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분수
하영상
물이 흔들어 놓은 정신 분열이다
잉크가 출렁거리지 않도록
볼펜 손잡이에 신호등을 단다
하루살이처럼 모여드는 불빛에
활자는 흩어지지 않는다
숨표를 찍을 때마다
띄어쓰기 잘된 퍼포먼스는
물결의 표정을 판독한다
거꾸로 흐르는 비디오,
저 물의 목덜미
아귀가 맞지 않는 깃을 세워
가까스로 수평을 잡아채고 있다
저고리를 뒤집어 입고
달아나는 게 옆 걸음을 보라
시계 반대쪽으로 스텝을 밟는,
마른 빵이 목에 걸린다
탭 댄스는 박자마져 놓쳤는지
목구멍에 딱 걸린 춤사위,
높은음에서 싸- 하다
가시 돋친 음표들,
저 꿍꿍이 속을 누가 짐작하랴
내시경으로 꼼꼼히 살피는지,
항문에 걸려 배출되다만
어설픈 콩나물 줄기 박자들
카라얀이 지휘봉으로 잘라낸다
정신 착란이 점점 가라앉는다
카페 게시글
會誌〔南江文學〕9호
하영상 시 1편 : 음악분수 /하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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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정하여 다시 올렸습니다
하영상 시인님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