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장인가, 신장인가

[영영]

가볍고 유쾌하고 우아하며, 공직에서는 청렴하게 일하는 이반일리치. 

그러나 그는 어느날 죽음에 이르는 병을 얻게 된다. 

그는 묻기 시작한다. '맹장인가, 신장인가' 

자신을 죽음으로 내모는 그 근원이 어느 장기인지를 찾아내기 위하여 

저명한 의사들을 찾아다닌다. 

하루 하루 수척해져가고 낯빛을 일어가는 가운데, 

'맹장인가, 신장인가' 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날, 자신은 맹장도 아니고, 신장도 아닌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숨이 붙어 있는 동안은 존재하지 않는 죽음을 찾기 위하여, 

그 죽음으로부터 멀리 도망치기 위하여, 

숱한 진단과 두려움과 짜증 속에서 몇 안 남은 날들을 보냈구나 깨닫는다. 

여태껏 높은 자리에 앉은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것들을 갖기 위하여, 

유쾌하고 우아하게 살아온 날들이 스쳐 지나간다. 

진실의 순간은 죽기 직전 뿐이었다. 

이반 일리치는 자신이 살아온 삶이 거짓이었구나,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질문한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가 알려준 것은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었다. 

고급 커튼이 아니라  어릴 적 먹었던 쭈글쭈글했던 프랑스 자두였다. 

그저 생명답게 건강하게 즐겁게 사는 것, 그것이 그의 죽음이 가리킨 진실이었다. 

우아함과 세련된 양복을 입고 사교 파티에 가는 삶과

다른 사람의 아픈 다리를 어깨에 메어 쉬게 하는  삶,

그 사이에 놓인 이반일리치와 스스로를 생각했다. 

내 마음이 열리고, 상대를 생명으로 바라보고, 

서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일, 그 일로 일상을 살아가야겠다. 

[심지연]

죽음이냐 삶이냐 보다 맹장인지, 신장인지가 중요하지 않듯 내 앞에 있는 여러 선택이 죽음과 삶의 기로 앞에 그 경중이 있는 그대로 객관화되는게 참 중요하겠다 싶어요. 지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신기루 같은데도 포기하지 못해 못내 행복을 미래 어느때로 미루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말아야 겠어요. 그럴때 해 볼수 있는 질문이 ”정말 너에게 필요한 게 뭐야?“ 인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도 내 맘에 물어봅니다. 뭐가 정말 필요한지, 뭘 바라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