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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호부터 3회에 걸쳐 ‘우리가 설탕을 버려야 하는 이유’를 연재한 뒤, 독자들께서 큰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먹을거리에 관한 우리의 습관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독자들의 요청으로 이번 호부터 우리 생활 전반을 돌아보는 ‘익숙한 것과의 결별’ 연재를 하려 합니다. 흰쌀밥, 정제 설탕, 정제 소금, 수십 가지 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들과 방부제로 뒤범벅된 수입 농산물들…. “도대체 무얼 먹고 사나?”라는 의문을 갖게 됩니다. 식생활을 건강하게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것이 그리 까다롭거나 번거로운 일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지요. 한때 편리한 가공식품을 좋아했다는 주부들이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해 들려주는 지혜와 정보. |
도움말 신 근 정 36세. 주부. 녹색연합 근무
아토피 대가 치르고 돌아본 식생활
예전에는 식생활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나는 빵이나 라면 같은 가공 밀가루 식품과 햄, 치킨, 피자 같은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큰아이가 생후 한 달 때부터 아토피를 앓기 시작하더니 점점 심해졌고 병원에 다녀도 차도가 없었다. 의사는 커서까지 갈 거라고 했다. 왜 먹을거리가 중요한지, 환경이 중요한지를 처음으로 느끼게 되었다. 임신 기간에 물만 마시면 토해서 음료수를 마셨다. 과일주스나 과즙음료, 딸기우유 같은 것을 아홉 달 내내 마셨다. 첨가물투성이의 음료수를 마셔댄 것이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먹을거리를 바꾼 13개월 이후에는 초등학생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아토피가 재발하지 않았다.
가공식품 안 먹기부터
건강한 먹을거리라고 해서 처음부터 다 바꾸지 않아도 된다. 호박, 가지, 콩나물 등 자연식품은 평소대로 이용하면 된다. 이미 만들어 판매하는 반찬류나 전자렌지에 넣기만 하면 되는 조리, 반조리 식품을 피하고, 가급적 신선한 채소와 나물을 사서 직접 조리하는 게 우선이다. 무엇보다 가공식품을 줄여야 한다. 햄을 사는 것보다는 차라리 돼지고기 한 근을 사는 게 좋다. 이것이 더 경제적이다. 정 가공식품을 먹어야 할 때면 생활협동조합이나 유기농 매장 등 안전한 곳에서 산다. 원산지가 국내산이어서 원재료를 공급하는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식품 첨가물을 조금이라도 줄이자
제품을 살 때 꼭 뒷면을 확인하자. 뒷면에는 ‘식품표시사항’이라 해서 원료가 적혀 있다. 글리세린, 글루타민산나트륨 등 첨가물이 적게는 3~4가지, 많게는 30~50가지나 적혀 있는 것도 있다. 당연히 첨가물이 적게 들어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자연 원료 이름 뒤에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이 있다. ‘쇠고기맛베이스’ ‘쇠고기 풍미’ ‘양파 풍미액’ 등등. 이것도 다 조미료다.
유기농 매장, 식비 부담의 오해
고기나 가공식품을 줄이면 유기농 식품을 이용해도 식비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게 주로 햄, 소시지 등의 가공식품이다. 생활협동조합을 이용할 경우, 생협마다 다르지만, 한국생협연합회의 경우 한달에 2만5천원 정도씩의 조합비를 내면 제품을 거의 원가에 구입할 수 있다. 한 달에 10만원에서 12만원 정도 구입을 하는 분이라면 조합비를 내는 편이 더 낫다. 오이나 가지 등의 제철 채소는 아파트 주말시장보다 더 싸고, 과일이나 채소도, 산지의 기후변화 때문에 시중 가격이 올라도 생협에서는 연초에 농부와 계약한 가격 그대로 가기 때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또 실제 마트와 비교해도 비싸지 않다. 슈퍼에서 계란이 2,500원에서 3,000원 정도인데 생협 조합원가가 2,700원이다. 생협은 국내산이기 때문에 수입 물가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의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먹을거리를 바꾸면 병원비가 덜 들게 된다. 나는 평상시 십이지장 궤양 때문에 고생했다. 그런데 먹을거리를 바꾸고 나서 증상이 없어졌다. 이 같은 사실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친환경 급식을 하는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자연식 급식을 시작하고 아이들의 병원 가는 횟수가 30% 정도 줄었다고 한다.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던 큰애도 중이염, 폐렴, 수두 등 다른 병에 걸려본 적이 없고 감기도 하루 이틀 만에 금방 나았다.
바른 식생활, 관념 관습의 벽 넘어야
먹을거리는 단순히 먹는 문제가 아니다. 쉽고 간편한 것을 선호하는 습관이나 사람과 사물에 대한 마음 씀씀이와 가치관의 변화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야채나 채소, 달걀이나 고기가 어떤 과정을 통해 생산되었는지 관심을 갖게 되면 생산자의 정성과 땀을 생각하게 된다. 감사함을 배우는 것이다. 유기농 식품에 대한 관심이‘넉넉한 사람들이나 하는 호사’라는 오해와 위화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우리가 넘어야 할 오래된 관념의 벽이기도 하다. 가족의 건강과 주변을 배려하는 식생활이 꼭 유기농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허세와 왜곡된 거품이 빠진 ‘소박한 밥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먹을거리, 어떻게 살고 있는가의 문제
식생활을 바로잡으면 생활 습관도 바로 서게 된다.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규칙적이면 아침을 허둥지둥 간편한 빵과 커피로 대신하는 일도 조절하게 된다. 밤늦도록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보는 습관을 고치면 라면이나 치킨 같은 야식 먹는 습관도 고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을 먹느냐는 생활 습관의 문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사느냐와 무관할 수 없다.
사진 제공_ <살림감각을 높여주는 생활의 지혜 888>(아카데미북)
농부 등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먹을거리 조용히 자리 잡은 생활협동조합
생산자인 농민이나 축산농가 등과 소비자가 조합을 통해 만나 서로 신뢰를 쌓으며 먹을거리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 생활협동조합.
생협 회원이 되려면 우선 가까운 곳에 생협 매장이 있는지 확인하고, 인터넷이나 단체 등을 통해 생협에 관한 정보를 모은 후 자신과 가장 맞는 곳이라 여겨지는 곳에 가입을 한다. 가입은 전화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할 수도 있다.
가입을 하면 초기 출자금 3만원과 매달 22,000원 정도의 조합비를 내야 하는데 생협마다 약간씩 다르다. 출자금은 주로 생산자의 영농 자금이나 물품 개발비, 생협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다. 회원 탈퇴시 돌려받을 수 있고 생협에서 이익이 나면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생협 회원이 되면 생협의 운영에 참여할 뿐 아니라, 각종 교육이나 생산지 방문 등의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한살림, 경실련 정농생협, 여성민우회 등 비교적 잘 알려져 있는 생협 이외에도 작은 단위지만 지역에서 단단하게 뿌리내린 여러 생협들이 있다.
생협을 이용하면 첫째, 상대적으로 안전한 먹을거리를 먹을 수 있다. 둘째, 규모 있는 살림이 된다. 시장에서 떨이로 야채를 팔면 아까워서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구입해 냉장고에 쟁여 놓았다 상해서 버리는 경우가 많다. 생협을 이용하게 되면 1식 3찬을 기준으로 일주일 단위로 식단을 짜게 되고, 버리는 것 없이 알뜰하게 쓰게 된다.
천연 간식 만들기 옥수수구이
간식 대부분이 인스턴트 식품이다. 이것만 자연식품으로 바꾸어도 큰 변화.
재료 옥수수 2개, 올리브 오일 적당량
▶ 옥수수를 한번 찐 후 올리브 오일을 여러 번 덧발라가며 오븐이나 토스터에서 노릇노릇하게 굽는다.
자료 제공_ <야무진 건강밥상>. 이양지 지음. 삼성출판사 발행
유기농 식품 바꾼 뒤 더 알뜰소비하게 돼 버리는 음식 없다는 민정명옥(38)씨의 지혜
첫아이를 낳고 아이가 잔병치레로 병원을 계속 들락거리자 자연스레 먹을거리에 관심이 갔다. 먼저 생협을 통해 아이의 먹을거리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남편은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불평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안전한 식품으로 병원비 줄이니 절약이고, 다른 지출을 줄이면 된다”며 남편을 설득했다. 먼저 한 달에 2번 이상 하는 외식을 없앴다. 유기농으로 식자재를 바꾼 후에는 버리는 음식량이 줄어들었다. 가령, 오이도 조금 더 잘라낼 거 덜 자르거나 과일도 껍질째 먹는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오이, 배, 참외를 껍질째 먹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요리할 때도 본재료의 맛을 살리려고 많은 치장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 만든 국간장으로 대부분 음식의 간을 한다. 그래서 전엔 요리에 잘 사용하던 굴소스도 사용하지 않는다. 식생활이 바뀐 뒤 좋은 건 큰아이의 경우 충치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음식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생협을 통해 생산자들과 직접 만나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들이 마을에서 작물 키우는 얘기를 들을 때 눈물이 핑 돌았다.
지극한 정성이 느껴졌고, 신뢰가 갔다. 바른 먹을거리를 생활화하다 보니 자연스레 환경까지 생각하게 된다. 먹을거리의 생산자인 농부의 땀과 그 고마움을 아는 사람은 물도 전기도 자연도 사람에 대해서까지 소중히 하게 된다.
첫댓글 너무나도 유용한 정보네요... 가공식품들이 몸에 안 좋은지 뻔히 알면서도 사람은 참 간사하게도 입에서 즐거우면 그냥 계속해서 먹게 돼요... 나중에 몸이 고생해보고 나서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정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건강은 있을 때 지켜야할 것 같습니다^^*
으흐흐 아토핑... ㅠ.ㅜ
아떼는 식신인데 우째~아토피 생각하면 맛난것들 다 먹으면 안되고~그래두~안돼~
배고프면 라면 생각나는 나는...어찌하오리까..
오늘 장은언니 다짐을 무너뜨리고 치킨 먹었대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