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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문학교실(양양군편)
우 승 순
11월의 끝자락에 작은 울림이 있었다. 연초에 지역문인들과의 소통을 위해 박종숙회장님께서 계획했던 ‘찾아가는 문학교실’의 마지막행사는 양양군에서 열렸다. 양양문인협회의 출판기념회도 함께했다. 행사는 1,2부로 나누어 1부는 ‘찾아 가는 문학교실’, 2부는 ‘시낭송의 밤’으로 진행됐다. 문화복지회관의 잘 정돈된 70여석 규모의 소강당에는 청중들로 가득 찼다.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국문학과출신의 김진하 양양군수님을 비롯해 군의님들과 출향문인 등 많은 손님들이 자리를 빛내주셨다. 양양문협 최종한회장님과 관계자분들의 땀과 배려가 곳곳에 느껴지는 알찬 행사였다.
첫 시간은 춘천시문화재단 이사장이신 최돈선 시인님의 ‘가만있어도 시인이다’라는 주제로 시작되었다. “가만있어도 시인이라니...” 수수께끼 같은 강연주제에 또 한 번 나의 ‘詩心 없음’에 우울해졌다. 한편으론 선문답 같은 이 문장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은유되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강의는 순서도 없고 즉흥적인 것 같으면서도 한순간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놓쳐버릴 것 같은 깊은 울림이 있었다. 고승(高僧)의 법문을 듣는 듯 했다. 시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어쭙잖게 떠드는 것은 말이 아니기에 강의내용 중 내 수준에서 와 닿았던 일부를 그대로 옮겨 본다.
“사람이 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의 과거, 현재, 미래가 오는 것이며, 여기오기까지 수많은 일을 겪었을 한 인생이 오는 것이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올 때 “으아”하는 첫울음소리가 바로 이 세상천지를 울리는 첫 발성이며 시다. 음소는 음절이 되고 음절은 단어가 되고 단어는 말과 문장이 되어 가족을 알고, 사물의 이름을 알고, 사회구조를 깨닫는다”
“허만화시인의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이 짧은 시를 사람마다 수많은 체험을 갖고 각자 이해한다. 시는 낯설기, 생경하기, 비틀기를 하여 평상어를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왜? 그럴 때 사고의 팽창성은 ‘빅뱅’과 같다. 한편의 시에서 우주를 본다”
“모든 것은 한 단어에서 출발한다. 단어는 자석역할을 한다. 한 단어가 다시 다른 단어를 끌어들이면서 시를 완성해 나간다”
“시적인 영감이란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갖고 있던 세계관이 어떤 조건하에서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것이다. 시는 쓰는 게 아니라, 현상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낱말을 징검다리 놓듯 서로 연결하는 것이다”
“퇴고는 ‘다시 보는 것’으로 가장 중요한 성찰이 있다. 다듬어지고 깎여서 완성된다. 그런데 그 완성은 과연 완성일까? 시인은 언제나 불만족, 후회, 탄식이 있어야 한다. 이런 감정은 아주 중요하다”
“시를 잘 쓰려면 많이 읽어라. .... 정거장에서 수많은 사람을 볼 때 대부분은 스쳐 지나치지만 그 중에 딱 한사람이 ‘탁, 눈에 들어 올 때’, 그 사람이 시(詩)의 시작이다. 그것이 곧 ‘이미지’다”
짧지만 여운 깊은 강의가 끝났다. 어느 선승(禪僧)께서 “절(寺)에서 쓰는 말(言)이 곧 시(詩)다”라는 법문을 들은 적이 있다. 오늘 강의는 마치 선어(禪語)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처음엔 “뭐지?” 했던 무지함이 끝날 무렵엔 콕 찍어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런가?”하는 갸우뚱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왜 ‘가만있어도 시인’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런 강의를 자주 들을 수 있다면 “나도 시를 쓸 수 있지 않을까”하는 행복한 고문을 해봤다. 하지만 낯설고 비틀기를 잘 해야 시(詩)라면 포기하겠다. 나는 익숙하고 올곧은 것이 좋다.ㅎㅎ 나머지 강의내용은 강원문협에서 제작한 ‘찾아 가는 문학교실「양양군」’이라는 소책자에 최돈선시인님의 시와 함께 잘 정리돼있다. 춘천 ‘태원출판사’에서 간행하였다.
둘째 시간부터는 시낭송이 이어졌다. 김동선님, 김정온님, 김정희님, 송현정님, 최복숙님, 최종한님, 한상호님...등 많은 분들이 배경음악과 함께 감동 있게 낭송했다. 고향 떠난지 50여년이 지난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시는 한상호시인의 ‘고향타령’ 이었다. 특히 “내가/ 고향 고향 하는 건/ 고향타령만 해도/ 속이 편해지기 때문이다”라는 부분이 가슴에 닿았다. 마지막 시간은 「양양문학」에 실린 다양한 작품들을 즉석에서 청중들에게 낭송기회를 부여하는 ‘독자시 낭송’행사로 진행되었다. 강원문협에서는 박종성사무국장님께서 최복숙시인의 ‘소망의 삶’을 구성지게 낭송하시고 양양이 친정인 김선옥차장이 최숙자시인의 ‘고향길’을 또랑또랑 낭송하였다. 행사는 다채롭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양양군의 ‘찾아 가는 문학교실’을 마지막으로 11월 29일 강원문협의 공식행사도 모두 끝났다. 돌아오는 길은 회장님과 사무국장님 그리고 일행 모두 후련하고 홀가분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행사를 물심양면으로 준비해주신 최종한 양양문협회장님을 비롯한 관계자분들께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인제 내린천 휴게소에서 밤 커피를 한 잔 하고 춘천휴게소쯤에 도착하여 시가지가 내려다보이자 안도와 평안으로 나른해졌다. 춘천을 떠났다 돌아오는 길은 늘 그랬지만 오늘은 유난했다. 사무국장님께서 ‘해단식 일잔’을 제안했지만 이 글을 쓰려고 다른 핑계를 대며 굳이 사양했다. 마음은 화력발전소 굴뚝같았다. 시내에 들어서니 어느 듯 초겨울 밤은 술시를 지나 해시가 되었고 도시의 불빛도 피곤한 듯 뿌옇게 졸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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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실감나는 현장 스케치가 돋보이네요
최돈선 님의 간결하면서도 평이한 표현력이 오히려 울림을 주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수고하신 노고에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김해숙, 김인숙, 김선옥 차장님들의 한결같은 동참속에 '찾아가는 문학교실' 사업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어 흡족한 심정이었습니다
감동입니다. 앉아서 그곳에 있는것 같은 기분 왜 일까요. 수고와 감사는 사랑을 잉태하고 모든이의 좋은 울림은 감동과 행복, 그리고 합심을 낳지요. 회장님, 사무국장님, 사무차장님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