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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302 (화)
- 냉 이 - 식물이야기 (24)
이제 드디어 꽃피는 3월입니다. 저는 3월이 되고 봄이 되어야만 새해가 시작되는
느낌이 있는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의 새 학년이 시작되어서
그런 마음이 듭니다.
어쩐지 이번 겨울은 몹시도 길었고 눈도 많이 왔고 추위도 크게 왔던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그래도 이제는 얼음장 밑으로 졸졸졸 시냇물 소리가 들려오고
바람도 한결 부드러워졌고 지난주에는 덥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눈에는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보이는 땅 밑에서 새로운 생명들이
힘차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가 어릴 때 즐겨 부르던 노래가 생각나시는지요?
제가 알고 있던 가사가 요즘은 조금 바뀐 모양인데 한번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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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제가 알던 노래 *
봄 마중
동무들아 오너라 봄 마중 가자
나물 캐러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꽃다지 모두 캐보자
종달이도 봄이라 노래 부른다.~~~~
* 요즘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봄맞이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달이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시냇가에 앉아서 다리도 쉬고
버들피리 만들어 불면서 가자
꾀꼬리도 산에서 노래 부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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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는 원래 “김태오(金泰午) 작사 / 박태현(朴泰鉉) 작곡”인데 두 노래의
가사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보면 꽤나 다른데 여러 가지 차이점 중에서
저한테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꽃다지”를 “씀바귀”로 바꾼 것입니다.
왜 바꾸었는지는 알 수가 없는데 그래서 다음번 테마는 “꽃다지”로 하려고 합니다.
* 박태현(朴泰鉉) : 1907~1993
이 분을 아시는지요? 이름만 들으면 잘 모르실 수도 있는데 호를 “춘호(春湖)”라고
쓰시는 이분은 평양출신으로 숭실중학교와 숭실전문학교를 거쳐서 일본의
“일본동양음악학교“를 나왔는데 축구, 미술 등에도 아주 조예가 깊었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은 지금도 그날이 되면 부르는 노래인 ”삼일절노래“, ”제헌절노래“,
”한글날노래“를 이분이 작곡하였다는 것입니다.
* 그럼 여기서 우리나라 주요기념일의 노래를 작곡하신 분들을 살펴봅니다.
# 4대 국경일 노래
- 삼일절 노래 : 정인보 작사 - 박태현 작곡
- 제헌절 노래 : 정인보 작사 - 박태현 작곡
- 광복절 노래 : 정인보 작사 - 윤용하 작곡
- 개천절 노래 : 정인보 작사 - 김성태 작곡 --- 정인보님이 가사를 모두 쓰셨군요!!!
# 다른 기념일 노래
- 설날 노래 : 윤극영 작사, 작곡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
- 어린이날 노래 : 윤석중 작사 - 윤극영 작곡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
- 현충일 노래 : 조지훈 작사 - 임원식 작곡
- 국군의 날 노래 : 국방부 정훈국 작사 - 이흥렬 작곡
- 한글의 날 노래 : 최현배 작사 - 박태현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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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봄을 맞으면 보통 산수유, 생강나무, 목련, 매화, 벚꽃 등등
꽃나무들을 생각하는데 저는 봄나물이 먼저 생각납니다.
봄나물의 대명사이고 대표적인 것은 역시 “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그래서 “냉이”가 오늘의 이야기입니다.
* 봄꽃을 말할 때 “동백”을 겨울 꽃으로 보니까 일단 제외하고 사실 봄에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식물로는 풀 종류에서는 얼음 밑에서도 꽃을 피우는 “복수초”가 있고 나무로는
마치 종이를 잘라 붙인 것 같은 모습의 “풍년화(한자로는 만작-滿作이라고 함)”이
있기는 하지만 둘 다 우리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없습니다.
“냉이”는 지방에 따라서 “나생이”, “나상구”, “나이”, “내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또 다른 말로는 “양근초(羊根草)”, 역생초(驛生草)“라고도 하며 한자로는
“제채(薺菜)”라고 씁니다.
그런데 영어로는 “Shepherd's Purse"라고 하는데 이는 그 열매의 모습을 보고
만든 말로서 그래서 우리말로도 ”낭낭지갑(娘娘紙匣)“이라고도 합니다.
“양치기의 지갑”이나 “아가씨의 지갑”이나 모두 아주 낭만적인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꽃말은 “봄색시”, “봄처녀” 또는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이지요.
“냉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2년생 초본)”으로서 유럽의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이나 지금은 세계 각국에 퍼져서 살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오래전에
중국을 통해서 들어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습기가 있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면 전국의 어느 곳에서나 즉, 산야지,
들판, 정원, 목초지, 습지, 뚝 등에서 잘 자라는데 재미있는 것은 사람의 발이 자주
닿는 곳에서 잘 자란다는 것으로 그래서 이른 봄에 집이나 마을 가까이에서
나물 캐러 다니기에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발길이 잦은 곳에서 잘 자라는 것에는 또 “질경이(한방에서는
‘차전자-車前子‘ 라고 부름)“가 있는데 아주 재미있는 식물로서 나중에 올립니다.
“냉이”는 다 자라면 키가 6~20cm 정도로 큰 것은 어른의 무릎까지 올라오는데
잎줄기가 땅위에 방사상(放射狀) 으로 퍼져서 “로제트(Rosette)"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르면 3월부터 여름까지 흰 꽃을 피우는데 한 꽃에 네 개의 꽃잎이
서로대칭으로 십자모양을 이루는데 그래서 “십자화과(十字花科)”이지요.
꽃 모양은 “총상꽃차례(총상화서-總狀花序)”로서 5월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데
모양이 심장 또는 삼각형 모양의 “삭과(蒴果)”로서 오랫동안 꽃이 피기 때문에
한그루에서 꽃과 열매를 함께 볼 수가 있습니다.
* 여름 내내 꽃을 피우는 “애기똥풀”도 한그루에서 꽃과 열매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 로제트(Rosette) :
주로 월년(越年), 즉 해를 넘겨 사는 식물들에서 볼 수가 있는데 짧은 줄기가 땅에 바싹
붙어서 사방으로 퍼져 있는 모습을 말하는 것으로서 마치 장미(Rose) 꽃과 같다고 하여
“Rosette"라고 부르며 우리말로는 ”방석식물“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겨울의 추위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는 “겨울나기”의 수단으로 이런 식물로는 냉이를
비롯하여 꽃다지, 민들레, 망초와 개망초, 질경이, 달맞이꽃 등이 있습니다.
* 꽃차례(한자로는 “화서-花序”라고 함)
꽃이 피는 모양을 말하는데 총상꽃차례(總狀), 취산꽃차례(聚繖), 산형꽃차례(繖形),
원추꽃차례(圓錐), 윤산꽃차례(輪繖), 두상꽃차례(頭狀), 육수꽃차례(肉穗),
수상꽃차례(穗狀)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꽃 모양은 그에 해당하는 꽃이 나올 때 다시 말씀드립니다.
# 여기서 나오는 말 중에 “산(繖)”은 우산이라는 “산(傘)”과 뜻이 같은데
식물학자들은 꼭 “산(繖)”을 쓰더군요.
* 총상꽃차례(총상화서-總狀花序)
꽃자루가 있는 꽃이 긴 꽃줄기에 여러 송이가 어긋나게 달린 꽃차례를 말하는데 꽃은
꽃줄기 아래에서 위로 가면서 피며(이것을 ‘무한꽃차례-無限’이라고 함) 꽃자루의 길이가
거의 같습니다.
냉이, 꽃다지, 유채, 금낭화, 투구꽃, 꼬리풀, 싸리나무, 아까시나무 등이 이에 속합니다.
* 삭과(蒴果) = 영어로는 “Capsule” :
열매의 속이 여러 칸으로 나뉘고 칸마다 씨앗이 많이 들어있는데 익으면 갈라지면서
씨앗이 드러나고 튀어나옵니다.
제비꽃, 양귀비, 철쭉, 진달래, 질경이, 명아주, 백합, 붓꽃, 무궁화, 능소화, 배롱나무,
끈끈이주걱 등이 이 종류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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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의 열매는 줄기 끝에 꼿꼿이 서서 튀어나온 모습으로 열립니다.
열매 하나에는 약 25개의 씨앗이 들어있는데 그러니까 무수히 많은 씨앗을
퍼뜨려서 봄에는 나물로 캐어 먹고 이윽고 밭갈이가 시작되면 모두 잡초로
취급하여 여름 내내 뽑아 버려도 이듬해 들판 가득 다시 나오는 것을 보면 씨앗도
엄청 퍼뜨리고 또 생명력도 굉장히 끈질긴 데서 오는 것이라고 보입니다.
* 냉이의 씨앗은 한자로 “석명자(菥蓂子)”라고 합니다.
그런데 “냉이”하면 봄나물로서 그 이름을 떨치는데 잎과 줄기와 뿌리까지 모두
먹는데 향기가 매우 진하지요? 나물로도 먹지만 된장국에 넣으면 정말 좋습니다.
전에는 냉이를 들에서 캐오거나 시장에서 사다 먹었는데 요즈음은 비닐하우스에서
키운 것들이 시장에 나오고 또 중국에서도 많이 수입한다고 하는데 이놈들은
냉이의 독특한 향기가 영 없어서 실망시킵니다.
역시 추운 겨울을 땅속에서 살다가 언 땅을 뚫고 나와서 햇볕을 듬뿍 받고 자란
놈들이 향기도 진하고 맛도 좋습니다.
그런데 꽃이 피기시작하면 향기도 떨어지고 맛도 없어져서 먹지 않습니다.
* 냉이는 또 튀겨서 먹거나 차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 냉이는 맛은 좋지만 겨울동안 꽁꽁 언 땅에서 자랐기 때문에 뿌리에 흙이 아주 단단하게
붙어서 잘 털어지지 않는데 나중에 요리를 한 다음에 쓰디쓴 흙냄새 때문에 기분을
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냉이를 쉽고 깨끗하게 손질하고 싶다면, 먼저 냉이의 잔뿌리를
제거한 후에 물에 담가 흙을 가라앉히고 받아놓은 물에서 살살 흔들어서 여러 번
헹굽니다. 냉이는 꼭 받아 놓은 물에서만 씻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흐르는 물에서 씻으면 큰 뿌리가 손상되어 맛과 향이 손실되기 때문입니다.
냉이의 종류에는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냉이를 비롯하여 황새냉이, 다닥냉이,
말냉이, 좁쌀냉이 그리고 노란 꽃을 피우는 구슬갓냉이 등이 있는데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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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東醫寶鑑)”을 보면 “냉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고, 독이 없고
간기(肝氣)를 잘 통하게 하여 간 기능을 도와서 몸의 해독작용을 하고 속을 풀어
주어 오장(五臟)을 편하게 하며 또한 눈을 맑게 해 준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한방(韓方)에서는 씨앗(子)와 뿌리(根)과 잎과 줄기(莖葉)을 모두 씁니다.
또한 채소 중에서는 단백질 함량이 가장 많다고 하며 기타 칼슘, 칼륨, 철분, 망간,
각종 비타민 등이 많은 알칼리 식품으로 몸에 정말 좋으며 또 “춘곤증(春困症)”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냉이”의 씨앗은 물기에 닿으면 끈적이는 독특한 합성물을 배출하는데 구더기 등
모기의 유충이나 수생곤충들은 여기에 닿으면 죽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예부터 삼월 삼짇날 냉이를 통째로 캐다가 마루 밑에 두어서 여름철에
벌레가 끓는 것을 예방하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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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이 사진
- 다닥냉이
- 황새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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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봄이 오시는 들로 나가서 봄나물도 캐고 또 봄기운을 실컷 마셔서
새로운 날들을 맞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냉이에도 이렇게 길게 할 얘기들이 있군요. 그러고 보니 세상 만물 한 가지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는게 새삼스레 맘으로 다가 옵니다. 꽃 차례라는게 있군요. 하긴 구분하기 위해 분류법은 학문의 기본이겠죠. 이 차례를 보고 꽃을 보면 더욱 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예~~~ 냉이도 두해살이 식물인데 자세히 살펴보면 얼마나 많은 사연이 있겠습니까. 동물이나 식물이나 아니 광물까지도 모두모두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저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칠 뿐이지요. 그래서 우리 입에 자주 오르내리지 않는 대상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고 하는데 잘될지는 모르겠습니다.
형님 !! 또 고향이야기 써야 되겠습니다. 초등학교 다닐때 강원도 고성군 저희고향에서는 냉이라 하지않고 발음대로 이야기하면 나생이라 하여 그말도 서울와서 냉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 정말 촌놈 서울와서 용 됬다고나 할까요?? 어려서 캐어가지고 물로 앃지도 않고 대충 털고 옷깃에 문질러 먹곤 하였지요. 화 하면서 정말 먹을만 합니다.지금도 저희집에서 냉이가 있으면 생 으로 한 두개는 먹습니다 .그때는 워낙 빈곤과 시골의 춘궁기는 어려운 삶 그자체 엿습니다. 여름되면 감자밥인데 쌀은 구경도 못하고 감자만 먹었고 .... 지금도 누구보다 감자는 잘 깍습니다 . 감자밥을 하려면 많이 깍아야만 하니까.
안녕하십니까. 위의 본문에서도 썼지만 지방에 따라서 "냉이"를 "나생이"라고 부른다고 했는데 고선생님이 그렇게 부르셨습니다. 그런데 냉이 뿌리에 붙어 있는 흙이 잘 떨어지지 않아서 잘못하면 흙도 먹게됩니다. 뭐 고성땅 깨끗한 흙이니까 먹어도 괜찮겠지만 밭에서 캐게 되면 밭흙 냄새가 그리 좋지 않아서 저는 아주 잘 살펴보고 먹습니다. 그런데 예전에 어려울 때 먹었던 감자나 고구마나 옥수수나 수수나 좁쌀이나 보리쌀 등이 모두 지금은 건강식품이고 몸에 좋다고 하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습니다. 감자밥에 얹혀있는 하얀 감자가 먹고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