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용 삐용 삐요용 꾀꼬리 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지는 산돌 운동장에서 아이들은 아침부터 땀을 뻘뻘 흘려가며 뛰어노느라 바쁜 나날들입니다. 어느새 신록이 우거져 훌쩍 여름이 와버렸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그늘속으로 들어가면 상쾌한 바람을 느낄 수 있어 다행입니다. 차양막 그늘 아래 모래놀이에 여념이 없는 여자 아이들과는 다르게 남자 아이들은 운동장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재빠르게 뛰어다니며 잡기 놀이 삼매경입니다. 어느새 갈색으로 탄 이마 위로 땀이 물줄기처럼 주르륵 흐르고 머리카락도 흠뻑 젖어버렸지만 도대체 멈추지를 않습니다. 급기야는 다섯 살 하진이가 지쳐버린끝에 울먹이는 얼굴로 선생님에게 " 선생님! 너무 힘든데 의준이 형이 자꾸 뛰어요!" 하소연합니다.누가 쫒아다니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형들이 뛰니 다섯 살 하진이와 주혁이도 거의 울면서 쫒아 뛰어다닙니다. 안돼겠다 싶어서 선생님이 하늘 끝까지 흥분도가 올라간 여섯 살들을 억지로 그늘 속으로 들어가 놀게 하고 나서야 하진이의 끝없는 달리기가 겨우 멈출 수 있었습니다. 엉덩이가 커져서 유아용 변기가 불편해졌다고 투덜거리는 쌍둥이들도 부쩍 커졌고 하진이는 선생님 도움 없이도 사래 들리지 않고 밥을 잘 먹게 되었습니다. 주혁이는 어느새 키가 쭉 늘어나 선생님이 귀여운 다섯 살 박주혁이 대신 멋진 형님 박주철군이 왔다고 놀리니 쑥스럽게 웃으며 도망칩니다. 하온이도 계단 밑에서 엄마와 작별하고 누나와 씩씩하게 등교하여서 폭풍 칭찬을 들었습니다. 생일이 빠른 주안이와 의준이는 선생님 눈을 피해 짖궂은 장난을 하려고 벌써부터 꾀를 씁니다. 라엘이는 일곱살 나엘이가 하는 한글 공부가 너무나 부러워서 한글 공부하는 나엘이와 선생님 뒤를 기웃거립니다. 나엘이는 이제 한글 원리를 거의 깨우쳐 받침 없는 글자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계절이 바뀌며 세월이 잘도 흐르듯이 산돌유아선교원 아이들의 몸과 마음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