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근작시 3편ㅣ
이슬방울 우주
뉘엿뉘엿 해가 지는 강물 반짝이는 윤슬
모두 다
이슬방울 속이다
가지 마, 가지 마, 소리 뒤로 사라진
이별도
이슬방울 속이다
이슬방울 물결에 떠도는 별빛,
추억의 기록들,
그대 입술,그대 혀,그대 숨소리
모두 다 이슬방울 속이다
몸을 뉘자
꽃술을 아무리는 금강초롱꽃, 한 방울
이슬방울 우주를 그대에게 실어 보내는 저녁노을,
이윽고,
이슬방울 달이 뜬다. 워 보낸다.
날마다 좋은 날
누군가 잠방잠방 생각나는 날에는 솔 숲을 찾는다
눈으로 바라만 보아도 막힌 곳 뚫어주는
솔잎바늘에 몸을 맡긴다
마음자리 튿어진 곳에는 햇볕을 불러
한 땀 한 땀
햇빛바늘로 박음질도 해주는
솔 숲에 한나절 앉다 보면
그만 나도 송화가 되어 노랗게 삭은 내 시름
바람에 잠방잠방 띄우며
허공신이나 가져가라 날려 보낸다
소창다명小窓多明
천지 네 귀퉁이마다 장군봉·망천후·백운봉·청석봉을
문진文鎭으로 눌러 놓자
평평해진 물결, 저마다 물방울 창을 달고
햇빛을 불러들인다
소창다명小窓多明, 작은 창들이 불러들인 햇빛들
천지 아래 얼음물 속에 마련한 만병초 꽃밭
한 송이 한 송이 헤아리다 잠드는 기쁨,
늘어지게 한잠 자다가 깨면
얼음방석째 두둥실 떠오르니
여기가 바로 꽃자리, 꽃이 피고 꽃이 지는
물마루, 반야용선 오가는 백두나루,
오래 오래 지켜보느니,
내 한 생 맑게 빚어 피운 삶의 꽃 한 송이.
ㅣ시인의 말ㅣ
돈오돈수, 돈오점수, 어떤 게 더 효과적일지 모른다.
절집에 가면 스님들이 명상하는 걸 보게 된다.
지도 스님이 죽비를 한번 내리칠 적마다 놀라 제자리를 찾는 스님을 보면 돈오가 맞을 것 같지만 인연이 그렇게 쉽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달마 10년을 보면, 달마 역시 그렇게 10년 47,000가지 잡념에 시달리지 않던가.
그런데 혜가는 팔 한 짝만 잘라버리고 후다닥 깨우치지 않던가.
모두, 사람 나름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