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부위가 아물고 드디어 4차에 걸쳐 12회의 항암 치료가 결정되었다. 매주 1회씩 3회를 받고 한 주 쉬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항암 치료에 들어가기 전 간호사의 이 한 마디가 뼛속 깊이 파고 들었다. "항암 치료를 받아도 췌장암에는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설령 죽을 때는 죽더라도 왜 미리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난 이때 환자에게 희망을 주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정신적으로도 긍정의 사고가 질병을 이기는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지 않은가.
이후로 병원에서 듣게 된 의사와 간호사의 무서운 통고(?)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은 채 한동안 계속 죽음을 묵상하며 힘든 기간을 통과해야 했다. 그리고 사람의 말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극복하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기울이며 고군분투해야만 했다.
영혼의 의사라고 할 수 있는 목회자도 절대 부정적이고 절망적인 이야기를 하면 안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신앙생활은 신이 나야 모든 활동이 가능한데 이런 영적 에너지가 소멸되면 아무 것도 하기 싫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은 직장생활이 아니다. 그만큼 타율성보다는 자율성을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난 항암 치료의 무용론에 빠진 후부터 밤마다 암에 걸려 헤매는 꿈을 하루도 거르지를 못했고 거의 숙면을 취할 수가 없었다. -계속-
마침 사람을 장사하는 자들이 그 도적 떼를 보고 그의 시체를 엘리사의 묘실에 들이던지매 시체가 엘리사의 뼈에 닿자 곧 회생하여 일어섰더라 (열왕기하 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