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넷째주는 황산공원 캠핑장에서 봄들살이를 하면서 보냈습니다.
2박3일 짧은 일정 동안 제 개인적으로는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감사한 사람은 우리 다섯 아이입니다.
첫날 뙤약볕에서 대형텐트를 치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텐트설치를 도와주러 오신 분이 뙤약볕아래 작업하는 것을 잠시 지켜보던 아이들, "우리도 도와야지!!" 하면서 우르르 몰려와 펼쳐놓은 텐트 귀퉁이를 잡아주고 긴폴대가 넘어지지 않게 낑낑대며 잡아주고... 그 마음이 참으로 고맙고 대견해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확하게 우리 사이트를 확인하지 못해서 다 친 텐트를 옆으로 옮겨야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잠시 낙심하며 한숨을 쉬던 아이들이 "괜찮아, 한번 해봤으니까 다시 하면 금방 할 수 있을 거야"라며 텐트를 옮겨서 재설치하는 작업에도 힘을 모았습니다. 저녁에는 제가 잘 텐트도 아이들이 즐겁게 설치해주었습니다. '어디에 이런 아이들이 있을까?'싶은 마음이 들고 고맙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더 커졌지요^^
가기 전에 비상약품을 한가득 챙겼는데, 한 아이도 다치거나 아픈 아이 없이 씩씩하게 보내준 아이들, 그늘이 별로 없어 놀기가 마땅찮아 "너무 덥고 놀만한게 별로 없어!"라며 툴툴대면서도 그 심심함을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텐트와 야외를 오가며 끊임없이 놀이를 찾아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참 잘자라고 있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텐트에서의 불편한 잠자리와 바닥에 주저앉아 구부리고 먹어야 하는 식사도 즐거이 견디고, 아이들 사이에 심심한 분위기가 감돌때마다 다른 재미있는 놀이를 제안해서 분위기를 바꿔주는 아이, 수저를 잃어버려 난처해하는 아이를 위해 예비용으로 가져간 수저를 챙겨다 주는 아이, 여분 양말이 없어 울상인 친구에게 자기 양말을 선뜻 빌려주는 아이 등등.. 평소 학교에서도 보여주던 예쁜 일들이 들살이 기간동안에는 더 크고 더 감사하게 느껴졌습니다.
마냥 이렇게 '착한 아이 모드'^^이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첫날 밤, 취침시간인 열시가 되어 모두 텐트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데, 잠이 잘 안오지요. 재잘재잘 한참이나 잠들지 않던 아이들, 12시가 넘어서야 텐트가 조용해집니다. 저도 그제야 약간 긴장이 풀려 잠시 잠이 들었나봅니다. 그런데 얼마 후 누군가 제 텐트 앞에서 저를 부릅니다. 놀라서 나가보니 어떤 아주머니가 우리 아이들 중 세 아이를 데리고 서있습니다. 세 아이가 제가 잠든 사이, 텐트를 탈출한 것이지요. 밤이 깊고, 기온도 뚝 떨어져 추운데 세 아이가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손전등을 켜고 캠핑장을 돌아다녔나 봅니다. 그 아주머니 옆에 세 아이가 울상을 하고 서있습니다.
너무 놀라기는 했지만 세 아이의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기도하고,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그러고 싶었을까..'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첫날밤인데 그냥 자게 하지말고, 내가 먼저 아이들을 데리고 밤캠핑장을 누벼보는 시간을 가졌다면 좋았겠다..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또또 한편으로는, 자기들끼리 몰래 해보고 싶었겠지.. 하는 마음도 들고.. 마음이 복잡했지만, 다른 어른의 관심으로 별탈 없이 돌아왔으니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정리하기로 했지요. 이 시기 아이들을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두번째날 밤, 아이들 표현으로 마지막날 밤에는 전날밤의 소동때문에 잠을 설쳐서 그런지, 10시 반이 넘자마자 다들 잠이 들었습니다. 텐트문을 열고 아이들이 잠든 모습을 보니 '마냥 어린아이구나' 싶으면서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했습니다.
혼자서 초등아이들을 데리고 처음 가보는 들살이, 게다가 캠핑이라 어려움이 좀 예상되었는데, 준비단계부터 마지막 날까지 많은 분들의 사랑어린 도움이 있어 무사히 잘 보냈습니다. 기꺼이 필요한 장비들을 빌려주신 진석환이와 세욱이 가정, 당일 아침일찍 아이들을 캠핑장까지 데려다주신 우영이 아버지, 우리끼리 치기 어려운 대형텐트를 쳐주고 짐을 옮겨 주려고 시간을 내준 저의 남의편, 중고등들살이를 다녀온 직후라 힘들었을텐데 도착 다음날 바로 오셔서 아이들에게 맛있는 저녁을 해주신 진샘과 마지막날 텐트를 걷고 짐을 옮겨주기 위해 달려오시고, 빌린 캠핑장비를 가정으로 돌려주는 작업까지 모두 도와주신 정훈샘... 그뿐이 아니지요. 첫날 간식을 한가득 들고 방문해주신 하윤이 할머니와 예인이 서윤이 가족, 둘쨋날 커다란 수박을 짊어지고 온 건호까지... 저와 다섯 아이에 대한 큰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학교구성원 전체가 함께라는 느낌을 실감할 수 있었던 참으로 감사한 3일을 보냈습니다.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힘을 주려고 마음을 쓰시는 모든 부모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