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혁신은 가능한가
나종혁
진로연구소 소장
오랜 전통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농업 분야에서 과연 새로운 혁신이 가능한가의 문제는 농업의 오랜 전통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의문이었다. 전통과 혁신은 항상 대립적인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럼에도 농업의 근간은 전통이며 농업 전통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 점에서 농업과 혁신이 공생하는 관계를 형성해야 할 것이다. 농업의 혁신은 농업 전통의 복원에 있다.
우리나라의 농업은 본래 친환경적인 생태 농업이었다. 벼농사의 경우에도, 우리나라 고유 농법은 북방식 건식 농업이거나 남방식 벼 밭농사였다. 생산량과 수확량을 극대화하는 논농사식 계획 농업은 조선 이후의 일이다. 농업의 혁신을 고민하는 이 시점에서 과거의 전통 농법을 되살려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농산물의 판로 확보이다. 아무리 수확을 많이 해도 팔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수산물 경매 제도는 매우 효과적인 우리 어민의 고유한 협동 어업 방식이다. 바다에 가서 물고기를 잡아 오면, 바로 수산물 중개상이 기다리고 있거나, 근처의 수산물 공판장에서 경매 처분된다. 경매로 거래된 수산물은 신선 상태로 트럭으로 전국 각지로 배송되게 된다. 우리 농업도 이처럼 경매 제도를 도입해서, 농산물 수확 후에는 바로 농업 중개상에게 인도하거나 가까운 농산물 공판장에서 자유롭게 경매되어 전국 각지로 배송되는 유통 및 판매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농산물 경매의 제도화가 바로 농산물의 판로 확보와 직결된다고 보아야 한다.
도시 농업이 진작되어야 한다. 농업의 혁신은 전통 농업의 복원이자 도시 농업의 활성화이다. 스마트팜 형식의 혁신적인 농업의 생산과 가공 기술을 바탕으로 대도시 주변과 중소 도시를 중심으로 도시 농업의 활성화가 가능하다. 농공 단지를 농촌 지역에 배치하는 것보다는 도시 지역에 배치해서 농공 단지의 인력 공급과 판매 효율화를 기해 전반적인 경영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는 농촌 농업과 도시 농업의 이원화와 분업화이다. 농촌 농업이 주식 농업과 이모작 농업에 치중하는 한편, 도시 농업이 부식 농업과 가공 농산업에 치중하는 분업화가 가능하다.
그 외의 농업의 혁신은 유기 농업의 혁신이 있다. 유기 농업의 방향은 배양토와 배양수에 있으며, 유기농 배양토와 유기농 배양수를 개발해서 유기 농업의 비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유기 농업이 가능하겠지만, 그보다는 배양토와 배양수를 유기농 비료로 개발하는 게 미래 농업의 대안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농업의 상징처럼 되어 있는 경운기 등의 농업용 기계는 보다 안전하고 보다 운전이 간편한 새로운 농업용 기계로 혁신되어야 한다. 레저용으로 이용하는 사발이가 운반용 기계가 될 수도 있다. 쟁기질을 쉽게 할 수 있는 새로운 농업용 기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작고 낡은 어선보다는 좀 더 큰 새로운 어선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몇 가지 농업의 대안을 놓고 질문을 반복한다. 농업의 혁신은 가능한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