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는 중간고사기간

안녕하세요, 전후시연구입니다.   명절 즈음에 초등학교 동창으로 보이는 회원님이 글을 남겨서 반가웠는데   아직까지도 연락이 오지 않네요. 아쉽습니다. 뭐 어디선가 만날 날이 있겠지요.     중간고사 시즌인가 보군요.   전 대학원생이라 학부 중간고사 기간에는 쉽니다 랄랄라~   우리 카페에서 대학생이신 분은 얼마 없겠지만  학과사무실에서 감독배정메일이 날아와서 한번 주저리를 써봅니다.    음, 하고 싶은 이야긴 이게 아니었고...   정기적으로 시험감독을 들어가보면   제가 학부를 다니던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군요..     혹시 몰라 컨닝(!)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봤지만   요즘은 그런 불량감자들이 잘 없더라구요    제가 학부 다닐 때 교양과목 시험을 보는데   야구모자를 쓰고 챙 밑에 컨닝페이퍼를 붙여가지고 와서   시험 보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핵심 키워드들을 칠판에 써놓고 (분필용 칠판이었음)   그걸 슥 지워서 칠판에 남은 흔적을 보고   쓰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같이 시험 보는 사람은 그 행태를 보면 대단히 짜증이 나지만  시험감독에게는 말하지 않죠... 얼굴 붉히고 싸울까봐...    하지만 그 사람들 성적은 얄짤없이 D가 나오거나   아니면 권총을 맞고 갑자기 사라지기도 했지요   아마 다른 수강생들이 담당교강사에게 말을 해서   재시험을 치게 만들었겠지요   (요즘은 가방을 옆자리에 올려놓고 그 안으로 핸드폰을 거치해서    살짝살짝 보는 경우도 많다더군요)     (과마다 컨닝 레전드 비법이 비밀리에 유전되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별의 별 양심불량자들을 본 기억이 있어서   시험감독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그런 사람들을 찾아봅니다.   야구모자를 쓰고 온 사람이 없나  칠판과 각 책상은 깨끗한가   가방이 책상에 올라와있지 않은가  시험지를 책상 가장자리에 밀어놓고 쓰지는 않는가...   손바닥까지 검사하지는 않습니다 ㅎㅎ    시험 감독을 하다보면 제일 난감한 것이   응시생이 화장실을 요청할 경우입니다.   그러면 예외상황을 위해 대기중인 다른 조교가 달려오지만  건물 간 거리가 먼 경우 5분이 넘게 시간이 지나가기도 하고  그러면 그만큼 시험시간을 까먹게 되니까요.   요즘은 시험 시작 10분 전에 이미 다들 와서 공부를 하던데   제가 화장실 미리 다녀오라고 꼭 말을 해도   시험 도중에 손 드는 사람이 있더군요 ㅡㅡ;   하지만 생리적인 일이고 예고 없이 찾아오는 일이라서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요...    그 다음으로 난감한 건   응시생의 휴대폰이 울리는 경우...   고등학교 시험이나 수능에서 휴대폰이 울리면 그대로 망하지만   대학교 시험에선 약간 유도리가 있습니다.   알람이 울리기도 하고 카카오톡이 울리기도 하죠   그러면 해당 학생에게 휴대폰을 끄라고 하고   시험을 재개합니다.   (물론 얄짤없이 시험지가 피자처럼 8등분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 다음 다음으로 난감한 건   질문이 들어오는 경우...   제가 시험을 출제한 게 아니기 때문에   담당 교강사를 호출해야 하는데   오시면 다행이지만 다른 수업 때문에 못 오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로 문제 자체가 이상한 경우는 없고   문제에 딸린 '조건부'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   '이내'와 '내외'가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난감한 경우는 뭐냐면   아무리 봐도 문제에는 결함이 없고 답이 뻔히 나를 보고 있는데   문제가 이상한 것 같다고 우길 때...   특히 예를 들면 3번과 4번 모두 답이 되는 거 아니냐고 말할 때...   (답은 4번이고 3번은 전혀 아닌데...)   대단히 난감해집니다.   학생의 눈은 타짜처럼 제 눈동자의 가벼운 떨림까지 뚫어보는 것 같고...   표정 관리가 잘 안 되기도 하지요...   저 같은 경우 "문제는 멀쩡하다"고 말하고 뒤돌아서서 갑니다만  한 몇 분 있다가 다시 그 친구 쪽을 슥 지나가면서 보면  정답을 골랐더군요...   동공을 읽혔던 걸까요...?     어느 시험이든 금메달리스트가 있습니다.   시험 시작 10분 만에 답안지를 제출하고 휭 사라지는 사람들...   해독 불가능의 악필로 날려쓰고 가거나   아니면 사랑과 정성을 담은 편지를 쓰고 갑니다   시험감독은 심심하기 때문에   선생님을 사모하는 학생의 수줍은 마음이 담긴 기록을  천천히 읽어봅니다 히히   (가끔 슬픈 편지도 있습니다.)     금메달리스트가 있다면 역시 최후의 기사도 있습니다.   사실 시험이라는 경쟁의 공간에서 금메달리스트는 이런 분들이죠   계속 시험지 추가를 요구하면서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들을  꼼꼼하게 서술하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제 학부 시절을 보는 것 같아서...    서술형 시험의 경우 글씨체가 중요하기도 합니다.   한 번은 어떤 시험지를 살짝 봤는데   눈을 의심할 정도로 아름답고 정교한 글씨가 있더군요.   서술형은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해 답안을 서술하면서   각자 습득해온 지식을 잘 정리해서 논증하다가   마지막에 멋있게 결론을 내려야 하기 때문에   채점자 입장에서는 '글의 흐름'을 제일 우선적으로 봅니다.   물론 여기서의 '흐름'은 내적 정합성이 잘 맞는지   논리의 비약이 없고 정확한 준거를 사용했는지 등인데   정자체로 씌어진 문장이 주는 외적이고 형태적인 요소도   무시하긴 어렵지요...     가끔 실내가 더우면 앞문을 열어놓고 시험을 치르는데   문 앞에 웬 학생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시생인가 싶어 그래도 시험보러 들어오라고 말해주면  애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역시 금메달은 사랑의 힘인가 봅니다.   그리고 이정도면 환기가 됐다는 감독의 말과 함께   문은 닫힙니다. 그 친구의 사랑이 더욱 애타고 깊어지도록 만들어주고 싶어서...    째깍째깍... 시험이 2분 정도 남았을 때   대체로 최후의 기사들 중엔   아직까지도 혈투를 계속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제 그만 정리좀 해주세요...라고 해도   계속해서 적을 썰어넘기느라 정신이 없지요.   화려한 그들의 검법을 보면서   가끔은 시간을 잊기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시험 응시생 입장에서 제일 부러운 건 시험 감독이더군요   한가로워보이니까요...   수능 때도 그랬고 대학에서 시험 볼 때도 그랬고   석사 시절에 학위자격시험을 볼 때도 그랬습니다.   시험 감독들 왜 그리 한가롭게 슬렁슬렁 걸어다니는지...   그래서 짬이 좀 올라간 다음 논문 시험을 치를 때   후배가 시험 감독을 들어오면 이것저것 시키기도 합니다   손을 들면 알아서 시험지를 한 장 갖다 주더군요   두 장을 갖고 오면 일단 한 장만 받습니다   이따 또 부르려고....ㅋㅋㅋㅋㅋ  저도 한때 최후의 기사였었고   엄청난 서술의 분량을 자랑하던 공장장이었기 때문에   (뭐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시험지가 한 5장 정도 넘어갈 때 쯤이면   "거 고만 좀 쓰쇼" 귓속말을 듣기도 하죠    물론 최후의 기사라고 다 승리를 거두는 건 아닙니다.   비효율적인 전투를 치르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죠   심장을 찌르면 죽는 몬스터를  심장만 남겨놓고 썰어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 주저리는 여기서 끗    <div> </div><div style="color: rgb(0, 0, 0); font-family: dotum; line-height: 1.8;">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