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전 아재
관정(觀頂) 스님이 출가하기 몇 년 전에 듣고 겪었던 이야기이다.
마전 아재는 사주 명리와 풍수에 밝은 분으로서 관정 스님의 왕고모님 아들이다. 마전 아재가 돌아가시기 몇 년 전 스님이 마전 아재를 모시고 고향 산소를 둘러보고 난 뒤의 일이다. 성묘할 무렵이라 차가 많이도 막혀 집안일이나 사주, 풍수 등 아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먼저, 마전 아재가 집안 동생과 함께 동작동 국립묘지인 현충원에 육영수 여사의 묘소를 참배할 때의 이야기이다.
잘 다듬어진 묘소를 보고 난 마전 아재는 “이 좌향은 또 한 번 더 피를 봐야 할 자린데 누가 이리 썼을까?” 했다. 같이 간 집안 동생은 나라에서 어련히 알아서 잘 모셨을 텐데 무슨 말을 하냐고 말렸다고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불과 몇 년 뒤에 그 말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다음, 스님은 그 무렵 친구가 고민하고 있던 문제를 알아봐 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아재는 흔쾌히 친구를 데려오라고 했다.
연락을 받고 찾아온 친구의 사주를 받아 본 후 마전 아재는
“아니면 좋겠는데... 이 사주를 보면 분명 몇 달 전 부부의 이별 수가 나오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친구는 석 달 전 이미 부인과 이혼을 했고,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준 스님께 미리 말 못 한 점을 미안해했다고 한다.
나는 관정 스님의 말을 받았다.
“스님의 아재는 ‘마전 아재’가 아니라 ‘맞은 아재’가 맞네요. 그래서 아재는 마전으로 장가를 들었고.”
우리는 웃으며 마전 아재의 예지력에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