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평안하셨어요. 강건하시고요. 도산골 저희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한 학기를 종료하고 학생들에게 종강인사 글을 보내며 학기를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감사한 한 학기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시절이 하 수상하지만 이것 또한 지나가고 머잖아 안온한 세상이 오리라 봅니다.
선생님께서 어제 저희들에게 보내 주신 7월달의 초록빛 가득한 싱그러운 여름 안부 카드를 보니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던지... 그 옛날 도산마당 2학년 때 그림 일기장에 동그라미 세 개를 그려 주셨던 그 기억이 흩날려 왔습니다.
그리고는 초록색 파란 이미지가 우리 도산골 도산국민학교 1회 졸업생인 이육사 선생께서 조국 독립을 염원하면서 목가적인 향촌 동네인 고향 원촌 마실을 그리워 하시며 읊으신 "청포도"가 생각이 났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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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 이육사 [1939ㆍ문장誌]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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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리운 우리 선생님. 세월이 강물처럼 무정히 흘러 코흘리개였던 저희들이 아이들의 엄마아빠가 되고 예순 인생이 눈 앞에 어른거리니 수구초심의 마음이 한층 간절해지며 지난 유년시절 도산마당에서 뛰어놀던 그 동심의 세월들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흘러가는 세월 앞에 그저 지난 모든 것들이 어느 봄날에 있었던 일장춘몽 같습니다.
선생님. 이재일 선생님께서도 강건하시겠지요. 종종 전화를 올리면 어찌나 반가워 하시는지... 연세가 드시면 자연히 불편한 데가 많으실텐데 두 분께서 산책을 많이 하셨으면 합니다. 그저께 이동후 선생님과도 통화를 나누었는데 한동안 불편하시던 몸이 최근에 다시 산책을 하실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하셨습니다. 부모님 살아 생전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이 납니다.
"걷는 것이, 걸을 수 있는 것이 만병의 통치약이라시던..."
선생님 내외분을 생각하면 그 옛날이 무척 그리워지고 그 당시 두 분의 연정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고... 그래서 제 수필 속에서도 언제나 두 분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답니다.
일전에 이재일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을 때 궁금증을 왕창 물어보았답니다. 그래도 아직까지 궁금한 것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것은 또 나중에 뵙고 여쭈려고 동심의 창고에 한 다랑이 만큼 남겨 두었답니다.
선생님. 삼복더위 계절인 7월이 다가왔습니다. 산보 많이 하시면서 평안하신 나날 맞으셨으면 합니다. 좋은 날을 정해서 뵐 날을 한 번 만들어보겠습니다. 성하의 날씨에 강복하세요.
2022.7.2(토) 맑음.
도산골(부내) 종구 올림.
♤사진종합설명(caption): 사진1은 안계화 선생님께서 우리들에게 보내신 7월의 안부카드 사진이다. 사진을 보고 있자니 "내 고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속에 나오는 파란 청포도가 클로즈업 되면서 연상되어진다. 청포도를 생각하면 우리 고향 도산골 도산국민학교 1회 졸업생인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가 단번에 떠오른다. 아~ 이육사~.
사진2,3은 "청포도" 시작이 탄생한 목가적인 도산골 원촌 마실 전경이다. 사진2는 우리 도산 카페 "아름다운 풍경"의 사진이다. 2019년 원촌 마을 앞들에 가득히 핀 해바라기 광경이다. 사진3은 1970년대초의 원촌 동네 전경이다. 사진2와3은 50여 년 세월 간격이 존재하는 전경이지만 자세히 보면 산세와 지형이 거의 그대로인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1976년 안동댐 준공을 눈 앞에 두고 토계에 있던 도산국민학교가 수몰지구가 되는 바람에 우리는 1975년 1학기말(5학년1학기)에 토계 학교에 있던 학습 기자재를 개미들처럼 줄을 지어서 고사리 손으로 이 원촌 동네 앞 마을 길(사진3)을 통과하여 단천에 새로 지은 신교정으로 옮기는 대역사를 감행했다. 사진3의 오른쪽 큰 길 옆으로 고즈넉이 홀로 있는 초가집이 원촌이 낳은 명가수 우리 동창(58회) 김흥구네 집이다. 사진3의 출처는 "경북기록문화연구원"이다. 사진4는 2019년 필자가 담은 원촌 마을에 있는 육사 선생의 생가이다. 사진5는 예나 지금이나 금실이 원앙 같으신 이재일-안계화 선생님의 모습이다. 우리 부내(분천동) 동네 풍산할매가 이모님이 되는 이재일 선생님께서 도산국민학교 재직시절 동료였던 2학년 우리 담임인 안계화 선생님과 갓 결혼하시고 얼마 되지 않아서 인사차 분천동에 오셨을 때 온 동네가 난리가 났었다. 우리는 저녁에 새색시인 담임 선생님을 보기 위해 풍산할매네 큰 기와집 안채 넓은 마루로 마실 어른들과 함께 우르륵 몰려 갔었다. 그때 부끄러워 하시던 새색시 우리 선생님의 고운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어린 아이였던 우리들이 보기에도 참 고왔던 모습이셨다. 청포도 마을도 부내 동네도 새색시였던 우리 선생님도 그리고 옛사람들도 그저 모든 것이 그립기만 하다♧.
첫댓글 모든 것이 아름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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