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처음으로 도서관에서 책읽어주기 활동을 했어요.
마침, 책읽어주기 첫 활동하는 날 전후로 '2023 책읽어주기 활동가 워크숍'에 참여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워크숍 1차) 책읽어주기 활동 15년의 기록, 그 안에 숨은 희망 찾기
대구경북 어린이도서연구회에서 '책 읽어주기 활동 연구팀'을 꾸리게 된 과정부터 15년의 활동을 다시 살펴보고 정리하며 활동의 의의에 대한 이야기도 듣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15년 기록을 통해 변화 성장해 온 모습을 돌이켜보는 기회가 되고 책 읽어주기 활동에 대한 의의,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지부자료(지부카페 정책부 보고, 지부총회자료집, 지부 세미나 자료, 지부 설문조사, 지부 책읽어주기 사례모음집)와 지회자료(지회 회보, 지회 카페 기록),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발표 중에 책읽기 활동에서 힘든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2008년이나 2018년 공통된 애로 사항 : 책 선정, 아이들과 소통(또는 반응), 기관 및 실무자와 소통 및 관계.
반면, 책 확보가 힘들거나 독후활동에 대한 부담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시간을 내기 어려워지고 아이들이 없다는 점은 새롭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책읽어주기 연구활동을 통해 책 읽어주기가 가져온 변화에도 주목했는데
아이들이 그림책을 재미있어하고 듣는 것에 익숙해지고 적극적인 독자가 된다는 점.
부모와 어른들의 인식이 변하고 함께 읽는 문화가 형성된다는 것, 부모의 좋은 책 고르는 기준 변화도 꼽았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나온 몇 가지 생각나는 걸 정리하자면,
책 읽어주기를 할 때 기관이 독후 활동을 원할 경우 어떻게 조율하느냐?
독후 활동을 할 경우 온전히 책 읽기(듣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책 읽기의 즐거움'을 강조하며 강경하게 나가는 편입니다. 하루 정도는 말놀이 활동을 하는 등 대체 방법으로 독후 활동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도 합니다.
책 잘 읽어주는 활동가의 본보기, 기준 같은 게 있을까요?
사람마다 책 읽어주는 방법이 다르고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옳다라는 기준은 없다고 봅니다. 활동가가 즐겁게 책읽기를 할 수 있어야 활동이 지속이 된다고 생각해요. 부담을 좀 내려놓고 자기가 즐거운 방법을 찾는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이렇게 연구팀까지 만들어가며 연구를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내가 알고 있는 좋은 것을 알리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습니다. 내가 받은 만큼 줘야한다는 마음이 커요. 어도연에서 많은 것을 받았고 그래서 이제는 무언가를 줄 때라고 생각해서 이런 저런 연구를 시도하게 됩니다.
책읽어주기 활동을 기록하는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이번 연구를 하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습니다. (기록이 되어야 그것이 다음 활동에도 도움이 되는 자료가 되니까요) 책읽어주기 활동한 책 사진은 꼭 찍고 아이들에게 자기 이름 말하면서 좋았던 책도 이야기해줘 하고 녹음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기록하는 것이 예전보다 훨씬 쉬워졌으니 활동하고 집에 오는 길, 간단한 소감 평가 등을 정리해서 메모하는 것도 좋고요.
그리고 이번 연구 활동 등이 담긴 <책 읽어주러 가는 길입니다>라는 책도 소개해주셨어요.
주변 도서관에 없으면 희망도서로 신청해주시면 좋겠다는 깨알 홍보도 ^^
워크숍 2차)
장애인 / 근대동화 / 다문화(북한이탈 어린이) 로 나누어 대상별 사례 발표를 하고 모둠 활동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 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에서 장애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책읽어주기 활동을 한 사례를 들을 수 있었어요.
활동을 하면서 '내가 장애를 잘 알고 이해하는 전문가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읽어주러 가는 마음, 좋은 책, 기관의 협조, (하나 더 있었는데 생각이...)'가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말씀도 있었고요.
* 근대동화 읽어 주기
- 아이들에게 먼저 근대동화가 무엇인지 살짝 이야기를 해주고 시작한다고 해요.
근대동화는 일제시대에 나온 책이고 거기 나온 말들은 지금 쓰는 말과는 좀 달라~ 하고요.
'이런 것도 동화가 되는구나 할 정도로 소재가 다양하고 사물이나 동식물을 의인화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고 합니다'
근대동화는 다양한 책과 작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읽은 작품들로 자료집을 만들어 계속 읽었다고 해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지옥에 간 세 사람> <언년이의 눈동자> <샤로크와 업순이>)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읽는 것이 오래 활동하는데 도움이 되고.
원문을 그대로 소리 내어 읽을 때 말과 문장의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 북한이탈어린이 책읽어주기 활동
미래소망스쿨에서 탈북어린이들과 몇 년 함께 한 경험을 공유해주셨습니다. 탈북어린이들은 중국어 사용이 기본인데 많은 작품을 하기 보다 아름다운 작품을 반복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합니다. 소리를 내며 읽고, 말놀이 등을 하며 소리의 힘, 반복 되풀이의 즐거움을 경험했다고.
우리말로 말하는 것이 서툰 아이들이기 때문에 책을 들으며 느끼고 상상한 것들을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활동을 했고 아이들도 즐겁게 했다고 합니다.
모둠활동에서 <북한이탈 어린이 책읽어주기> 팀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다문화, 탈북민 아이들에 대해 우리와 다르다는 인식, 애처롭게 생각하는 마음을 거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아이들을 대상화하는 것에 더 예민하게 의식해야 할 것 같다는 어떤 분의 말씀도)
너희를 위해서, 배려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준다는 마음보다,
나의 동무를 만나러 간다는 마음으로, 나도 책 읽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때 책 읽기 활동은 지속성을 갖는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첫댓글 넘 귀한 후기. 감사합니다~
넘넘감사해요! 후기기다렸는데 역쉬 정화님이 똭!
모둠활동에 못가서 아쉬웠는데 이렇게 세세한 후기를 읽으니 현장에 있었던것 같네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