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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한반도가 아닌 곳에도 우리 동포는 꽤 많이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중국.
2백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고요.
대부분 중국 동북 3성에 모여 삽니다.
하지만 코리안 드림을 가지고 5십만 명 가까운 젊은 동포들이 고향을 떠나 한국행을 선택하다 보니
정작 동포 사회는 공동화되고 있지요.
때문에 옌벤 자치주 같은 경우에는 중국 동포 비율이 30%가까이 떨어져
자치주 지위를 위협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동포들이 많아지고 현지 동포 기업가들의 후원이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에 새바람이 불고 있답니다.
그 현장을 김기화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2004년에 한국에 와 10년 째 일해온 이희철 씨.
5년 만에 고향 땅을 밟았습니다.
부푼 마음으로 찾은 고향 마을.
<녹취> "야, 동네들이 이렇게 다 변했구나."
옛 흔적만 남아있을 뿐, 중국 동포들이 모여 살던 고향 마을은 사람이 모두 떠나 폐허가 돼버렸습니다.
<인터뷰> 이희철 : "동네는 지금 중국 분들이 다 와서 살게 되었고요.
그리고 저 역시 한국에 살다 보니까 언제 고향에 다시 돌아오겠나...
아쉬운 마음도 있고 서운한 마음이 많습니다."
이 씨가 찾아간 곳은 큰 형, 이수철 씨의 집.
<녹취> "아이고 반갑습니다"
큰 형님 부부도 한국에서 10년 가까이 일하다 다시 귀국한 중국 동포입니다.
한국에서 일하다 머리를 다쳐 장애를 얻은 큰 형.
오랜만에 만난 동생을 보곤 웃음을 멈추지 못합니다.
희철 씨도, 큰 형도 한국에서 번 돈은 대부분을 자녀 학자금으로 썼습니다.
<녹취> 주영숙(이수철 씨 부인) :
"우리 애 셋이 그때 학교를 다녔거든요.
우리 아들이 15살 때 놔두고 갔었어요.
그래서 공부하고 우리 딸도 공부하고 배치받고 우리 아들도 공부도 하고 거기 쓰고."
덕분에 희철씨 아들과 큰형 3자매 모두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희철 씨의 조카 용길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무단장 시내에 컨설팅 회사를 차렸습니다.
<인터뷰> 이용길 : "자주 혼자 울던 때도 있었어요. 집에서, 어머니 보고 싶어서.
할머니와 삼촌과 같이 살다가 초중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 다니고 대학에 붙었어요."
중국 동포의 높은 교육열 때문에 대졸자 비율은 중국의 한족에 비해 3배에 가깝습니다.
이 씨 가족처럼 부모 세대가 벌어온 '코리안 머니'로 자녀가 중국에서 창업을 하는 등
경제적 주체로 자리 잡는 중국 동포들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석화(연변대학 조선어문학과 교수) :
"예전에는 일반 노동에만 종사하던 사람들이 돈을 축적해서 이제는 자기 가게를 꾸리고
회사도 꾸리고 이제는 주객이 바뀌는 이런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죠."
중국 동포가 가장 많이 모여사는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
중심 도시인 옌지시 한 켠에 대형 농산물 도매 시장 공사가 한창입니다.
공사를 지휘하고 있는 사람 역시 중국 동포 현용길씨.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만 평방미터 땅에 5천 5백억 원을 투자해 중국 최대 규모의 농산물 도매 시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곳 시장에는 천 개가 넘는 농산품 도매상점이 오는 2월부터 입주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도매 시장이 생기면서 한국에서 돌아온 중국 동포들을 위한 일자리 수백 곳이 마련됐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배워온 선진 식품 보관 기술을 내세워 입점하게 된 중국 동포들이 많습니다.
<인터뷰> 현용길 : "과일이라던가 우리 조선족 가공식품이라던가 이런 걸 포장면에서
아주 선진적으로 한국 방법을 배워 가지고 여기와서 그런 걸 실천하면서 자기가 창업한다는.."
중국 동포의 창업을 직접 도와주는 모임도 생겨났습니다.
옌볜에서 아파트관리회사를 운영하는 연장춘씨는 한국에서 돌아온 중국동포들의 창업을 돕고 있습니다.
연 씨을 비롯, 성공한 옌볜 지역 중국 동포 사업가들이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작년 5월 '옌지귀국자창업협회'를 만든 이후부텁니다.
<인터뷰> 연장춘 : "돈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여기 정책도 알아야 할 것이고,
협회라는 민간단체를 통해 가지고 여러분들 모든 좋은 정보, 모든 권위적인 정보 같은 걸 제공할 수는 없겠는가."
커가는 딸이 보고 싶어 8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김범철씨에게 창업협회의 도움은 큰 힘이 됐습니다.
김 씨처럼 옌지로 돌아와 창업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차츰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범철 : "협회에서도 도움 많이 주고 지금 시작하려고 하는 분들도 많고,
지금 하는 분들도 있어요. 뭐 사진업이라든가 어쨌든 외국에 가서 많이 배워온 거 여기 와서 그대로"
중국 헤이룽장성 무단장시 외곽.
태양광 발전판이 눈 덮인 평원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중국의 금약 그룹이 운영하는 10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입니다.
이곳 금약그룹의 태양광발전소는 이곳 헤이룽장성을 시작으로
영하 회족 자치주 등 중국 전역으로 확대 설치될 예정입니다.
금약그룹의 대표는 중국동포 김춘학씨.
29살 때 보따리 장사를 시작해 현재 16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매년 20억원을 중국동포사회에 기부하고 있고 동포 대학생 200여명에게 매년 장학금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춘학 : "학교 다니는 학생들 보면 내 어릴 적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곤란하면서도 우리 조선민족이니까 꼭 성공해야겠다 라는 마음을 가지고.
그래서 지금 내가 사업하면서 이 사람들을 보면 꼭 도와줘야겠다."
괴롭고 힘들었던 동북 3성에서 선조들의 생활.
그리고 가난을 떨치고자 한반도를 다시 찾았던 후손들.
중국동포사회를 지켜내려는 경제인들의 노력과 제2의 고향이 아닌 진짜 고향이 된 동북 3성을 지키려는 애정이 모여가면서,
100년 넘게 남북한으로부터 버림받고, 중국으로부터도 외면 받았던 동북 3성 동포 사회에 새로운 활력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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