 쪼개져 떨어지다.’는 말이며, ‘호리보다’는 ‘물건을 제값보다 밑으로 보거나 평가를 낮게 하다.’는 뜻으로, 한자어 ‘호리’(毫釐-아주 적은 분량)에서 온 말이다. 결국 예문 ③은 ‘제값보다 낮게 평가하면서도 사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예문 ④는 ‘그것 상한 자리 나게 하지 마라, 제값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 ‘헐리’는 표준어 ‘헌데’ 곧 상한 자리를 말한다.
어떤 물건을 제대로 평가하고, 또 그렇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은 덜어내는 요소가 없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덜어낸다면 그게 곧 ‘제지는’ 것이니 있는 그대로 임하면 된다. 스스로 덜어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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