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빠나무입니다.
오늘은 조현병 완치를 위한 노력들 중, 최근 가장 각광받고 있는 '조기중재 집중 사례관리'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입니다.
조현병은 이전 글에서 설명한 대로 '급성기', '안정기' 두 상태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성기'는 100% 의료의 영역입니다.
단 하나, 빠르게 의학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 하나가 정책의 영향을 받지요.
가족, 경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등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치료를 받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런데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입원이 어려워지면서, 치료를 받게 만드는 과정이 엄청 더 복잡해졌죠.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사회로 나왔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나오다 보니 많은 문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불평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불평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그래서 여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조기중재 집중 사례관리'입니다.
먼저 '사례관리'라는 것은 쉽게 표현하면 환자의 생활/복지/치료 매니저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사례관리자'라는 분은 원래는 보건복지전문가로, 지역에서 제공해 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알고 있고 질환에 대한 지식이 있어서 그들이 이것을 이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직업이지요.
여하튼 이 '사례관리'를 초집중으로 자원을 때려 박아서 하는 것이 '집중 사례관리'입니다.
그럼 '조기중재'는 뭐냐?
조현병은 요 급성기가 오기 직전 약간 애매하게 변할 때나, 급성기가 오자마자 의학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훨씬 훨씬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급성기가 온 지 1일 만에 치료를 제대로 시작했다면, 3달 정도 있다가 온 사람에 비해서 거의 2~3배는 치료가 빠릅니다. 길게 보면 거의 10배까지도요. (아직 의학 근거는 미약합니다만, 경험상...)
조현병 환자들은 특히 치료를 잘 받지 않으려고 하는데, 이 때문에 늦어지는 치료를 막는 것을 '조기중재'라고 합니다.
이런 해외의 이상적인 이 '조기중재 집중 사례관리'는 엄청난 인력이 필요합니다.
(호주의 EPPIC model을 최근 조사해서 그것을 기준으로 설명을 해드릴게요.)
그래서 거점센터를 만들고 시작하지요. 건물에 센터를 뽝 하고 만들고...
그다음에 바로 교육부터 실시합니다. 누구를 대상으로? 청년들과 만나는 사람을 대상으로.
조현병은 청년들이 주로 걸리는 병입니다. 20~30대에 가장 많이 걸리지요.
그래서 고등학교, 대학교, 학원, 취업 관련, 젊은이들이 주로 하는 취미활동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현병이 어떤 병인지,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도움이 있으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부터 교육을 하지요.
그래서 이들에게 '의심되면 일단 신고만 해라'라고 설명을 합니다.
그리고 24시간 대응팀이 센터에 대기합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24시간 대응팀이 바로 그 의심 환자에 대한 대응을 시작합니다.
전화/방문 등으로 접촉을 하고, 바로 평가를 해서 외래에서 치료가 가능한지 입원시켜야 하는지 판단하죠.
판단이 애매하면 전화로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여러 면 고용해 놓고 판단을 요청합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치료로 연결을 합니다.
약 절반 정도가 1주일 이내로 치료를 받고, 나머지 절반을 2주일 이내로 치료를 받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이걸 위해서 여러 사람이 반복하여 본인/가족을 설득하고 경찰의 도움을 구하고, 간헐적으로는 의사가 현장으로 출동하기도 합니다.
자~ 이렇게 일단 '급성기'에 있는 시간을 확 줄였다.
처음 발생한 조현병이라면 약물치료를 하면 1주일이면 어느 정도 증상이 가라앉고, 1 달이면 '안정기'로 넘어갑니다.
그리고 퇴원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겠죠.
여기서부터 이제 집중 사례관리의 본 게임입니다.
일단 치료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약물치료가 유지되어야 해요.
그걸 위해서 주기적으로 방문/전화하여 약봉지를 확인하거나, 증상이 갑자기 안 좋아지지는 않았나, 다니는 의원에 방문은 제 때 했는가 등등을 확인합니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라고 상당히 유용한 약이 있는데, 대만 쪽은 조현병 환자는 가족이나 본인이 신청하면 간호사나 의사가 방문해서 주사까지 놔줍니다.
여하튼 이렇게 치료를 무조건 받도록 만듭니다.
안 받겠다고 떼쓴다? -> 설득
너무 안 간다? -> 주사
악화되었다? -> 입원
등등을 할 수 있는 권한 혹은 최소한 연결을 시킬 능력을 가지고 사례관리자가 환자를 다루게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치료를 유지해서 '안정기'가 지속되도록 만드는 것이 1차 목표이고, 이제 2차 목표는 '회복'이라고 합니다.
'회복'이란, 환자가 질환으로 인해 분명한 상처를 입었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이지요.
질환을 이해하고,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대인관계를 회복해서, 직업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구가할 수 있는 능력을 만드는 것입니다.
특히 초점은 직업을 가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게 조현병 환자에게는 쉬운, 월급이 짠 직업이라도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게 만들어 줍니다.
사실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입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걸 위해서 엄청나게 다양한 능력이 엄청나게 많이 사용되거든요.
뇌 자체에 손상을 입어서 전체적인 기능이 저하된 조현병 환자분이 직업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면, 그건 엄청나게 성공적인 사례관리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죠.
자 그럼 이렇게 직업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
사례관리자는 환자에게 이전에 받던 교육이 있다면 그것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필요하면 그쪽 학원이나 교육시설과 연락하여서 도움을 받게 만들기도 합니다.
직업 교육은 아예 조기중재 센터 내에 만들기도 합니다.
바리스타 같은 것부터 목공이나 농업 등 원하는 직업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시설과 연결하거나 직접 고용해서 가르치기도 합니다.
또한 기업과 연계해서 장애인 우선 고용 같은 것에 조현병 환자들이 적용받아서 일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직업을 가지게 하려면 환자 자신의 남은 능력을 극대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서 교육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인지행동치료'라는 것을 합니다. (이건 제가 올리는 글 들 중에 조금씩 녹아 나오는 내용들이 있습니다.)
또한 '사회기술 훈련', '대인관계 훈련', '가족교육' 등등 질환에 대해서 알도록 교육을 제공하지요.
또한 질환의 특성 및 약물의 영향으로 살이 찌기가 쉽습니다.
운동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강제로 운동도 시키고, 식단관리까지 돕습니다.
가족들에게 언제든지 유용한 영양정보를 제공하지요.
자... 너무 좋지요? 완전한 토탈 서비스 입니다. 제가 말 안 한 것도 엄청 많아요.
거기다 완벽하게 '무료'이지요.
이거 하나하나가 모두 누군가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고,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갑니다.
이걸 위해서는 사례관리자 1명이 최대 15명의 회원 정도만 배정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사례관리자 1명이 이걸 다 하는 것이 아니고 팀을 구성해서 해야하지요.
사례관리자, 정신과 의사, 정신보건 간호사, 직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등의 '다학제 팀'을 꾸려서 운영합니다.
이 한 '팀'이 15명을 돌보지요.
한 센터에는 약 5개~ 8개 정도의 팀이 일을 할 것이고, 약 많아야 120명 정도를 관리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마 사례관리자 1명이 100명은 담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다학제 팀'은 없는 곳이 더 많을 것이고...
그러니까 당연히 사례관리자는 죽어나갈 수 밖에 없겠죠.
제공되는 서비스도 아주 생색내기처럼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이 제도를 하려면 예산을 때려 박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것도 상당히 전폭적인.
그런데 이걸 또 잘 생각하면 국가 입장에서는 할만하기도 합니다.
일단 이걸 하면 확실히 환자가 '사고'를 치는 경우는 사라지겠죠. 이건 비용 절감입니다.
놔뒀으면 일을 전혀 안 했을 환자분이 조금이나마 법니다. 복지비용이 추가로 나가지 않겠죠. 이것도 비용 절감이 돼요.
게다가 보통 방치된 조현병 환자 한 명이 있으면 가족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가족들도 열심히 일하면서 지낼 수 있게 되겠지요. 이건 오히려 잠재적인 추가 수입이기도 합니다.
거기다가 일자리 창출도 어마어마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실 제대로 홍보가 된다면, 정신질환자를 돌보기 위해서 예산을 쓰는 것은 쓰는 만큼 돌아오는 것이 상당한 '투자'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이런 경제적 효과를 인정하는 논문이 나오고, 그래서 정부가 예산을 많이 쓰게 만들 수 있었지요.
현재 제가 쓰고 있는 보고서도 이것에 대한 내용이고, 시범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뭐 해외에 비해서는 아직도 예산이 턱없이 부족합니다만, 하는 데까지 해봐야겠죠.
물론 제가 하는 것은 보조원 역할이고 교수님이 다 하십니다만 ㅋㅋ
여하튼 오늘은 이상적인 사례관리의 한 형태를 살펴보았습니다.
내일은 '마법소녀 네코 짱'님의 문의에 대한 마지막 시리즈로, 우리나라의 사례관리의 진짜 현실과 약간의 팁 정도를 써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
첫댓글 대만 쪽이 의외로 소수자와 관련된 정책이 발전된 경우가 많네요.
한국은 아직 미국과 같이 사례관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인원이 매우 적고 기관 사이의 정보 공유도 적어서 인적 물적 자원 개발에 투자가 아직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정신질환자 뿐 아니라 만성질환 그리고 위기가정에까지 집중지원을 줄 수 있는 방법인데 예산이 항상 문제이죠ㅜ
아빠나무님이 연구하시는게 잘 되어서 한국에 현황에 맞는 좋은 정책이 개발되고 적용되었으면 좋겠네요ㅎ
대만/호주/영국 요정도를 사례관리에서는 잘하는 축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유럽쪽이 완전 무상의료다보니 효율성도 상당히 높이고 예방책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래도 최근 사례관리 쪽에 열정적인 교수님이 연구비도 크게 따서 뭔가 변하기는 하려나 봅니다. (물론 그 밑에서 많은 사람이 갈려가고 있지만 ㅋㅋㅋ)
사례관리는 아마 갈수록 발전할 것입니다. 평가야 어쨌든 문재인 정부는 큰정부 지향이고, 다음 정권도 큰정부일 가능성이 높아서...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실제적인 도움은 안되는 이상한 방향으로 가버리면 문제여서... 그 부분에서 많은 사람이 노력해야겠지요. 네코짱님도 경험하시는 것을 정리하고 해서 문서로 남겨 놓으시면 언젠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실 수도 있겠죠 ㅎㅎㅎ
이상적으로만 된다면 빠른 사회 복귀에 직장으로 사회에서 구실까지 어느정도 하는...어떤 일을 하게 될지, 살짝 불확실한 안정기 같은 것이 걸리지만 잘 되면 괜찮을 것 같네요. 쉽지 않습니다 ㅎㅎ
잘 되면 좋은데 ㅎㅎ 그러기 위해서 많은 것이 들어가야 하니까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예산은 뭔가 엄청 어디다 쓰는데 왜 이쪽에는 아주 조금만 흘러들어 오는지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