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톡톡] 서울시는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해 주민이 기획 · 추진하는 마을축제를 제안 받아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1차 주민 제안 공모사업을 시행, 심사를 통해 선정된 30여 곳의 마을공동체가 다채로운 축제를 개최한다. 5월, '가정의 달'에서 시야를 넓혀 우리 이웃과 함께 하는 '마을의 달'로 살아보면 어떨까.
함께 꿈꾸면 신나는 마을, 은평마을상상축제 | 시민리포터 유미희
지난 5월 11일(토), 축제를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은 날이었다. 제5회 은평마을상상축제의 일환으로 갈현2동 골목상상축제가 열리고 있는 은평구 갈현2동 골목을 찾았다. 구산역에서 직진하다가 만포면옥을 지나 왼쪽으로 돌아가니 골목을 가로지르는 축제 현수막이 나타났다. 은평마을상상축제는 마을상상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60여 개의 시민단체가 직접 부스에 참여하거나 후원하는 축제로 5월 4일부터 5월 25일까지 개최된다.
마을가게가 문화예술을 공유하며 공동체 거점이 되다
골목을 들어서니 '마을엔'이라는 상점이 눈에 들어온다. 마당에서 재활용품을 고르는 사람, 안에서는 음료를 마시고 간식을 먹는 아이들, 한쪽에는 바느질 공방도 보인다. 공방에서는 싫증난 옷과 가방 등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리폼바느질 모임이 매주 열린다. 카페와 밥상을 겸하여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이곳은 서울형 사회적 기업이기도 하다.
오늘 갈현동 골목은 축제를 위하여 차 없는 거리로 변해 있었다. 골목 안으로 좀 더 들어가니 향기 나는 초 이야기 '도담공방'이 나타난다. 고등학생 대상으로 정기수업이 열리고 어린이 대상으로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어 아이 손을 잡은 엄마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비슷한 풍경들을 골목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었다. 뜨개모임 '뜨개질닷컴'도 이 중 하나이다. 공방 주인은 개업을 앞두고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The Friday Night Knitting Club'의 원작소설을 읽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수예점을 운영하다가 우연히 금요일 밤 뜨개모임을 시작하게 되고, 여성들이 뜨개질이라는 모티브를 중심으로 모여 서로의 인생과 사랑을 함께 고민하고 나눈다는 내용이다. 자신도 그런 삶을 꿈꿔 왔기에 공방 간판에 작은 글씨로 'The Friday Night Knitting Club' 라고 새겨 넣었다고. 그리고 5년이 지난 후, 이 공방에서 실제로 금요일마다 뜨개모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인 길마 어린이공원과 그 주변의 차 없는 거리에는 청소년 벼룩시장, 어르신 모종심기, 풍선아트, 찰흙도예, 과학상자 조립, 그림으로 보는 심리체험, 두부 만들기 체험, 천연염색 머플러 만들기, 전래놀이, 다문화 의상입기 등 시민단체들이 운영하는 다양한 체험부스들이 세워져 있었다. 어른 아이 없이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부스로 향했다. 은평시민넷에서 펼친 재활용물품을 활용한 배지 만들기 부스였다.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이나 그림, 또는 직접 그린 것을 틀 위에 올려놓고 비닐로 씌워 기계로 찍어내니 개성 넘치는 나만의 배지가 되었다.
공원 앞에는 청소년 휴카페 '작공'이 있었다. 지역 청소년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자 휴식 공간으로 '작공'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작심하고 공부하는 곳, 밴드나 노래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작은 공연장, 작은 밥상 공동체, 청소년 진로활동을 돕는 작은 꿈 공작소라는 뜻이란다.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겨운 동네골목 회복을 꿈꾸다
갈현2동 골목상상축제가 남다른 점은 한 곳에 집중되어 열리는 것이 아니라 골목 곳곳에서 축제를 한다는 것. 그럼에도 마을이라는 공동체성이 축제의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축제 기획자이기도 한 열린시민사회은평시민회 최순옥 대표를 축제 현장에서 만났다.
"처음에는 운동장에서 열리던 축제가 마을로 들어오면서 참여단체도 많아지고 차 없는 거리에 대한 협조 등 주민들의 반응이 더 좋아졌어요. 하루의 행사를 위해서 2∼3개월을 홍보하고 동네사람들이 서로 품을 내고 격려해 가면서 일하다 보니 마을공동체의 기초가 다져지는 것이 느껴져요."
이 마을에서는 마을공동체추진단이 조직되었고 인사하는 마을, 꽃과 나무가 있는 마을, 마을소식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게시판을 곳곳에 설치하는 등 마을의제를 진행해왔다.
"이런 마을의 변화가 축제를 통하여 나타나고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을상상(相想)축제. 이들이 상상하는 마을축제는 축제를 통해 서로를 보듬고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 아닐까. 은평마을상상축제가 마을축제의 성공적 모델로 앞으로 꾸준히 발전하길 기대한다.
은평마을상상축제안내 : 02-382-3849 / cafe.daum.net/eunj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