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열다 - 시인 제정례 칠흑같이 검은 밤의 빛이 되어 피안과 차안의 경계 넘어 제 길 찾아
꽃눈 끼고 오는 봄
어느새 입춘 입춘은 태양의 황경이 315°에 와 있을 때로 봄의 절후를 말한다. 입춘은 새해를 상징하는 절기로 여러 가지 민속행사를 가지기도 한다. 흔한 것으로는 각 가정 대문기둥이나 대들보, 천장 등에 좋은 글귀, 즉 입춘첩을 써 붙이는 것이다. 봄이 온 것을 축하하거나 기원하는 입춘첩 문구는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이기를 바라는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같은 것을 들 수 있다.생에 겨울만 계속되면 강철 같은 의지를 가진 이도 견디지 못할 것이다. 이제 안 되겠다. 포기해야지 하면 어둠을 뚫고 피안과 차안의 경계를 넘어 꽃눈을 틔고 있는 봄이 성큼 다가온다.저 지독한 어둠 속에서도 어느새 이미 움튼 봄을 그 누군들 거역할 수 있겠는가. 생명은 죽음조차 이기지 못한다. 지난해는 참 힘들었다. 지난 어둠은 참 혹독했다. 그래서 새 봄이 오는 길목이 더욱 감격스럽지 않은가. 또 새 봄이 온다. 절망이나 어둠이나 고난이나 수치나 욕됨이나 그 어떤 것이든지, 다 지나간다. 희망은, 봄은 누구 말처럼 참 힘이 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