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국가에 경고 "레드라인 넘지 말라"..新냉전 기류
푸틴 "對러 도발은 서방의 스포츠..비대칭적으로 단호히 대응할 것"
美·동맹국 '정글북 왕·아첨꾼'에 비유..제재 동참한 동유럽 겨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성채윤 인턴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에 무더기 제재를 가하고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을 향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했다.
2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모스크바 ‘마네슈 전시홀’에서 열린 연례 대(對)의회 국정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러시아에 비우호적으로 도발하는 것이 새로운 스포츠처럼 됐다”며 “누구도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이른바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선한 의도를 무관심 또는 약점으로 인식하고 관계의 다리를 끊어버리려고 한다면 (러시아는) 단호하고 신속하며, 비대칭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압박하는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을 영국 소설가 러디어드 키플링의 소설 ‘정글북’에 나오는 왕 ‘시어칸’(호랑이)과 아첨꾼 ‘타바카’(승냥이)에 비유하며 강하게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90분 가량의 연설에서 러시아의 코로나19 대응과 복지 개선, 경제 발전 계획 등을 주로 언급했지만, 후반부에 서방 세계를 향한 강도 높은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은 나발니, 우크라이나 상황 등으로 러-서방 ‘신냉전’ 기류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외교관에 추방 명령까지 내리는 등 대(對)러시아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이자 푸틴 대통령이 경고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 15일 미국 정부가 러시아가 지난해 미 대선에 개입하고 연방정부를 해킹했다며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하자 우크라이나,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도 러시아 압박 전선에 동참했다.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푸틴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대해 “개인적으로 말한 것에 반응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성채윤 (chaechae@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