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통신이 오랫동안 비어있는게 맘에 걸려 잠시 들어왔다...
오늘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값이라도 해야 할까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다.
오늘, 꼭 몸이 앓아 누운 것도 아닌데, 사무실에 나가지 않았다.
일이 한꺼번에 몰려오고 정리와 만족감이 들지 않을 때 난 잠시 일로부터, 사람으로부터 잠시 떨어져 있기를 좋아한다.
아마 내향적인 성격인 탓에 그런가 보다...
등대학교 졸업여행의 감격이 채 가시지도 않았고, 까페에 지금도 올라오는 졸업여행 후기들을 보며 기운을 얻기도 하는데,
그래도 근본적으로 일에 대한 내 자신의 충만감이 차오르지 않으면서 일하는 것은,
어쩐지 우리 일에 대한 모독처럼 생각되어 잠시 일로부터 쇠잔해진 나를 멀리 있게 하는 게 예의라고 생각된다.
말끔히 정리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무거운 몸과 마음을 이끌고 사무실 한켠에 우중충 앉아있는 것 보다 한결 정신이 맑아오는 것을 느낀다.
졸업여행 첫날이었던 6월 12일이 꼭 우리 창립 1주년이 되던 날이었지만,
그보다도 훨씬 전인 한 해 전인, 2007년 3월부터 이 운동을 구상하고 꿈꾸어 왔으니,
벌써 2년도 더 된 세월을 이 운동과 함께 해왔다.
시간으로 치면 2년 3개월 정도 지난 세월인데도, 고민하고 힘겨워했던 농도로 하면 한 10년 세월은 지나온 느낌이다.
지금도 우리 운동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템 선정과 구상이 무수히 수정되곤 하지만,
창립하기 전까지 수많은 시간을 토론하고 수정하고 뒤집고 하면서 설계했던 얼개가 있었기에
기본이 흔들리지 않고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야심차게 시작하기도 했지만, 지금 이렇게 많은 일들을, 또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해나가게 될 줄은 감히 상상하지 못했다.
졸업여행 마지막 시간, 손을 잡고 함께 노래부르며 느낀 그 감격이 아직도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각각이 살아온 경험과 처한 환경이 모두 다름에도, 내 아이를, 우리의 아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고 바르게 키우겠다는 다짐으로 하나가 되었던 순간, 그리고 그 결심이 오늘 하루 잠시의 스쳐감이 아니라,
적어도 이 땅에서 입시와 사교육으로 고통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사라지는 그 날까지,
비록 큰 일을 해내지는 못해도, 내가 선 이 자리를 피해가지는 않겠다고,
맞잡은 이 손을 놓치 않겠다는 마음을 언제나 기억하며 살겠다며 기원하고 기원하였다...
이 운동은, 아니 삶이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시작하기 전에도 너무나 힘들었고,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에서도 순간 순간 작고 큰 위기가 너무나 많이 도사리고 있다.
게으름과 나태와 싸워야 하기도 하고,
피상적 수준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운동의 지향과 정신을 참여하는 사람, 글을 읽는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까지
어떻게 전달되도록 할 것인지, 그래서, 매번의 토론회와 매번이 모임이,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거센 비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 견고한 돌탑을 쌓듯 그렇게 해가고 싶은 마음에 힘에 겨웁다...
모든 것을 그렇게 완벽하게 진행시키기엔 우리 일이 너무 많은 것이 탈인가?...
무엇보다,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이 운동과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 대한 순전하고 충일한 정신으로 임하지 못할 때 가장 괴롭다...
오랫동안 이 자리를 우직하게 버티는 것 이상으로, 단 한순간도 관성으로, 소홀함으로 이 운동을 대하는 나를 보고 싶지 않다.
졸업여행의 여독이 풀리지도 않은 채 등대학교 마무리 작업에, 또 새로운 운동으로 내달리는 사무실 식구들에 미안함이 가득하다.
그들도 어찌 나와 같은 꿀맛같은 하루 휴식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아니, 꿀맛 같지는 않았다. 낮잠도 자고 책도 뒤적이며 뒹굴거리는 했지만,
내 안의 답답함과 심란함의 정체와 싸워야 했으니까...
오랫만에 까페가 아닌, 우리 블로그에 가보았다.
누가 챙기나 안챙기나 초식동물은 열심히 블로그를 가꾸고 있었구나...
사무실 개소식 사진에서부터, 창립식 사진까지 주욱 둘러 보았다.
송인수선생님, 이 운동을 시작할 때 하나님 앞에 내세운 '증거' 이야기도 다시 보았다...
강의때마다 그 대목을 제대로 사람들에게 전달하지 못한다고 타박을 하곤 한다.
이번 등대학교 강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사자도 아닌 내가 그 일에 더 흥분하고 지금도 절박하고 가슴졸였던 한 순간 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10여년을 넘게 이 바닥에서 굴러먹다 얻게 된 모든 정보와 지혜를 모아, 던질 카드는 이것뿐이다 하며,
우리 교육을 살릴 길에 대한 세세한 지도를 함께 그리던 중,
터무니없는 '증거'를 내세워, 반년도 넘게 날마다 날마다 기도와 조바심으로 '증거'를 기다린 시간은,
그야말로 두번의 금식으로 바짝마른 송인수선생님 몰골 만큼이나 나 역시 바짝바짝 가슴이 타들어간 시간이었다...
'증거'로 내세운 "휴직제법안"을 받은 지금의 교과부 차관인 이주호 의원과,
12월 대선을 앞둔 교육공약 평가 과정에서 사이가 극도로 나빠진 상태에서 그 '증거'의 실현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증거'가 없더라도 가야 할 길은 있나보다 하며 체념하고 기운놓고 있던 중에 기적처럼 그 일은 실현이 되었고,
지금 우리도 그 혜택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운동이다.
지금은, 넓찍한 사무실에(이곳도 비좁아서 이 건물 누군가가 망해서 나가지 않나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만),
다섯명의 상근자를 먹여살릴 만큼의 후원금과
까페에 날마다 죽치는 폐인들도 적지 않으니,
다른 모든 가까운 교육운동 지인들까지 하나같이 반대하던 운동으로,
달랑 둘만이 텅빈 황량한 사무실 얻어 공사하고 도배하고, 북치고 장구치던 시절에 비하면
만석지기 부럽지 않을 부자가 되었다...
내일은 새로운 의욕으로, 새 날을 맞고 싶다...
첫댓글 담 졸업여행부터는 자원봉사 하는 사람이 늘어서 운영진들이 좀 더 편하게 운영하실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다들 피곤해 하시는 모습 보니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아, 그런 실질적인 자원활동이 부족한 것이었군요...미안함만 가득...
조용히 혼자의 시간을 갖기, 그게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아요. 저도 그거 잘하는데... 이제는 피곤하고 힘든 게 많이 회복되셨기를 바래요. 샘과 보기는 여러 번 봤는데 개인적인 대화는 한 번도 안했네요. 일단 회복하시고, 모든 일 다시 이전처럼 활동적으로...
대표님은 늘 치열함을 잃지 않으시려고 이렇게 노력하시는군요. 다시 에너지가 충전되어 즐겁고 보람된 나날들이 되길 바랍니다.
선생님의 희생과 노력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선생님들께서 그동안 외로이 지셨던 그 짐을 조금이나마 제가 나누어 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송인수 선생님께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라고 하셨으니,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꾸벅.
저는 제 삶을 희생이라고 단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가진 능력이 너무도 부족하고, 게으르고 나태하기 이를 데 없이 그저 좀 '사회적 삶'과 가치지향적 삶에 대한 의식이 좀 있다뿐인데, 해야할 일의 난이성에 비춰 제 역할이 아니다싶은 생각이 언제나 있고, 늘 부끄러움에 시달리지요. 여튼 격려의 말씀과, 열성을 내시겠다는 말씀에 감사해요...
대표라는 자리, 누가 뭐래도 가장 어렵고 고독한 자리이지요. 그래서 어떤 일꾼들보다 휴식이 필요합니다. 두분 대표님께서 떠안은 짐이 얼마나 무거운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고토회복님 말씀대로 얼마든지 시켜주세요. 할 수 있는 한 힘껏 돕겠습니다.
뭐 재밌는 소식이 있나 해서 들어왔다가 흠.... 윤지희샘 글만 읽으렴 숙연해집니다. 선생님 마음을 알게 되어 고맙습니다.
뭐 좀 재밌고, 기운나는 글을 써야하는데, 괜한 글을 썼나 싶기도 했습니다. 못나고 나약해서 허덕거리고 사는 모습을 보였어요...
늘 도전하시는 삶 존경스럽습니다 옳은 길을 간다는게 결코 쉬운일은 아닌것 같아요 샘같은 분이 계시기에 우리사회가 한단계 더 성숙해가는것 같습니다 고맙고 감사하고 그리고 미안함이 .....
선생님~ 감사합니다. 저는 꿈조차도 꿔보지 못한 일을 시작해 주시고 이끌어 주시고 무엇보다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다시 힘내세요!!!
선생님 진심이 느껴져서 목이 메이고 눈물이 글썽![~](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남이 가지않은길이란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가요~ 많은 동지들이 있잖아요^^ 등대가 있는한 밝은 미래가 온다는걸 믿어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윤지희 선생님의 더 좋은 세상을 위한 헌신이 결코 헛되지 않을 줄 믿습니다. 등대지기학교졸업여행에 참석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평소에 성실히 했으면 휴일근무 안 해도 되었는데... 송인수 선생님이 그동안 두 번 금식을 하셨다니.. 그만큼 절실하고 간절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의 기도를 또한 하나님께서 들으셨을 거리고 믿습니다. 저도 지난달에 세 번 금식했답니다. 오랜만에 하루씩 세 번.. 절체절명의 간절함이 있어서.. 물론 하나님은 선히 응답하셨지요. 그래요. 맞습니다. 때로는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좀 쉬시면서 몸도 마음도 충전함이 좋겠습니다.
졸업여행...마지막..손을맞잡고 노래부르던 그 느낌이 아지고 생생합니다...3기땐...저도 신랑도 자원봉사할께요... 선생님 수고 정말정말정말정말 많으셨어요...앞으로도 힘내주세요!!!!열씸 따라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