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8. 21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가 시작된지 벌써 3년 넘게 흘렀는데요. 그 효과는 어느정도 나타나고 있을까요?
미국은 중국을 세계 반도체공급망에서 분리시키려고 했지요. 중국의 반도체 공급기지나 다름 없던 대만을 중국에서 떼어내려고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의 IT·반도체 굴기를 저지시키거나 그 속도를 늦춰보려는 게 미국의 의도였을 겁니다.
그 결과, 스마트폰 1위를 넘보던 화웨이가 큰 타격을 입고 시장 내 입지가 쪼그라드는 등 효과를 거두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무역·투자 통계 등을 보면, 미국의 이런 조치가 중국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는지에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중국의 대(對)미국 수출은 2019년에 4186억달러로 전년 대비 12.5% 감소하면서 효과를 거두는듯 했지만, 2020년엔 7.9% 증가한 4518억달러로 회복됐고요. 올해 1~5월의 대미 수출은 206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9.8%나 증가했습니다. 작년은 코로나 특수상황이었으니 정확한 비교가 어려울 수 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기 이전인 2018년과 비교했을 때, 당시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한편 외국기업의 대(對)중국 직접투자를 보면, 2020년 대중 직접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4.5% 증가한 1443억7000만달러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 직접투자가 감소하는 상황이었지만, 중국은 오히려 늘었죠. 올해 1~5월에는 전년 동기보다 35.4% 증가한 77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그러면 중국과 대만의 무역공조 체제는 그 사이에 금이 갔을까요? 통계로 볼 때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대만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를 계속 경신 중이고, 그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 비중도 전혀 줄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만의 지난 7월 수출은 전월 대비 3.5%, 전년 동월 대비 34.7% 증가한 379억5400만 미국 달러(44조7000억원)로, 월 별 사상 최고를 경신했는데요. 전체 수출액의 41%가 중국(홍콩 포함) 대상이었습니다. 중국 다음으로 수출이 많은 지역은 아세안으로 16.3%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은 14.7%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밖에는 유럽 7.9%, 일본 6.8%, 한국 4.5% 순이었습니다.
제품별로는 전자부품이 전년 동월 대비 33.6% 증가한 146억7100만 달러였고, 그 가운데 반도체가 132억 2100만 달러로 34.3% 증가했습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4.8%였습니다.
대만의 수출은 상반기(1~6월) 전체로도 전년 동기보다 31% 늘어난 2069억달러였는데요, 반기 기준으로도 대만 수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대만의 중국 수출 비중은 매달 40%를 훨씬 넘고 있습니다. 올해 1~5월 기준으로는 42%였고요. 올 6월만 따지면 44%에 달했습니다.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2020년에 1514억달러로 전체의 44%를 차지하며 사상최고를 기록했었는데요. 미국의 대중 무역제재가 한창인 현재 시점에서도, 대만의 대중 수출 비중이 전혀 줄어들지 않은 셈입니다.
속단하긴 이릅니다만, 올해 통계수치로만 보면 미국의 대중 무역 제재가 충분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미국 기업들이 반도체 뿐 아니라 일반 기계산업까지 팹리스, 즉 공장이 없는 형태로 이미 전환됐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아무리 세게 제재하더라도 급격한 공급망 전환이 쉽지 않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팹리스 기업 애플을 예로 들면, 2020년 애플 산하의 주요 서플라이어 200개사 가운데 중국이 51개사로 1위, 다음이 대만 48개사, 일본 34개사, 미국 32개사, 한국 13개사 순이었습니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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