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 연극 진수 선뵌다...극단예전 '잘자요 엄마' 공연
영남일보 97년 2월
대구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공연활동을 벌이고 있는 극단 예전이 극단 및 소극장 개관 3주년을 기념하여 사실주의 연극 한편을 무대에 올린다.
연극 전용극장 예전(대표 김태석.대구시 중구 공평동)은 개관3주년기념 공연작으로 미국 여성작가 마샤 노먼의 '잘자요, 엄마'를 선택, 오는 7일 오후 7시30분 첫공연을 시작으로 오는 3월2일까지 약 한달간의 장기공연 (매주 월요일은 정기휴일)에 나선다.
여성작가로는 두번째로 퓰리처상을 받은 마샤 노먼의 '잘자요…' 는 미 국 초연시 대단한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사실주의 연극의 진수로 통하고 있는 작품으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자살을 하려는 딸과 그것을 막으려는 엄마의 필사적인 노력을 다룬 이 작품은 1시간반동안 장.막.시간의 경과 등의 변화가 없이 현재의 시간과 극중의 시간이 동일해서 어떻게 보면 극히 지루하고 극적인 요소가 없는 듯한 너무나 연극적이지 못한 작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등장인물에 대한 탁월하고 섬세한 심리묘사와 극히 절제된 감정 의 언어적 표현, 그리고 빈틈없이 정교하게 정리된 상황의 전개는 엄청난 극적인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미국 남부의 어느 초라한 시골집에서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가는 딸 제시 가 어느날 돌아가신 아버지의 녹슨 권총을 다락에서 찾아낸 뒤 엄마 델마 에게 '엄마 나 자살할거야' 라고 내뱉으면서 극은 시작된다.
델마는딸 제시의 자살을 막기위해 나름대로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이 러한 방법들은 서로의 몰이해로 인해 오히려 갈등만 심화될 뿐 제시의 자 살의지는 더욱 굳어진다.
급기야 숨겨져 왔던 여러가지 문제가 제시되고 서로의 깊은 사랑을 재인 식시켜주지만, 제시는 현 삶에 있어 자유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이것 이 유일한 것임을 외치고 자살을 함으로써 극은 막을 내린다.
이 극의 소재는 자살이고, 주제 또한 자살이다. 하지만 주제는 보는 이 의 관점에 따라 주제는 여러 각도로 달라질 수 있다. 자살의 원인이 뭔가 에 대해 초점이 모아질 수 있고, 자살 그 자체 일수도 있고, 삶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의 원인에 대한 해결책,즉 자살 조차 느끼 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상태로 삶을 살기 위해 인간이 갖추어야 할 조건 이 이 연극이 제시하고자 하는 주제이자 메시지이다.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인 김태석씨는 "개관 3주년기념 공연인 만큼 작품 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오랜 연습시간을 가졌고, 사전 세트설치연습을 위해 극장을 장기간 비워두는 등 최선을 다했다" 고 밝히고, "이번 연극 을 통해 대구 연극의 진흥과 시민들의 문화 예술측면에서 의식수준의 향상 에 기여할 수 있을 것" 이라는 야심찬 기대를 나타냈다. 엄마인 델마역엔 이미정씨, 제시역에는 이명일씨가 열연한다. 공연문의 (053)424-9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