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스 바로통

[화각인김준권]

<검정의 화려함>

펠릭스 발로통(Félix Vallotton)의 목판화는 과감하고 파격적인 면 구성과 유려한 선들의 궤적이 어우러져 판의 완전한 세계를 이룬다. 이 간단한 흑백의 그림에 예술가는 명암과 원근 그리고 형상과 질감, 심지어는 소리와 냄새까지 포획하였다. 검정은 이 모든 것을 담아낸 유일한 색이자 그 외 모든 것을 걸러 보낸 그물과 같다. 이 작품을 1분간만 고요히 들여다 보시라. 단언컨대 검정이 더 이상 검정으로(만) 보이지 않으리라.

Félix Vallotton, La paresse, 1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