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문예아카데미 공부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다.
홍남초등학교 앞을 지나다보니 비바람에 아스팔트 위에 떨어진 은행나무 잎들이 여기저기 뒹군다.
"아 여기에도 은행나무가 있었던가?"
그동안의 무심했던 마음에 웬지 은행나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저렇게 버티고 서서 도시의 그늘이 되어 주는 나무,
또한 지쳐서 돌아가는 작은 새들의 날개짓이 잠시 머무는 쉼터가 되기도 하는 나무
자동차 매연에 그렇게 시달리면서도 어찌 저리도 잘 물들었을까?
오고가는 사람들이 한번씩 쳐다보며 환한 얼굴로 지나간다.
많은 생명들에게 기쁨이되는 저들을 왜 나는 이제야 눈에 띄었을까 하며 얼굴이 화끈거린다.
내게 가을은 은행잎과 같이 왔다가 은행잎처럼 바람에 휘날리며 사라지곤 한다.
얼마 전 일이다.
내가 다니전 일터에는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었다.
겨우내 거북이 등껍질처럼 딱딱해져, 죽은 것처럼 있다가도,
봄이면 어김없이 두꺼운 껍질을 깨고 아기 손같이 보드라운 눈망울을 터트리곤 한다.
얼마후 연두색 잎이 나고 점점 푸르러 간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괜히 내 가슴도 덩달아 무엇인가 가슴 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느낌이 들면서
살아있는 것처럼 심장이 파닥거리곤 하였다.
하루 하루 그렇고 그런 일상 속에 살면서 그들을 바라보는 순간만은 괴로워하는 마음,
미워하는 마음이 조금은 사라지고, 어느 새 예수님이나 부처님이 되어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야,
오늘은 무엇으로 이 세상을 조금은 아름답게 해볼까 하며 넉넉한 마음이 되곤 하였다.
검은 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은 시가에 ,
그야말로 늦가을 햇살처럼 고향으로 돌아갈 길이 얼마 남지 시기에 그 일터에서 일했었다.
그 시기에 그나마 나에게 피라미처럼 반짝이는 기쁨과 토담처럼 포근함을 준 것은 은행나무였던 것같다.
그 기쁨이 얼머나 컸던지, 맨 처음으로 그 학교가 만들어졌을 때 심었음직한 수십년은 됨직한 은행나무를 보면서
처음 나무를 심을 생각을 한 그 분들에게 날마다 감사의 절을 드리고 싶었으니까.
그 일터는 입구에서 중앙현관까지 양쪽으로 꽤 긴 거리를 우람한 은행나무가 줄지어 심어져 있고
운동장 주변에도 은행나무가 군데군데 심어져 있었다.( 계속 )
첫댓글 노란 은행잎 참 곱지요
옛날 은행나무는 지금도 더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은행나무가 쓸쓸히 준비를 하다가 한 시인의 사랑을 함빡 받고 가니
내년에 또 파란 잎으로 희망을 담고 오겠어요
삼라만상이 사랑받을 때 제일 보람이 있겠지요
감사합니다.
에, 참 긴 글을 올리기가 쉽지가 않네요.
그래서 시간나는대로 나누어 올려봅니다.
컴에서 긴 글 올리는 것을 헤스티아 님에게 배워야 겠어요.
다음 내용이 궁금해 지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