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지칼럼(20230108) 강춘근 목사(한국교회) <지속가능한 한국교회를 생각한다>
국제사회는 오래 전부터 성장 대신에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개념을 논의해 왔습니다. 1987년 유엔 세계환경개발위원회는 ‘우리의 공동 미래(Our Common Future)’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습니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모였던 유엔환경개발회의는 이 개념을 정리하여 세계적으로 쟁점화하였습니다. 인류의 삶을 돌아보며 과학의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다음 세대들의 몫까지 에너지와 기타 자원을 앞당겨 탕진하고 있는 경제지상주의를 깊이 반성하고 미래 세대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를 논의해 왔습니다.
최근 2004년에는 UN Global Compact 20개 대형금융기관에서 공동으로 발견한 보고서에 ESG(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함)라는 용어가 언급되기 시작했는데, 이것은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담고 있으며, 2015년 UN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사회적 과제해결을 위한 17개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와 연결되어 ESG의 요구가 더욱 증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아직도 한국교회는 과거 기업이 강조해온 경제와 성장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하는 것에 매몰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의 본질인 이웃사랑의 사회적 가치와 종교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소홀하고 있다는 것이 지적되어 왔는데,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어려움은 절정에 달한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돌로 떡을 만들고 성전꼭대기에서 뛰어내리며 악마에게 절하는 허영의 꿈속에 헤매이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동시에 기독교의 세력 확장과 교회의 성장지상주의가 하나님의 영역과 충돌하는 아이러니가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마치 예수가 꿈꾸었던 하나님의 나라와 제자들이 착각했던 권력의 나라가 동상이몽이었던 그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한국교회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는 교회를 이루어 나가기 위해 겸손과 섬김 그리고 진리에 충실한 복음의 정신을 통해 기독교의 본질을 회복하는 교회로 다시 세워져 가야 할 것입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지속가능한 교회의 방향을 설정하며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한국교회가 지향해 나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교회는 앞에서 언급한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일찌감치 발전시켜 온 기업이나 환경단체로부터 벤치마킹이라도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다른 측면에서 여러 가지의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오늘날 기업이 겉으로 강조하는 ‘지속가능성’의 요점이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전략적으로는 사회책임투자(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SRI)에 초점을 맞추며 이윤추구만을 앞세우는 회사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을 자각하고 그것을 반영하고 조정해 나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한국교회는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성서에는 지속가능성의 원리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지만,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그것을 잘 지키지 못해왔다는 점을 뼈저리게 반성해야 합니다. 그동안 독실한 기독교인의 표준을 성수주일, 새벽기도회 참석 횟수와 헌금 액수 등 외형적 요인에 집중하고, 선교를 교회당 크게 짓기와 마당 넓히기나 교인 수 늘리기 정도의 수준으로 사고하는 한, 교회 밖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교회에 무관심할 것입니다. 교회 안 사람들도 ‘교회생활’과 ‘신앙생활’을 별개로 생각하여 교회 다니지 않는 그리스도인(churchless christian), 가나안(안나가) 성도만 양산될 것입니다. 물론 그리스도인의 열심과 발전적 성장을 애써온 교회활동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단지 수단과 목적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교회 본질과 사명은 어떤 상황에도 보전되고 지켜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신속하게 사회의 변화를 읽으면서 ‘다양성’을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기독교인들을 훈련해 나가야 한국교회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교회 밖 사람들에게 교회의 이미지가 부정적이고 낯선 곳으로만 비쳐진다면 우리의 본 뜻과는 다르게 선교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논의하면서 ‘경제지상주의에 대한 반성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자각을 하였다면, 교회의 지속가능성은 ‘성장제일주의에 대한 회개와 진정한 이웃사랑 실천’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23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한국교회의 방향을 성찰하며 교회의 지속가능성을 염려한다면, 무엇보다도 교회의 선교(missio ecclesia)를 넘어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로의 특별한 전환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모이는 교회’에만 연연하지 말고, ‘흩어지는 교회’가 되는 자신감과 성숙된 의식을 가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