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닮았다
최명애
오늘도 꽃가게 앞에서 눈과 발을 멈춘다. 알록달록 화려한 꽃들이 뽐내기로 하듯 길손들에게 손짓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꽃이 예쁘게 느껴지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일까? 길옆에 피어나는 야생화도 관상식물도 나름대로 꽃을 피운다. 각자의 개성대로 우아한 자태를 보여준다. 자세히 보면 다 예쁘다. 철쭉과 진달래처럼 화려한 모습의 꽃도 있고, 특이한 모양의 희귀한 꽃, 고운 향기를 내뿜는 꽃 모두 나름의 개성을 뽐내는 것에 찬사를 보낸다.
베란다 창문을 열면 은은한 향기를 선사해 주는 고마운 난초. 바람 따라 전해져 오는 은은한 동양란의 꽃향기에 취해 향도 맡아보고 틈날 때마다 곁을 기웃거리고 남편을 불러 자랑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꽃이 하나둘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작년에 선물로 받은 호접란이 분홍색 꽃을 화사하게 피웠다. 줄기마다 조롱조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신기하고 새삼스러워 넋 놓고 한동안 보았다, 이렇게 예쁜 꽃에 향기까지 더해지면 어떨까?
얼마 전에 수필 창작 교실 교수님 댁을 방문했다. 붉은색의 덩굴장미가 울타리 담장을 타고 올라 풍성하게 피어 있었다. 대문으로 들어서니 분홍색 낮달 맞이 꽃이 환하게 손님들을 맞이하였다. 분홍 물결의 매력에 빠져 사진도 한껏 찍었다. 별서의 입구부터 두 분의 정성 가득한 사랑과 관심이 느껴졌다. 꽃과 나무들이 활력 넘치는 모습으로 잘 자라고 있었다. 빈틈없이 가꾸신 정원에는 다양한 나무와 꽃, 채소들이 자라고 있었다. 함께 텃밭을 다니면서 식물 가족들의 사연 소개를 하셨다. 모든 나무와 꽃들이 애정을 받고 있었다. 사랑스러웠다.
어릴 적에 외할머니댁 마당이 생각났다. 소박하지만 힐링 되는 꽃들이 가득 있었다. 앞뜰에 포도나무와 감나무, 대추나무가 있었고, 키 큰 접시꽃과 탐스러운 나리꽃이 싱싱하게 피어 있었다. 키 작은 알록달록 채송화와 화려한 색깔의 봉숭아꽃이 마당을 환하게 해주었다. 나는 새콤달콤한 포도알을 따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봉숭아 꽃잎은 찧어서 손톱 위에 살포시 올려 비닐로 꽁꽁 묶어 하루를 두면 예쁜 색깔의 손톱이 되었다. 예쁜 추억으로 남아있다. 채송화는 요즘에는 볼 수 없지만 어렸을 때는 많이 보았다. 텃밭 둘레를 아기자기하게 피어 있었던 모습이 기억난다.
친정에 갔다가 오는 길에 아파트 화단에 있는 채송화가 얼마나 반가운지…. 어렸을 때는 그냥 꽃이구나 했는데 나이 들어서 보니 새롭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고 자연이 이처럼 좋은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든다. 채송화의 꽃말은 천진난만, 순진함, 가령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표정이 생각나기도 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아도 한창입니다” 동요 한 자락을 흥얼거리게 된다.
꽃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따뜻한 봄날 언니와 어머니를 모시고 팔공산 벚꽃길로 갔다. 여기저기 피어나는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언니와 나는 지팡이에 의지하여 겨우 걸음을 떼는 엄마를 부축하여 꽃구경에 나섰다. 어머니는 벚꽃 나무 앞에서 딸들과 함께 포즈를 잡고 활짝 웃으셨다. 꽃처럼 예뻤던 젊은 시절을 보내고 지금의 어머니 모습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다.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이 마치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는 모습 같다. 사람들의 모습을 자세히 보면 꽃과 많이 닮아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개성과 향기로 세상과 어울리고 사랑을 주고받는다. 화려한 시절이 끝나고 나면 자기 모습을 내려놓고 종자를 퍼뜨려 세상을 밝게 만들어 가는 모습이 너무 닮았다. 꽃도 다른 색깔, 다른 모양이 골고루 섞여 조화를 이루었을 때 아름답다. 정성스럽게 가꾸어야 화려하고 튼튼하게 주변을 환하게 밝히고 감동과 기쁨을 준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 사람이 아기 때부터 정성스럽게 돌봄을 받으며 자라야 사회에 밝음을 전할 수 있는 것처럼….
첫댓글 꽃을 닮은 아름다움이 묻어나네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꽃에 관한 관찰이 좋습니다. 더욱 정진하시어 멋진 글을 많이 쓰세요.
꽃을 좋아하는 소녀입니다. 꽃처럼 사랑 받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