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이렇게 생각해왔다.
밤이 되는 건 괜찮으나
날이 저무는 것이 아쉬울 뿐이라고
죽음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늙어가는 시간이 쓸쓸할가 걱정될 뿐이라고,
그런데 문득
부쩍 늘어난 흰머리를
이리저리 들취보다 말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날이 저무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을지 모른다.
노을이 지는 것도, 움켜쥐었던 강물이
손가락 사이를 힘없이 빠져나가는 것도
정성과 집착으로 쌓아올린 모래성이
바람에 야위어가는 것도
약속이라도 되어 있는 것처럼
모든 것을 하나 둘 잃어가는 것도
생각보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과정일지 모른다.
-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中에서 / 채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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