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코로노 우사노 스테도코로..”
“눈물은 내 것인데 네가 흘리느냐..”
할머니의 구슬픈 노래가 희미하게 들렸다.
‘내 마음의 우울함을 버리는 곳’ 정도로
직역되는 일본의 옛 노래다
마당가에 핀 국화꽃잎엔 밤이슬이 방울방울
맺히고 소리 없이 쌓이는 월색을 깔고 앉은
새색시 같은 할머니의 엉덩이가 슬펐다.
국화가 피면 할머니는 식구들이 잠든 새벽
가만히 나와 창백한 꽃잎을 어루만지며
알아들을 수 없는 슬픈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할머니에게선 홍시 같은 술내가 났다.
할머닌 26살 나이에 42세 할아버지에게
서모로 왔고 2년 후 어머니가 시집을 왔다.
어머니보다 4살 많은 할머니는 어머니보다
더 젊었고 나는 할머니를 어머니로 알았다.
한창 젊은 나이였지만 아이를 갖지 못하는
할머니는, 시새움에 서러운 할머니는 내가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아들처럼 키웠다.
빨아도 빨아도 나오지 않는 국화꽃처럼 발간
젖꼭지를 물리고 우는 아기를 달래기 위해
밥물을 받아 먹였다.
잠도 할머니 방에서 자는 내게 어머니는
남의 엄마처럼 할머니 몰래 젖을 물리곤 했다.
그때마다 어머니의 눈물 섞인 젖은 짭짤했고
내가 어려서부터 몸이 약했던 것은 그 때
젖배를 곯았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소문난 미인이었다.
그와 관련하여 마을 여인네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일본군 정신대에
끌려갔다 왔기 때문이라는 것과, 일본 사람과
결혼하여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태평양 전쟁 때 폭격으로 남편과 아들을
잃었다는 이야기였다.
이러저런 어수선한 생각으로 가득 찬 날들은
우리집 맑은 하늘에서 소나기가 뿌려졌고
나는 할아버지의 축음기에 알아들을 수 없는
일본 노래 SP음반을 올렸다.
음악이 나의 불안을 평온의 바다로 데려가던
어느 날 할머니는 종이 상자에서 흑백 사진
몇 장을 꺼내고, 할머니의 가슴 속에서
아무렇게나 흘러 다니던 눈물 한 방울이
천천히 일렁이기 시작하며 검푸른 현해탄이
파도치기 시작했다.
일본 전통 옷들을 입은 사진 속 20대 초반의
할머니는 참으로 예뻤다.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조선 사람과 일찍 결혼해 일본에서 살다가
전쟁 막바지 폭격을 피해 귀국길에 오르던
중 비행기 공격으로 배가 침몰했다고 했다.
혼자 구조된 할머니는 부산에 몇 년 머물며
혹여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할아버지를 만난 것과, 본
남편은 어딘가 살아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내가 궁금해 했던 정신대와 아들 이야기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풀리지 않는 것은 할머니가
자주 술을 마시는 것과, 밤이면 몰래 마당이나
들에 나가 들꽃 앞에 앉아 꽃잎을 쓰다듬으며
“우리 아가 예쁘다, 참 예쁘다..”
하면 꽃잎에선 눈물이 주르르 흐르고
걱정이 되어 따라 나온 나를 할머니가 껴안고
밤새워 우는 것이었다.
그 후 할머니는 아기 신 내림을 받고는 더 이상
밤에 혼자 우는 일은 없어졌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따로 읍내에 집을 마련해
나가시던 날 아직 초등학생인 나에게
“너는 삼십포 다리 밑에서 주워온 아이란다.”
씩 웃으며 내게 건넨 할머니의 말은
족보 속 힘의 질서를 정의하는 영감의 한 마디
였고 지금까지도 내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
-계속
-글 배홍배
*미소라 히바리는 일본 가요 사상 가장 인기있는
가수로 35년 정도 가수 활동을 하면서 노래를
8000곡을 냈다(일본 기록).
우리나라의 이미자와 비슷한 가수로 제일 교포로
알려져 있으나 일본에서는 본인이 직접 조선인
이라는 말을 한적이 없어 이를 부인하지만,
가수가 조선인이라 밝히면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선인임을 스스로
밝히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여러 정황과 그의 부친이 직접 자신은
조선인이라는 말을 관계자들에게 한 것
등으로 제일교포로 받아들이는 것이 대세다.
마지막 은퇴식(50세) 때 부른 영상으로 52세에
폐렴으로 세상을 떴다.
이곡을 작곡한 일본 엔카의 비조 고가 마사오도
8살에 인천으로 이주해 초중학교를 나오고
서울에서 선린상고를 나와 소년기 성장기를
조선에서 보낸만큼 그의 정서는 우리의 것이었다.
우리의 트롯이 일본 엔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주장하기도 하지만, 고가 마사오로부터 사작한
엔카가 우리의 영향을 받은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https://youtu.be/fbkXy5O_kQs
첫댓글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네 ~ 감사합니다 푸른하늘2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