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우병 환자들 갈곳이 없어요(단독)
-지역 종합병원 “수익성 없다” 약품취급 외면 환자고통 가중
-복지부 혈우 지정병원인 을지대병원도 지난여름부터 공급 뚝
-환자 부모들 한달에 2-3번씩 서울행… 경제, 심리적 고통 호소
대전지역 종합병원들이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희귀 난치성 질환인 혈우병 환자들을 외면, 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다.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을 비롯해 복지부 혈우병 지정병원으로 알려진 을지대병원마저 혈액 응고제 등 관련 약품을 취급하지 않아 지역 환자들은 한 달에도 수차례씩 서울 원정(?)을 다니는 실정이다.
8일 지역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전에서 혈우병 예방 및 치료에 쓰이는 혈액응고 주사제 등 관련 약품을 취급하는 병원은 단 한 곳도 없다.
때문에 대전과 충남지역의 30여명에 달하는 혈우병 환자들은 매달 2-3차례씩 서울 한국혈우재단이나 관련 병원을 찾아 약을 처방받고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는 복지부 혈우병 지정병원인 을지대병원에서 약품을 취급해 왔으나 약값이 고가인데다 수요가 적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 등으로 취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사제 8병이 250만원이나 할 정도로 고가인 점도 병원 측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할 때 부담을 느끼는 부분이다.
문제는 환자들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경우다.
환자들은 “지역 의료계에 의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초기 응급처치가 불가능해 자칫 큰 화를 부를 수도 있다”며 “공공성이 강조되는 종합병원에서 수익성을 이유로 혈우병 환자들을 외면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한다.
7살 아들이 혈우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모씨(34·대전시 서구 변동)의 경우도 매달 2-3번씩 서울 재단을 찾아 주사제를 받아온다.
2005년 6월 대전으로 이사 온 이 씨는 을지대병원이 혈우병 지정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을지대병원에서 의료 혜택을 받아 왔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느닷없이 “약이 없으니 서울로 가라”는 병원 측의 통보를 듣고 병원과 재단에 수 차례 문의를 했지만 별다른 이유를 들을 수 없었다.
이 씨는 할 수 없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서울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 씨는 “혈우병은 출혈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예방차원에서 주사제를 맞아야 한다”며 “더구나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을지대병원 관계자는 “지정병원이 법적, 제도적 의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가의 약을 취급하면서도 수익성이 낮은데다 환자와 가족들의 잦은 민원도 병원측의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국 혈우재단 관계자는 “지역 환자들의 고통을 감안해 재단과 복지부에서도 지역 병원들에게 약품을 취급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황해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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